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관련 논란이 ‘서 일병 구하기’로 변질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국방부까지 나서서 서 일병을 옹호한다. 당·정 협의까지 했다고 한다. 북핵 대비나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이와 같은 혼연일체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군(軍)도 ‘부득이한 경우’ 병가(病暇)를 먼저 보낸 후 행정처리할 수도 있고, 지휘자가 전화로도 보고받아 휴가 연장을 해줄 수 있다. 문제는 서 일병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병가 19일 동안 3일만 병원에 갔을 뿐이다. 자신의 직속 지휘자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서 일병이 규정을 어긴 게 아니라고 강변해선 곤란하다. 또한, 군대는 개인의 권리보다 임무를 우선시하는 특수한 집단이다. 전투 대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법이 별도로 있다. 휴가 명령이 났어도 부대에서 호출하면 바로 귀대해야 하는데, 병사들이 몸이 불편하다며 일방적으로 휴가 연장을 하면 그게 군대인가?
귀대 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해 온 전통은 우리 군의 바람직한 유산이다. 확고한 군 기강과 전투 준비태세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풍이 확립되기까지 다수의 군인이 귀대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처벌도 받았다.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소중한 유산을 한 사람을 구하고자 희생시킬 것인가? 여당 정치인들은 법무장관 아들을 구하는 데 집착해 귀대 시간 엄수의 중요성을 마구 폄훼하고 있다. 그중 군에 다녀온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미국의 석학인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와 군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면서 상호 노력을 강조했다. 군은 철저한 정치적 중립의 태도를 가져야 하고, 정치인들은 군의 전문 영역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전자는 지켜지고 있지만, 후자는 점점 더 흔들리고 있다. 전화로 휴가 연장해도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국방부의 발표, 서 일병을 옹호하느라 진땀 흘리는 국방장관을 보면서 헌팅턴이 우려했던 모습, 즉 군이 정치의 시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고 보니 국군은 북핵 대응, 한·미 연합훈련 강화, 실전적 훈련보다 여당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더 바쁜 것 같다. 이래서야 싸워 이기는 군대가 되겠는가? 법무장관이 아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듯이, 예비역의 한 사람으로서 여당 인사들에게 요구한다. ‘군대는 건드리지 말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부탁한다. 군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상황을 보고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보호해 달라고.
모범 정치인이라면 이런 논란 자체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애초에 아들에게 최전방 복무를 권했을 것이다.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발생하면 사과부터 했을 것이다. 한때 그런 기풍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인 것 같다. 그래도 보통사람만큼이라도 규정을 준수하고, 정직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 정부 인사들은 왜 이렇게 변명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많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한 말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은 “한국군은 나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핵무기를 가져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우리 군의 기강이 무너져가는 것을 알게 된 결과이지 않을까? 이번 서 일병 사태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대의 민낯을 본 김정은이 더욱 자주 핵 단추를 만지작거릴 것 같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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