◆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86.6%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당헌(제96조2항)을 고치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모두 성추문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게 됐기 때문에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낼 것인지에 대해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 그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선을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면서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무공천 철회 방침’은 집권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지도부로서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수 있다.
우선, 민주당의 자기 부정 태도다.
문재인 의원은 2015년 2월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 민주당은 수도권인 서울(관악을 오신환), 경기(성남시 중원구 신상진), 인천(서구 강화군을 안상수)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했고, 호남 광주(서구 을) 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졌다. 이에 대한 타결책으로 문 대표는 5월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도 위원회에 참석했다.
김상곤 혁신위는 사무총장제 폐지, 부정부패 등으로 직위 상실시 재보선 무공천, 당원소환제 도입 및 당무감사원 설립 등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표는 2015년 10월 새누리당 소속 경남 고성군수(하학열)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되자, 현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책임져야죠, 후보내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무공천 방침 철회‘는 불과 5년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이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둘째, 혁신과는 동떨어진 행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4일 당 체질 개선을 위한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가칭 ‘2020 더 혁신 위원회’를 비상설 특위로 구성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당 혁신위 위원장으로는 김종민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이 대표는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 때의 혁신위(김상곤 혁신위원장)는 계파 갈등으로 찢겨진 당을 인적쇄신과 공천 혁명을 통해 환골탈태하게 했다”며 “2018년 이해찬 혁신위도 시스템정당과 플랫폼 정당을 구축해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2017년 대선, 2018년 비장선거 올해 4월 총선에서 연거푸 이기면서 당의 외형이 커졌고 국민의 기대도 그만큼 커졌다”며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스마트 정당, 필요한 일은 반드시 수행하는 책임정당, 모든 일에 성과를 내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원의 역량, 일체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그것을 동력화하도록 당이 현대화, 효율화, 스마트화해야 한다”면서 “위원회가 그 토대를 놓아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스마트한 백년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 구성 2주만에 당헌을 바꾸면서 스스로 가장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약속을 파기하는데 더 이상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민 기만이고 우롱이다. 당헌이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근간을 마음대로 흔드는 것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만 취하는 선거 지상주의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한 결정이 아니라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11월 3~4일)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결정에 대해, ‘잘한 일’ 34%, ‘잘못한 일’ 39%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는 ‘잘못한 일’(43%)이 ’잘한 일’(29%)보다 훨씬 많았다.
셋째, 반복적인 약속 파기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비례정당’ 창당을 앞두고도 전 당원 투표를 진행했었다.
야당의 비례정당 창당을 “위법(違法)”이라고 비판하다가, 총선 직전 돌연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당시에도 74.1%의 찬성으로 약속을 파기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말 뒤집기’를 위한 행정 절차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민주당 전당원 투표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지적이 비판이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이“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했다”며 “자기들끼리 선거니까 그렇게 많은 투표를 한 것은 미리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가지고 뒤집는다는 게 온당한 건지 아마 우리 모두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회의장 뒤편 벽면에 ‘후보 내지 말아야죠’ 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발언을 문구로 만들어 게재했다.
넷째, 전당원 투표의 대표성 문제다.
민주당 당헌·당규의 ‘당원 및 당비규정’ 38조는 전 당원투표에 대해 “전 당원투표는 전 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 당원투표는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이 참여해 26.3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3분의 1에 못 미쳤다. 민주당은 “전 당원투표는 ‘의결’이 아닌 ‘의지’를 물은 것인 만큼 투표율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상 전 당원투표 결과로 서울·부산시장 공천을 하기로 결정해놓고, 투표율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 일각에서 조차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공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의결 권한도 없는 전 당원투표를 명분쌓기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당헌을 무시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여하튼 “효력도 없는 전 당원투표라면, 결국 당 지도부가 불공천 약속을 파기하면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전 당원투표를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투표 성립 요건을 못 채웠는데 현대판 사사오입 개헌 시도인가”라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책임 정치를 스스로 폐기 처분하더니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 처분한 것”이라고 했다.
다섯째,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공격을 받게 되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1995년 UN에서 주최한 제4차 세계여성대회의 선언문에 처음 등장했다. 19조에 “여성의 역량 강화와 선진화를 촉진케 할, 모든 수준에서의 계발 정책 및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상호 강화적인 젠더 감수성 정책 및 프로그램을 설계, 구축하고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개념에 대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 “일상 생활 속에서 젠더에 대한 차별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 “성별의 불균형에 따른 유·불리함을 잡아내는 것”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사건에 대해 심리할 때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가지는 불리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폭행, 성희롱 등 젠더 관련 사건에서의 여성 측의 진술 및 증언, 증거 효력의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여당 출신 시장의 잇따른 권력형 성폭행으로 치러지는 ‘성추행 보궐선거’”라며 “사건을 적당히 뭉개려는 청와대와 여권의 미필적 고의가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자체로 2차 가해라는 인식이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치권의 반응보다도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박원순 성추행 피해 여성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보낸 질문이다. 그는 “피해 여성에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까?” “도대체 무엇에 대하여 사과하신다는 뜻입니까?” “사건의 공론화 이후 지금까지 집권 여당, 해당 정치인의 소속 정당으로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셨습니까?” “앞으로 저는 이 사과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까?” “우리 사회는 공당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입니까?”라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진보 성향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불꽃페미액션 등 3개 단체는 4일 민주당의 졸속 당헌개정을 규탄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보다 성폭력사건 조사가 먼저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주당은 말로만 개혁, 사과를 반복하며 권력만을 좇는 파렴치한 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전 당원 투표는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의견절차가 아닌 민주당의 무리수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 소속 선출직 정치인들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만든 선거”라며 “정치적 양심을 지닌 공당이라면 유권자의 심판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세운 기준에 비춰 자성하고 이미 가진 거대권력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 합당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측도 “민주당은 자당 인사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해왔지만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변명뿐”이라며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를 시작으로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입만 열면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민주당이 성실하게 답변해야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이 이런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하면서 까지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공천을 한 이유는 이들 선거가 갖는 정치적 무게감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보궐선거 결과가 대선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낙연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 대표는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정으로 ’무공천 당헌 파기’ 속도전을 펼쳤지만 정치적 리스크는 상당하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전망은 어떤가? 이를 위해서는 선거 환경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1년짜리 서울시장과 부산 시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유권자는 ‘쉬운 투표’(easy voting)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효과가 더 이상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총선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이슈로 인해 여당이 돌출적 반사이익을 얻어 승리했다. 코로나 사태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 유권자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견제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정권을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보다는 미래 국난 극복을 기대하는 ‘전망적 투표’가 대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역대 총선과는 달리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했고 이것이 여당 압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내년 재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열리고 코로나 사테가 발생한 지 1년이 훨씬 넘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경제를 잘 이끌었는지를 기준으로 ‘경제 응징 투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는 후보(인물)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 참신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공천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최대 9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론조사를 대폭 확대해 경쟁력 있는 당 밖 인사를 영입해 당내 후보와 경쟁시켜 ‘시민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김동연 전 부총리 등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아직 유동적이다.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10월 30~31일)에 따르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의미에 대한 조사에서 47.3%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부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원’의 의미라고 응답했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심판할 기회’라는 응답은 43.1%였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서 지난 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지역 원내외 중진들과의 만찬에서 “서울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면 국민의힘 간판을 뗀 후보가 필요하다”며 시민후보를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 국민의힘만의 전력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의 이름으로 이길 수 없다면 시민후보의 이름으로라도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반대도 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내년 보궐선거는 기필코 이겨야 한다”며 “당 안팎 인사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원샷 시민후보 선출도 가능하고, 최종적인 야권단일화를 감안해 안철수, 금태섭 등 외부변수를 고려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국민의힘에서 시민의 관심과 환호를 끌 수 있는 후보 경선이 먼저 시작되고 성공해야 한다”며 “2% 지지를 가진 후보에게 49% 지지 후보가 헌납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문제는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비호감”이라며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는 건 당명교체나 간판포기로 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당의 ‘주인’과 ‘정체성’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경선관리 위원회가 과연 어떤 경선 방식과 경선 시기를 제안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여당에서 내년 서울시장과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 “후보 기준과 경선 ? 책임정치 비전, 후보 공천 로드맵 마련 등을 임무로 하는 선거기획단을 조만간 10∼15명 규모로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도 11월 중순까지 설치해야 한다”며 “특히 엄격한 도덕성 검증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준비하고, 여성과 청년 비율이 50% 이상 되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 참석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서 패배하면 이낙연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여권내 대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1위로 급부상했다. 리얼미터 조사(10월 26~30일) 결과, 윤 검찰총장 지지도는 17.2%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6.7% 포인트 상승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 도지사는 각각 21.5%로 공동 선두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1.0% 포인트 하락했고, 이 지사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주목받는 것은 부동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3자 구도’로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 총장 선호도 상승과 관련해 “선호도 15%를 넘어서며 유권자에게 존재를 분명히 각인한 이른바 ‘문지방 효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총장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 성격으로, 국정감사 발언,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 등 여권이 그의 선호도를 높여준 모양새”이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총장 지지율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3.6%), 황교안 전 대표(3.3%), 원희룡 제주 지사(3.0%), 유승민 전 의원(2.2%), 주호영 원내대표(1.5%) 등 국민의 힘 다섯 난장이 후보 지지도(13.6%)를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9%), 홍준표 무소속 의원(4.7%)보다도 훨씬 높았다. 윤 총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각각 38.8%와 28.0%의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윤 총장 지지(28.0%)는 안 대표(16.1%)보다 높았다. ‘윤석열 바람’(윤풍)이 불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윤 총장의 지지도 급부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차원이다.
우선, 정부·여당에 던지는 메시지다. 국민들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윤 총장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총장 지지도는 추미애 장관과 국정감사 때 여권과 확실히 각을 세운 이래 존재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결국 윤 총장을 키운 것은 오만한 권력이다. 권력이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오히려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10월 30~31일)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58.0%)가 ‘사퇴해야 한다’(33.8%)보다 25%p쯤 높게 나온 것이다. 대체적인 국민 여론은 윤 총장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야당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국민의힘으로선 여당의 양강(이낙연-이재명) 구도를 깬 것에 의미를 부여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외 ‘윤석열’이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에는 어두운 그림자다.
과거 반기문 대망론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새누리당이 몰락한 것과도 같은 이치다. 국민들은 인물 없는 야당에 관심의 창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메신저가 취약하기 때문에 야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도 울림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여당의 악재가 쌓이고 쌓여도 야당의 지지도는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셋째, 여권 대선 주자에 던지는 메시지다. 당분간 대선 판세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 ‘빅3’ 구도로 형성된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그런데, ‘대선(大選) 경기장’에 들어와 트랙을 돌고 있는 이재명·이낙연과 비교해 아직 경기장에 들어오지도 않은 윤석열이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뒤쫓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동안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낙연-이재명의 지지도가 20% 안팎에 머무르는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위와 2위 유력 대선 주자들이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권력에 대한 차별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마리 원숭이’에 빗대어 눈 가린 문재인 대통령, 귀 막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입 닫은 이재명 경기 지사가 차례로 등장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서울·부산 후보공천 결정을 못 본 척하고, 이 대표가 비난 여론을 못 들은 척하며, 이재명 지사가 신뢰를 쌓을 목적으로 일부러 함구하고 있다는 것을 풍자했다.
최근 여권 유력 대권 후보인 이낙연-이재명 두 사람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권력 눈치를 보고 있다. 단언컨대, 국민과 함께 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하게 권력 눈치만 보면 결코 미래는 없다.
여하튼 지지도 수직 상승에 힘입어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윤석열 총장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윤 총장은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하고 평등한 검찰이 되는 게 최우선”이라며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하는 것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이런 검찰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 저도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의 이런 작심 발언은 현 정권과 추미애 장관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 등 정권 수사를 한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키며 수사를 막은 현 정부·여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추 장관은 이런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과의 싸움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하는 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면서 “추 장관이 코너에 몰린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검찰 내부망 글에 추 장관의 인사·지휘·감찰권 남발에 반발하는 동조 댓글이 수백개나 달리고 있다. 발단은 추미애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향해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다”라고 저격하는 글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에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을 마치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300명 가까운 일선 검사들이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검사 중 ‘10년 차 이하 평검사’가 81% (237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검난’ 조짐까지 보이는 형국에서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고조되는 데 대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윤 총장이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향후 그의 행보가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쯤 되면 대권 도전은 숙명이 아닐까?“라는 얘기마저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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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 | [문화일보] 최악의 ‘청와대 종속형’ 국회… 서울 보선 결과따라 대권구도 지각변동 | 21-01-05 |
1789 | [중앙일보] 산재 사망, 사업주 처벌보다 사고 줄이게 유도해야 | 21-01-04 |
1788 | [여성신문] ‘아시타비’ 넘어 '공명지조'로 | 21-01-04 |
1787 | [주간한국] 문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 ‘소통’과 ‘협치’로 극복해야 | 21-01-04 |
1786 | [스카이데일리] 2021년 정부의 안보과제 | 21-01-04 |
1785 | [서울경제] 고무줄이 된 표준감사시간제 | 21-01-04 |
1784 | [아시아경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 수정돼야 | 21-01-04 |
1783 | [청년의사]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사립대학병원들의 몫인가? | 20-12-29 |
1782 | [데일리안] 한국서 사업하지 말라는 중대재해처벌법 | 20-12-29 |
1781 | [데일리안] 2020 안보결산과 정부에 대한 요구 | 20-12-29 |
1780 | [매일경제] AI개인교사에 관한 세 가지 오해 | 20-12-29 |
1779 | [문화일보]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체제보위법’… ‘한국=문명국’ 인지 의구심 불러 | 20-12-28 |
1778 | [뉴데일리] 1949년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1년 뒤에 벌어진 일 | 20-12-28 |
1777 | [문화일보] ‘힘 모아 달라’ 靑 회동과 묵시적 청탁 | 20-12-28 |
1776 | [주간한국] 민주당 개혁 입법 ‘독주’…‘원칙 있는 패배’ 윤석열이 진정한 '승자' | 20-12-22 |
1775 | [에너지경제] 3%룰 이제는 폐지해야 할 때 | 20-12-22 |
1774 | [문화일보] 수출·고용 가로막는 규제 융단폭격 | 20-12-22 |
1773 | [스카이데일리] 언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더니 | 2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