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정세현 "주한미군 철수 못한다" 등
정부 인사들 무책임한 발언 쏟아내
집권세력, 한반도 평화 과신 말고
한미동맹 실질적인 성과 제시해야
안보에 관한 한 현 정부에서는 책임 있는 인사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일상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잊을 만하면 한마디씩 걱정스러운 말을 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곤 한다. 최근에도 그는 주한미군 감축을 비핵화 카드로 사용하자고 말했고 “백악관이 ‘봉숭아학당’ 같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대포로 안 한 게 어디냐”라고도 했고 북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특별히 문제 삼은 것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발언이다. 그는 7일 한 라디오 방송 뉴스쇼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든 것은 미국” “(한미) 워킹그룹이 없어도 한미동맹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미국을 섭섭하게 하고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주한미군은) 절대로 철수 못한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전지전능한 존재도 아니면서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이와 같이 거침없이 예단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할 뿐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책임질 복안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당연히 집권세력의 말은 더욱 무거워야 한다. 국가의 안정과 번영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이 주목해주는 데 흥분해 무책임한 전망과 처방을 남발해서야 되겠는가. 북핵 개발을 차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때 어느 정부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와 능력도 없고, 개발하면 책임지겠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전망과는 반대로 북한은 수소폭탄까지 개발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고 말았다. 필자를 포함한 상당수 국민들은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연방제 통일을 강요하거나 전쟁을 일으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그 정책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 반성하거나 사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반 전 총장의 고언을 수용하는 시늉이라고 하겠지만, 현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 전 총장의 발언이 “구시대적 사고”라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고” “지난 보수정부에서 있었던 전쟁의 불안감은 단연코 지금 우리 곁에 없다”고 주장했다. 몇 년을 소모하고도 방위비분담 문제 하나 원만하게 타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미동맹이 어떻게 해서 튼튼하다는 것인가. 미국은 2018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부터 ‘핵우산’이라는 말을 배제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양국 국방부 간에 구축됐던 ‘확장억제전략위원회’는 거의 가동되지 않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완성해 버리면 미국에서는 본토를 위험하게 만드느니 한국을 포기하자는 여론도 제기될 것이다. ‘전 한반도 공산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고 경제적 회생을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는 북한이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고 판단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남한에 연방제 통일을 강요하거나 기습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같이 위중한데도 지금 당장 북한이 공격하지 않는다고 전쟁위험이 없다고 말하는가. 국방의 본질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만전지계를 강구하는 것이라는 기본원리조차 모르면서 집권세력이라고 자처하는가.
현 정부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에게 조언 한마디 하고자 한다. ‘제발 발언에 신중합시다. 자신의 지식이나 안목을 과시하고자 아무 말이나 내지르지 맙시다. 무책임한 언사 대신에 북핵 위협 해소와 한미동맹 강화의 실적과 성과를 제시하세요. 북핵 위협의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필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 설명해주세요. 안보가 말로 된다면 왜 우리 선배들이, 세계 각국이 그렇게 노심초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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