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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야당 대표까지 기업을 때리는데 앞장서나?
 
2020-09-22 09:32:21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제정 또는 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공정한) 제도를 확립하는 법안으로, 코로나19와 별개”라고 했다. 그는 기업 경영활동을 옥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항상 그런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국회를 방문, 면담을 했지만 서로 이견만 확인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일단 국회서 법안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니 여당과 협상을 통해 내용을 조율할 계획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 대부분이 타협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법 하나만 보더라도 주식 취득 3일만에 6개월 보유 없이도 바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이 핵심인데 이것을 빼자고 하면 남은 게 없어 경제민주화법이 껍데기만 남는다. 민주당이 양보할 리 없다.


필자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다중대표소송제도만을 도입하되 일본 회사법처럼 완전모자회사 간에서만 도입하면 수용가능하다. 완전모자회사라면 자회사에 모회사 외에 다른 주주가 없어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명분이 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은 아마도 1980년대에 그가 착안한 맹목적인 경제민주화 프레임에 갇힌 채 세상이 바뀌어도 소신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주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의 껍질을 깨려면 철저히 공부하고 반성해 진지한 자기 성찰로 나아갔어야 한다. 이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1987년 헌법 개정 때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개념을 입안했다고 한다. 이 경제민주화 개념은 실은 1920년대 독일에서 잠간 논의됏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당시 독일에서는 이 개념은 근로자의 권익 보호차원에서 논의된 것이지, 국가경제의 구조변경을 위한 논의가 아니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에 관한 그의 지금까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시장경제를 존중하되 경제권력의 탐욕을 국가가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의 압도적 권력이 기업 오너의 탐욕과 결합해 시장이 부패하고 중소기업이 희생된다고 믿는 것 같다. 정부가 칼을 빼면 기업이 칼 든 정부에게 뇌물을 바쳐 정경유착이 심해지니, 행정부가 아닌 국회가 개입해 경제권력의 힘을 빼 보자는 것이다. 이처럼 그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개념은 독일의 그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정치적 개념’일 뿐이다. 그래서 이 한국형 경제민주화 개념은 그가 창안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이것저것 명령하면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것처럼 ‘화려한 약속에 초라한 성적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이 자본주의와 시장원리 및 법의 원칙에 맞지 않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국가의 일방적인 간섭과 명령일 뿐이다.


팬데믹이 아니라도 4차산업이 도래하면 직업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이른바 무용인간(無用人間)이 거리에 쏟아진다. 이런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는데 대기업규제·중소기업 보호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으면 희망이 없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기업은 크든 작든 창의와 혁신으로 이 세상에 없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최대한 많이 팔아 무조건 이익을 많이 내라. 그만큼 세금 많이 내서 국가경제를 살찌우게 하라”고 하면 그만 아닌가. 그 돈으로 무용계급을 먹여 살려야 하지 않나.


세계 일류기업들과 무한 경쟁해야 하는 한국 대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해외 매출에 비하면 작은 부분에 불과한데, 언제까지나 대기업은 중소기업 뜯어먹고 사는 기생충으로 보나.


김 위원장은 뒤끝이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이 유연하다는 뜻이다. 진지한 성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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