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선진화재단 고용노동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입니다.
노동시장·일자리 양극화 악화
노동법 유연화 추세 지향해야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법 개혁’의 우선 과제로 과속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에 큰 성과물은 기억에 없다. 오히려 노동시장 및 일자리의 양극화 문제가 악화하였다.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동조합이 솔선수범해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에게 분배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데 자신의 이익만을 기득권층으로 챙겼다.
작금에 경제사회의 엄청난 변화로 노동법도 개혁이 필요하다. 노동개혁 없이 더 이상의 경제성장 및 생존도 어려운 형국이다. 변혁의 핵심은 현장에서 노사가 공감하는 것이다. 노동법은 사람의 의식이나 사회의 방향과 깊숙하게 결합하면서 동태적으로 변천해 왔다.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로 노사의 기본 가치를 침해하는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가가 개입해 노동법을 개혁할 필요성이 커졌다.
마침 정부가 제21대 국회에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 협약의 비준은 노사관계에 엄청나게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공정한 노사관계를 이루는 첩경이 되길 바란다. 특히 경제계는 그 비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준 자체가 목적은 아니고 노사관계의 영향과 유비무환의 대응책도 주문한다. 나아가 노사정은 비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협약 비준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해 중장기의 예견된 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협약 비준을 근거로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는 하나 개정노동법안에는 상이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어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조 자주성의 제도 본질상 노조가 조합비로 충당함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 아울러서 균형적인 노동입법으로 공정한 노사관계를 위해 파업 시 ‘대체근로의 허용’과 ‘직장점거의 금지’,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의 삭제’를 빠뜨렸다.
그리고 최근 여당은 기업 지배구조를 제약하는 ‘기업규제 3법’(금융그룹감독법, 상법, 공정거래법)의 제·개정을 선언했다. 경제계는 기업에 부담을 주기에 반대해 국회의 여야 대표실을 찾아 ‘경제노동 핵심법안의 의견’을 전달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그런데 야당마저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동조현상을 보이자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 빠졌다.
얼마 후 야당대표가 그나마 ‘노동법 개정’을 패키지로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코로나 시대에 경직된 노동시장은 경제의 활력을 막는 허들이기에 고용·임금 유연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은 시급한 국가적 생존 문제이다. 그런데 여당대표는 지지세력인 노동계의 표와 힘을 의식했는지 노동법 개정을 사실상 거부했다. 양대 노총도 곧바로 ‘노동법 개악 시도’이며 시대의 요구인 ‘재벌개혁 흐름의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사실 개혁하려는 노동법은 사람의 노동관, 그 배경에 있는 종교관, 사회관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한 국가의 경제·사회의 존재 의미에 영향도 미친다. 현행 노동법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의 외래 법 기술을 수입해 노동법의 기초와 구조를 형성해 왔다. 그 내용은 주로 문화와 정신을 반영해 외국 입법례와 달리 독특하게 진전해 왔다. 노동법의 역할은 현실의 냉혹한 노동문제에 직면해 있는 다양한 계층과 기업에 구제의 손길을 내밀고, 이러한 상황이 없게끔 하는 문제 예방도 노동법의 기능이자 과제이다.
향후 경제·사회가 성숙해지면서 노동법이 노동시장에서의 거래로 근로자에게 불가결한 다양하게 지원하는 시장경제의 하부 시스템으로 재확인하고 개편해야 한다. 노동법의 해법은 다루는 전문가마다 관점이 달라 다양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 핵심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에 노동법 개혁의 방향성은 법 제도를 통해 여러 환경에 놓인 다양한 근로자의 능력을 촉진하도록 선진국의 노동법 유연화 추세와 동일한 방향성을 지향해야 한다.
다가올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 안전망을 정비하면서 총체적인 노동법의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 때마침 노동계가 야당 당사에 가서 ‘공개 토론’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렇다면 여야 및 노사정 모두가 성숙한 공론장인 ‘포럼’을 통해 충분한 토론과 협상을 기대해 본다. 이젠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유연한 노동법 개혁을 위해 ‘스타트업’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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