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조평규 전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의 칼럼입니다.
中, 50년간 홍콩 자치권 보장 약속 사실상 '폐기'
아편전쟁 '치욕' 겪은 中···외세 개입 절대 '용납' 못해
홍콩 인력·자본 탈출 '가속화'에도 中 '자신감' 배경
홍콩 둘러싼 미·중 갈등 속 우리나라 대응방안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 홍콩인에 의한 홍콩의 자치 보장을 원칙으로 하며, 불순세력 및 외국과 결탁해 홍콩특별행정구 내에서 불법과 공포,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국가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범죄 행위로서 중국의 법률에 의해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지난 6월 30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이같이 발표한 후, 바로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홍콩 국가안전법(일명 홍콩보안법)을 시행했다.
◆ 中, 50년간 홍콩 자치권 보장 약속 사실상 '폐기'
홍콩보안법은 총 6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네 가지 범죄를 범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홍콩 시민들은 물론 홍콩 내 외국인이나, 홍콩 영주권자와 홍콩에 설립된 기업이나 단체가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보안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는다.
또 필요할 경우, 중국정부가 관할권을 갖고,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까지도 중국 본토의 최고인민검찰원과 최고인민법원이 지정한 기관이 맡을 수 있다.
1984년 영국과의 홍콩반환 협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34년까지 50년간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홍콩 자체에 고도의 자치권(高度自治權, high degree of autonomy), 홍콩인에 의한 통치(港人治港)를 보장해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중국 정부는 약속을 사실상 폐기했다.
◆ 아편전쟁 '치욕' 겪은 中···외세 개입 절대 '용납' 못해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긴급히 제정한 것은 미국 등 외세들이 개입해 홍콩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다. 중국의 주권과 공산당 정권에 대한 도전은 중국의 내정 간섭이고,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 간주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콩은 본래 중국의 땅이었다. 과거 영국이 무역역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1839년 당시 청조(淸朝) 관리 흠차대신(欽差大臣) 임칙서(林則徐)는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해서 불태우고 상인들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를 계기로 발생한 아편전쟁에서 청조가 패하면서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한 치욕의 역사를 가진 곳이 바로 홍콩이다.
1842년 난징조약(南京條約)에 따라 청조가 홍콩을 영국에 할양한 후, 1898년 홍콩을 영국에 99년간 임차하는 협정을 맺었다. 임차 기간이 끝난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됐다. 중국 중앙정부는 자국의 땅이 영국에 할양당하는 치욕을 참으며, 회복한 영토에 대한 애착과 굴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홍콩에 대한 외세의 간섭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베이징 당국은 홍콩 문제에 관해서는 조금도 양보하거나 후퇴 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중국이 국제적으로 고립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중국의 핵심 이익을 포기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 홍콩 인력·자본 탈출 '가속화'에도 中 '자신감' 배경
홍콩보안법 시행은 미·중간 코로나19 발생 책임론, 무역전쟁, 환율전쟁, 채권 전쟁 등으로 확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을 통해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봉쇄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서, 미국과 중국을 블록으로 하는 신 냉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홍콩에는 1300여개 미국계 기업과 8만5000여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홍콩은 금융, 무역, 물류 및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루고 대중 교역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국은 이곳에서 지난 10년간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의 중요한 거점 지역이다.
홍콩보안법 시행은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에 홍콩달러를 고정시키는 페그제(Peg System)는 당장은 아니지만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페그제가 폐지될 경우, 홍콩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금융시장에 대한 안정감을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 영향으로, 금융기관과 자금 그리고 고급인력의 홍콩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이 담당했던 역할의 상당 부분은 조세피난처 수준의 세금우대를 내걸고 기업의 유치 정책을 펴고 있는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일부는 파격적인 외자유치 조건을 제시하는 일본으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홍콩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나, 국내 법적인 장벽과 세금, 규제, 노동의 경직성, 52시간제 등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 정부의 홍콩기업 유치 노력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중국 정부는 홍콩인들의 급격한 탈출에 대해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탈이나 이민으로 홍콩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본토인들에게 부동산과 주식 취득을 허용하면 된다. 이로써 홍콩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금방 메꿀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급 금융 인력의 유출에 대해서도 걱정이 별로 없다.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의 전략적 목표 아래 홍콩에서 교육이나 훈련 받은 본토 출신의 젊은 금융인들의 층이 상당히 두껍다. 본토의 일류 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은 홍콩에서 취업을 '꿈의 직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급인력 충원은 문제가 안 된다. 홍콩이 대륙 출신의 중국인에 의해 '통치'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 홍콩 둘러싼 미·중 갈등 속 우리나라 대응방안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중 경제권의 디커플링(Decoupling)과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으로 탈 중국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물론 대다수의 서방 기업들은 중국의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미국 편에 서기엔 무리가 따른다.
미·중 양국은 경제적인 이해 관계에 따라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는 관계다. 우리가 어느 한 편만을 든다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콩은 중국의 영토임에 틀림없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영국이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아편을 중국에 팔려다가 발생한 전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100년이나 점령한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서양을 문물을 받아들여 경제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의 흉내를 내던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중국으로 반환된 후의 홍콩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문제다.
다만, 중국은 1984년 영국과 맺은 협정에서 자유와 민주, 그리고 자본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준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리고 중국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 생명존중, 인권, 자유를 제한 하는 법률의 제정과 시행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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