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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경제민주화로 망한 베네수엘라 따라하기
 
2020-11-09 11:45:39

◆ 김상철 한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 부회장을 맡고있습니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질서경제학회장
재벌개혁 중심 경제민주화 진행
국제표준 초과 반시장 규제 많아
복지 포퓰리즘에 정부부채 급증
자율보장된 경제자유화 확대돼야

[서울경제] 14년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후 베네수엘라는 생지옥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인구의 94%가 절대빈곤 상태이며 370만명은 영양부족 상태다. 경제 파탄, 치안 불안과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530만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볼리바르 혁명을 내세워 국가 시스템을 개조한 차베스의 사회주의 실험에 기인한다.

차베스는 집권 이후 제헌의회를 소집해 헌법을 개정했고 연동형비례제 도입으로 입법부를 장악했다. 또 사법부 좌경화, 미디어 검열에 따른 언론 장악, 선관위 장악과 선거제도 악용, 민중 자치교육과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법률 제정 등을 잇따라 시행했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3년 반 동안 추진했던 정책과 매우 비슷하다. 차베스는 9년간 임대료 동결, 임대감사국이 임대료를 정하는 직접 가격통제와 ‘임의적퇴거금지법’ 등도 도입했다. 이런 주택정책 역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과 표준임대료제, 부동산감독기구 설치와 판박이다.

산업국유화와 공동경영 혹은 노동자 통제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이행을 위한 계급투쟁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노동자통제(cogestion)는 옛 유고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 정권이 시행한 ‘자주관리사회주의’를 계승한 베네수엘라식 경제민주주의 모델이다. 그런데 사회적 소유에 기초해 노동자평의회에서 기업경영과 기본정책이 결정되는 자주관리사회주의는 자본가를 대신한 새로운 특권계급의 등장과 비전문성·비효율 때문에 지속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는 베네수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원래 경제민주주의는 1920년대 독일 사회민주당에서 루돌프 힐퍼딩의 ‘조직자본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이행 프로그램으로 정립된 것으로 현재는 비(非)소비에트 방식의 사회주의 이행 혹은 반(反)자본주의의 길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를 총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불행히도 다른 나라에서 모두 실패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둔갑해 한국 사회를 포획했다.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는 사회주의적 본질이 은폐돼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국제표준을 초과하는 반시장적 규제가 다수 존재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규제 3법’도 기업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며 국민의 피땀으로 이룬 기업을 투기자본의 먹이로 던져주는 악법이다.

한편으로 재벌개혁 중심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반시장적 기업규제를 기본축으로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통한 기업 통제와 소유의 사회화가 추진되는 것이다. 이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과 스튜어트십코드를 통한 연금사회주의의 실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자유와 자율이 보장되고 경제자유화가 확대돼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기업 투자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데 공정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기업의 목조르기와 노동자 중심 노동정책의 결과 국제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신규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정부 부채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이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사회주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포퓰리즘으로 망한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대착오적 산물인 경제민주화의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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