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부품ㆍ소재 수출규제가 두 달 넘어 계속되고 있다. 소재ㆍ부품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이다. 우선 한국 소재산업은 매우 영세하다. 2018년 화학소재산업 전체 매출액은 230.7조원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OECD국가 중 3위로 절대 규모는 작지 않다. 그러나 한국 화학소재기업 1개사 당 매출액은 2,486억 원으로 OECD 25개국 중 18위, 영업이익은 189억 원으로 21위, 기업별 종업원 수는 1,025명으로 22위이다.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은 7.9%로 20위, 수익성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6%로 21위에 불과하여, 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이다. 부품ㆍ소재 무역흑자는 중국 비중이 부품 38%, 소재 15%로 매우 높아, 중국이 기술을 추월하면 흑자폭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일본ㆍ독일 등 소재 선진국에 대한 소재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2018년 일본 66억 달러, 독일 13억 달러) 상태이다.
나아가 주력 업종의 장비, 소재 등의 일본 의존도는 매우 높다. 특히 일부 핵심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일 의존도 절대적이다. 예컨대 2018년 리지스트 도포 장비의대일 의존도는 98.7%에 달하고, LCDㆍLED 등 제조를 위한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대일 의존도는 82.8%에 달한다. 컴퓨터 수치제어반(CNC) 등 공작기계에 있어서도 국내 제조업체의 일본산 장비 사용 비중이 절대적이다. 정책 당국자는 한국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안이하게 수입에만 의존해 왔다면서 비난하고 있지만, 부품ㆍ소재 생산 주체인 중소기업들은 화관법ㆍ화평법 등 수많은 규제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하기도, 생산하기도 어려웠다고 하소연 한다.
소재ㆍ부품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중소기업이 소재ㆍ부품 강소(强小)기업이 되려면 기술개발로 혁신적인 제품을 내 놓아야 한다. 혁신적인 제품은 과감한 연구개발(R&D)과 실험장비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또 대량생산한 제품의 판로확보가 중요하다. 결국은 돈과 판로 확보가 문제인 것이다. 돈은 은행 대출을 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려울 때 대출금을 오히려 회수하고 위험은 고객에게 떠넘기기를 주저하지 않는 한국 금융에게 무언가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문제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중견ㆍ중소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생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계열사 아닌 회사에도 지분투자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법적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제거 방법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인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를 철폐하면 된다.
첫째, 지주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가 아닌 국내회사의 주식 한도를 당해 회사 발행 주식총수의 100분의 5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풀어서 소재ㆍ부품전문기업에 대해서는 5%를 초과, 적어도 20~40%의 지분취득을 허용해야 한다.
둘째,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계열사 인수 시 공동 출자ㆍ투자가 금지되어 있는데, 소재ㆍ부품전문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해금(解禁)해야 한다.
셋째, 지주회사는 증손회사 보유가 원칙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취득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데, 소재ㆍ부품전문기업에 대해서는 이 규제도 풀어야 한다.
넷째, 대기업이 투자한 소재ㆍ부품전문기업이 생산한 물건의 구입에 대해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을 제외하여야 한다.
다섯째, 공동으로 소재ㆍ부품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열기업이 다른 계열기업을 지원하는 경우 부당지원행위 적용을 제외하여야 한다.
우선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 다섯 가지 규제만 풀어도 대기업이 필요한 소재ㆍ부품전문기업에 대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고, 또 그 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함으로써 소재ㆍ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대기업의 소재ㆍ부품전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로 인한 경영권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 현행 상법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무의결권주식 발행으로써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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