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단순하다. 그동안 국고에서 지원받은 보조금과 시민기부금 중 회계장부에서 누락됐거나, 앞뒤가 안 맞는 37억 원이 본래의 목적 대신 엉뚱한 곳에 쓰였는지 아닌지를 밝히면 되는 문제다. 11차례에 걸쳐 윤 의원 개인 계좌로 받은 2억8000만 원의 행방과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안성 쉼터를 비싸게 사서 싸게 되파는 과정에서 4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이유를 국민에게 해명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했다. 그러나 윤 의원과 정의연 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절대다수는 위안부 운동을 부정(否定)하거나 대의를 손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시작된 30년간의 위안부 운동 성과와 그 역사적 의미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공헌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의 개인적 비리(非理)나 정의연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형사처벌과 관련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결코, 묵인하거나 면죄부가 주어질 수 없다.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저서 ‘스킨 인 더 게임’에서 ‘자신이 도덕적이라고 말하는 삶의 방식을 온전하게 따르지 않으면서 도덕을 말하는 것은 훨씬 더 부도덕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행동이 도덕적이지 않다면,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없고 도덕을 주장해서도 안 된다며 ‘도덕을 팔지 말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이미지, 사적 이득, 직업적 성공, 사회적 성취를 위해 도덕을 이용하는 사례는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여성계 출신 정치권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정의연이기에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태도와 해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당연하다.
윤미향 사태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파괴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공공부문을 희생해 개인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富)나 권력을 얻는 행위가 부패다. 윤미향 사태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히지 않으면 신뢰에 기반한 사회제도가 부패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감싸는 결과가 된다.
지난해 3만3700여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나 용역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지원받았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시민사회단체가 투명하게 이를 사용하고 공개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국가는 세금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고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여성가족부의 국회 자료 제출 거부가 정의연의 불법과 비리를 비호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윤미향 사태는 지극히 개인적인 불법과 비리 사건이다. 모든 의혹을 국민에게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진상 규명에 소극적일 때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정부의 권위와 정당성에도 심각한 균열이 갈 수 있다. 일본과의 외교관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의연도 타락한 한 시민사회단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해명이 있어야 한다. 만절(晩節)을 보면 초심(初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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