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기술혁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대선, 혁신적 경선방식으로 민심 감동시킬 스토리 필요
보수, ‘혁신적이면서 고통 함께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개혁해야
대통령 되려면 3지가 필수, 이미지·메시지·권력의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안전장치로 공수처와 사법부, 언론과 국정원을 장악하고 재집권 시나리오까지 기획해 놓았건만 그들의 불안감은 다스려지지 않는 모양새다.
청와대 비서진의 행태나 여당 의원들의 우왕좌왕 각자도생의 언사와 돌출 행동들이 그 반증이다. 하인리히 법칙에서 말하듯 큰 재난에 앞서 크고 작은 경미한 사건들이 이를 예고해준다는 징후론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난파선의 쥐 떼처럼 부화뇌동하는 꼴이다. 앞으로 갖가지 실수와 말 뒤집기는 물론 복잡다기한 국정과제들을 이념과 지지율만으로 접근해온 코드 정책들의 폐해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레임덕 수준이 아닌 몰락의 길에 들어섰음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를 이어 무너진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할 수권 세력을 지휘할 지도자는 누구인가? 차기 대통령이야말로 설령 성공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점철될 임기’를 감당해내야 한다. 이런 고난의 길을 기꺼이 걸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지도자를 과연 찾아낼 방도는 있는가? 보이지 않는다면 찾아서 세워야 한다. 만들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은 걷어치워야 한다.
과거처럼집권 후 이른바 킹메이커랍시고 나라를 다시 혼란스럽게 할 여지가 있는 집단의 계책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게 옳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차기 대선 후보는 21세기의 시대적 흐름을 읽고 국정을 주도할 통찰적 리더십을 지닌 신뢰도 높은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핵심은 경선과정의 혁신에 있다. 정치적 기득권에 유리한 기존의 경선방식으로는 시대적 변화와 기대를 담아내는 후보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혁신적이면서 고통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보수 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비호감과 무감동이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거나 진정성이 없는 사람을 차기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간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꿈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후보가 지녀야 할 품성과 자질은 어떠해야 하는가?
먼저 정치인이 아닌 공직 경험자 중에서 자유 우파의 20대 대선 후보자로 드러난 인물들을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심스레 거명해본다. 떠오르는 이는 연장자 순으로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前) 경제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등 세 사람이다. 물론 ‘3+α’면 더 풍부한 인재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세 사람은 장관급 직위를 거쳤거나 수행 중이기에 국정 운영에 필수적인 행정 역량의 보유 여부에 대한 논란에서는 자유롭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이 공감하고 울림을 주는 스토리가 삶과 행적에 절절히 배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마디 말과 글 속에서 메시지가 감동으로 살아서 바람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는 국가가 당면한 위기를 관리함과 동시에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가는 길잡이다. 개인의 삶에서 역경 극복의 스토리를 핵심으로 삼는 까닭이다.
세 사람의 삶은 제각기 독특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먼저 최재형 감사원장은 사법고시 합격 후 연수원 시절, 장애가 있는 동료를 업어서 등원을 도왔던 감동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판사로서 순조로웠던 공직생활의 끝 무렵에 그는 감사원장직에 임명됐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사수하려는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된 감사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집권세력의 사퇴 압박과 대치 중이다.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소신 담긴 강변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올여름 수해로 인한 태양광 난개발 비판과도 맞물려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치수효과를 두고서도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유년과 청년기를 보냈다. 소년가장으로서 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이 되어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을 마쳤으며,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후 경제관료의 정상까지 오른 실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세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정과제와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그의 역량은 ‘정책 수립의 마스터’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출중하다. 대학의 총장직까지 수행하면서 쌓아온 행적과 얻은 명성은 국가 경영에 쓰일 일만 남았다는 평을 듣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력을 잃은 경제의 복원과정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감마저 드는 배경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 정권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면서 검찰 총수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배신의 아이콘이 되면서 온갖 굴욕과 핍박을 받고 있다. 정권의 시녀가 되길 자처한 대법원장, 경찰청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의 수장이 즐비한 데 비해 그는 충견이 되길 거부한 것이다. 정권의 화살받이가 돼주길 기대했는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넘어 불의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기개를 보임으로써 헌법정신의 수호와 함께 검찰이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외롭게 지켜내고 있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를 그가 어떻게 극복해낼지 지켜보는 것조차 비통스러울 따름이다.
이 세 사람이 지닌 스토리의 공통점과 차별성, 대선 후보로서 갖춰야 할 역량 그리고 좌파 세력과의 대결에서 꿋꿋이 견뎌낼 다부진 맷집과 앞으로 다져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대통령이 되려면 3지가 필수적이다. 필자 나름으로 짚어본 이미지, 메시지, 권력의지가 그것이다. 이 세 사람은 정치를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여의도의 문화와 생태계는 안다. 민심과 공감하려는 의지와 능력은 정책 역량을 넘어서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생물이고 바람을 먹고 산다’는 논리를 신봉하는 정치인들과 대적할 수 있는 그들이 지닌 최강의 경쟁력은 대의와 시대정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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