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作家가 모든 등장인물 알고 있듯
전지적으로 참견하고 구경할 뿐
모두 피해자 될 수 있단 생각 없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안 드러내
정부 관리와 군인 가운데도 많아
북한이 수소폭탄을 계속 생산하면서 다양한 첨단 미사일들을 시험발사 해도, 심지어 ‘새로운 길’이라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와 전원회의를 개최해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년 정도의 외교적 비핵화 노력이 아무런 성과가 없어도 반성이 없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무기 개발, 미국과의 핵공유, 선제타격 태세와 미사일 방어망의 확충 등은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는다.
‘전지적 작가 시점’(全作視·전작시)이라는 말은 3인칭 서술의 방식으로서, 작가(作家)가 등장 인물들의 모든 상황과 입장을 완전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소설을 쓰는 방식이다. 이것이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이라는 TV 프로로 패러디돼 인기를 끌자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는 ‘전지적 구경 시점’(전구시)이라는 코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 세 가지 시점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실상이라고 본다.
방송이나 각종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를 토론하는 학자의 대다수는 ‘전작시’로 행세한다. 그들은 한국과 북한은 물론, 미국·일본·중국 등 관련국들의 내밀한 의도와 전략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자신은 상관이 없는 듯이 제3자 시각에서 제반 상황을 분석한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때면 통보라도 받은 것처럼 북한의 의도와 책략에 대해 확신을 갖고 말한다. 현 정부 관리 중에도 전작시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전작시의 학자와 관리들은 전참시 단계로 이행한다. 제3자의 시각에서 정부와 군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그들에겐 너무나 명료한데 정부와 군이 바보처럼 이행하지 못하는 특효약을 처방하곤 한다. 그들은 북한에 대한 조언도 서슴지 않고, 미·일·중에 대한 훈수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들은 국제정치의 고수이고, 관련국과 정부들은 하수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현재의 사태로 악화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자랑하고, 향후 사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들은 언제나 전구시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리나라’ ‘내 나라’ ‘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북한 핵 공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없고, 이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냉정하고 객관적인 ‘제3자’이고 ‘구경꾼’이다. 북한의 핵무기 증강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객관적으로 전달 및 평가할 뿐 우리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 중 상당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고, 자녀의 대다수도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취직해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부터 필자는 해외 동포들이 북한 문제나 통일 문제를 토론하자고 하면 피한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꿔 귀국해 정착하면 토론하자면서 거절한다. 그렇지 않은 동포가 더 많겠지만, 내가 만난 대다수는 ‘전작시·전참시·전구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주변의 지식인들과도 북한이나 북핵에 대해선 논의하기가 꺼려진다. 그들의 전작시·전참시·전구시가 해외 동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느끼는 사람이 필자뿐일까?
더욱 암담한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임무를 띤 정부 관리들과 군인 가운데도 ‘전작시·전참시·전구시’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고, 나아가 이 ‘전작시·전참시·전구시’가 이제는 모든 국민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와 군대는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을 경원시하고, 상당수 국민도 남의 이야기처럼 북핵을 말하면서 즐겁게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걱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백안시(白眼視)한다. 이러고도 안전하다면 왜 선진국과 그 국민들은 저토록 안보를 걱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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