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정부가 5일 재정의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준칙은 원칙 없는 정부 재정 관리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 세계 92개국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실효성 있는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내용을 보면 국가채무 비율(60%)과 통합재정수지(-3%)를 기준으로 해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됐다. 즉, 지표 하나가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 이하라면 재정준칙은 충족된다. 이 준칙은 2025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하고 재정준칙 한도를 시행령에 위임하며 5년마다 재검토한다. 그러니 벌써 ‘맹탕 재정준칙’이란 평이 나온다.
다른 무엇보다도,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발표를 보면 현 정부의 특유의 ‘내로남불’ 정책이다. 우리는 재정을 마음껏 쓰고 나갈 테니 다음 정부부터는 잘 운영하라는 자신들의 정책 합리화다. 국가채무 비율 60% 설정 근거나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근거로 하느냐는 의문은 현시점에서 무의미할 수 있다. 당장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에 대해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체 전망에 따르면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이 너무 과소평가됐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관리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 발의안 의원 발의가 36건에 이를 정도로 많다. 과거 정부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지키려고 했던 정부 예산의 적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적자예산 규모를 우려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반대였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17년 현 정부 출범 당시 국가채무가 660조2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1070조 원이 넘을 전망이다. 단 5년 동안에 410조 원이 증가해 연평균 82조 원이 늘어나게 된다.
2025년부터 적용한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를 제시하지만, 현 정부의 무분별한 정부 예산 운영은 그 전에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만약 적자재정을 편성하지 않았더라면 올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여력이 훨씬 더 클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올해 국가 채무는 106조 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4차에 걸친 추경(追更)으로 증가한 코로나 부채는 올해 늘어난 채무의 반 정도에 그친다. 코로나 이전에 확정된 2020년 예산에 적자 부채 규모가 이미 60조 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되고 나면 정부에 경기 활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주어질 것이다. 정부는 재정을 많이 사용하기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가계나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IMF는 2021년 부채비율이 2019년 말 대비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는 각각 20%와 7%가 증가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국내외 요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오늘도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 시계는 국가채무 800조4400억 원과 국민 1인당 국가채무 1544만779원을 보여주고 있다. 1초에 약 64만2200원씩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미래에 1020 우리 자식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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