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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상식과 너무 다른 정부의 안보정책
 
2019-10-14 11:45:16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핵 무장한 北 경계·대비 않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균열
국민은 '북핵위협' 걱정하는데
"평화 도래" 안이한 인식 되풀이

 
현 정부의 안보정책은 정말 특이하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이 2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북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북핵 위협에 대한 ‘플랜B’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포함한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남한 공격용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신형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도 경각심을 바탕으로 강구하는 새로운 조치는 없다. 북한이 잠수함 건조 사진을 공개한 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해 미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잠재력까지 과시하고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해도 미국의 안보공약 이행 여부는 걱정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어떤 비책(秘策)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태연할까.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안보상식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와 반대다. 휴전상태이고,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으며, 핵무장까지 성공한 북한을 적으로도 규정하지 않고, 경계하지도 않으며, 조롱과 협박을 당해도 분개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옹호하고 여건만 되면 북한을 지원하려 한다. 북핵을 폐기해야 경제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정책에 오히려 불만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임에도 이들에 대한 폭정과 탄압에는 철저히 침묵한다. 친북의 언동은 이해하고 반공의 노력은 폄하하는 분위기다. 군이 북핵 대비보다는 주변국 대비로 방향을 전환해도 아무 말 않고, 대통령이 군의 북핵 대비태세를 점검했다는 보도는 없다. 오죽 불안했으면 예비역 장군들이 이전 및 현 국방부 장관을 ‘이적죄’로 고발했겠는가.
현 정부의 외교정책도 상식과는 너무나 다르다. 냉전시대부터 한반도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대결의 최전선이었고 최근 ‘신냉전’이라는 말이 대두됐듯이 그 이념대결 재개의 기미가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의 맹주이면서 동맹국인 미국과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채 북한을 동맹으로 지원하는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지향한다. 북핵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 국민 보호용이기도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내정간섭에 반박 한 번 못하고 무역제재 조치의 완화만을 고대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은 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까지 파기함으로써 한일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각한 북핵 위협상황에서도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해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면제해주려고 한다. 현 정부는 나름대로 외교정책 방향을 보유하고 있기는 한가. 

더욱 비상식적인 것은 현 정부의 무조건적인 국민 안심시키기다. 대부분 정부는 ‘안보팔이’로 비난받을 정도로 오히려 위협이 심각하다고 경각심을 강조하는데 현 정부는 아무런 보장이 없음에도 “전쟁이 끝났다” “평화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북한의 핵능력이 어느 수준이고 어떤 위험이 심각하고 정부의 대응방향은 어떤지를 설명하고 있는 정부의 자료는 없다. 북한이 단 한 개의 핵무기를 가져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국민의 생존대책과 행동요령을 교육시켜야 할 것인데 정부는 핵대피라는 단어조차 거론하지 않은 채 일본과 하와이가 실시하는 대피훈련을 구경만 한다. 언제부터인가 총력안보라는 단어는 정부 문서에서 사라졌다. 국가안보라는 정부의 핵심과제를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복안인가. 

21세기의 자유로운 시대에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적화통일을 걱정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수십만 또는 수백만의 국민들이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거리에 나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면서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걱정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현 정부는 선의와 중재역할만으로 북핵 폐기에 성공한 특별한 정부가 되든가, 아니면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국가를 패망시킨 이상한 정부가 될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도박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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