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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약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2020-07-16 10:12:48

◆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칼럼입니다.

 

이달 초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한 해 세 번째 편성된 것인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육책이지만, 처방이 너무 잦고 검증도 부실해 후과가 걱정된다. 새 정부 출범 3년 남짓인데 벌써 여섯 번째 추경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5.8%로 유럽연합(EU) 권고치(3%)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매년 흑자였던 통합재정도 적자로 돌아선다. 올해 적자국채만 100조원에 다가서고, 국가채무는 GDP의 43.5%로 1차 방어선 40%를 훌쩍 넘는다.

물론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각국은 전례 없는 크기와 속도로 재정과 금융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금기처럼 여기던 ‘헬리콥터로 돈 뿌리기’도 낯설지 않다.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운 선진국은 재정 의존도가 더 심해 올해 적자가 GDP의 10%를 넘길 전망이다. 미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국채로 전쟁 경비를 마련했던 2차대전 끝 무렵 기록을 머잖아 갈아치울 태세다. 경영자문사 매킨지는 지구촌 재정 건전성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복원하려면 어림잡아 50% 증세나 25% 지출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추정한다. 무척 어려운 과제다.

빚내서라도 일단 돈 쓰고 보자는 최근 추세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의 분석도 한몫했다. 그는 2019년 미국경제학회 기조연설에서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다면 정부 빚의 부작용은 무시해도 된다고 주창했다. 하지만 후버연구소 마이클 보스킨 교수는 블랑샤르의 논지가 너무 단순한 가정에 기초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보스킨은 학계 주류의 견해가 여전히 옳다고 봤다. 곧, 정부가 빚을 많이 지면 민간 투자와 소득이 줄고 세금은 늘며 물가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불공평하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양측의 중간쯤 입장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1999~2001년 재임)은 연방정부의 빚 걱정에 확장정책을 자제할 필요가 당장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자율이 낮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으며, 달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라 미국의 국채 수요는 무한하다는 게 그의 논거다. 다만 그는 부채의 비용도 유념해야 하며, 평소엔 정부 지출을 차츰 줄이고 서민이 내는 세금이라도 조금씩은 올려 정부 빚의 팽창을 막자고 강조한다.

정부 부채 용인론과 절제론의 논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부채 용인론에도 앞서 살핀 몇몇 전제가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은 달러를 찍어 중앙은행이 정부 빚을 떠안을 수 있는 안전판이 있다. 반면에 자국 중앙은행이 정부 빚을 통제할 수 없는 유로존의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은 2011년 재정 위기로 경제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기축통화국이라도 헤프게 빚을 내선 안 된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2006~2009년 재임)은 지금 속도로 미국 재정이 훼손되면 달러 지위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닭과 달걀처럼 선후는 알 수 없으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봐도 국력은 재정 건전성과 떼어놓을 수 없다. 컬럼비아대학 글렌 허바드 교수는 초강대국 로마, 오스만, 명(明)이 망할 때의 공통점으로 피폐해진 재정을 손꼽았다.

기축통화국도 아니려니와 그밖에도 우리가 재정 건전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숱하다. 우선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세입은 줄고 복지 소요는 치솟을 게 뻔하다. 남북 경제 협력도 돈 없이 추진하긴 어렵다. 정부 빚 통계에는 빠지지만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막대한 잠재 부채도 증가 일로다. 또 다른 위기 때 재정이 최후 보루가 되려면 최소한의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 이자율이 낮다고 안심할 순 없다. 최근 세계은행 분석과 IMF의 기계학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부 빚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이자율과 재정위기 확률이 급등했다.

빚은 공짜가 아니다. 자칫 빚의 편익은 사유화되고 그 비용만 공유돼선 안 된다. 복지 선진국도 채택하지 못한 기본소득이나 전국민 고용보험을 서두를 때가 아니다. 국회의 재정심사(‘지갑의 힘’)가 보강돼야 한다. “야당 없는 예산 심사가 오히려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됐다”는 여당의 비아냥은 너무 나갔다. EU처럼 적자와 부채의 기준치, 아울러 의무지출을 늘릴 때는 그 재원도 함께 확정하는 ‘페이고(PAYGO)’ 준칙 도입이 절실하다. 한때 기준금리 결정의 표준이 됐던 ‘테일러 준칙’을 재정정책에 원용하는 다양한 대안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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