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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최저임금 시행령案, 철회해야 한다
 
2019-01-02 11:25:38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오는 31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근무를 채운 근로자에게 주는 하루치 유급 휴일수당이다. 이는 주 6일을 근무하던 1953년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낡은 제도다.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일하는 날 임금을 주는 것도 힘든데, 일하지 않는 날까지 임금을 줘야 한다니,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줘야 할 임금은 크게 늘어난다. 또,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면 월 근로시간이 209시간(주 40시간+주당 법정 주휴시간 8시간씩 1개월 4.5주로 계산)으로 대법원 판례가 인정한 174시간에서 대폭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매월 지급되는 기본급과 상여금, 급식비 등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액만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 강성 노조 사업장일수록 토요 유급휴무, 휴게시간, 대기 시간 등 유급 처리 시간이 많고, 최저시급은 낮게 계산되고 있으며, 비(非)고정적인 수당 등이 많다. 실제로는 각종 수당 등을 합쳐 연봉 5000만∼6000만 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에 미달할 수 있다. 

결국, 근로자가 받아야 할 돈과 일하지 않았으면서도 일한 것으로 계산되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실제 받는 돈은 적은 것으로 계산되는 부조리가 생긴다. 이 부조리는 강성 노조가 지배하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저임금자 보호라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반한다.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고 결국 전체 인건비의 인상을 초래한다.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더 커지며, 정규직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기본급을 높이고 각종 수당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6개월의 유예기간에 노조와 합의해 이를 조정하라 한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고통은 기업에 떠넘겼다. 답답한 것은 기업이지 노조가 아니다. 굳이 수당을 깎을 이유가 없는 노조는 기본급만 더 올려 달라 할 게 뻔하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은 두 달에 한 번 100%씩 주던 상여금을 50%로 나눠 매달 주겠다고 제안했다. 매달 주면 고정급의 성격을 갖게 되고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양 노조는 당연하게도 부정적이라 한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책정됐지만,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만30원이 되므로 웬만한 대기업도 견디기 어렵다.

특히, 위기에 빠진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는 가속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출이자도 못 갚는 부품사들이 속출하는 등 부품업계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차 부품사 ‘리한’이 지난 7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중견 부품사 ‘다이나맥’ ‘금문산업’ 등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중견 부품사 100곳 중 82곳은 올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반 토막 났고, 영업이익률은 한계기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수준인 1.84%다. 

직원에게 연봉 5000만∼6000만 원을 지급하는 대기업조차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철회해야 한다. 기업이 임금 체계를 전반적인 개편할 시간,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고, 정부는 꼬일 대로 꼬인 임금 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졸속으로 처리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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