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7 16: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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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前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한다. 국무총리는 복지 프로그램의 누수와 낭비를 바로잡겠다고 했고, 경제부총리도 성과가 미흡한 예산사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출 구조조정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 그동안에도 해 왔지만 최근 더욱더 절박해졌다. 지난해 세입이 예산보다 11조 원이나 덜 걷혔기 때문이다. 세수(稅收)가 3년 연속 목표에 미달한 데다 그 규모도 차차 늘고 있어 걱정이다.
일각에선 세금을 올리자고 한다. 하지만 증세는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증세는 경제 활력 회복에 치명적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좋은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선진국들도 194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고성장기에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했다. 담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증세가 아니면 다른 해법은 무엇인가. 빚을 늘릴 수도 있지만, 남북통일과 압축 고령화 등 장래 재정 소요를 고려하면 이는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정부부채는 연 7% 수준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결국, 대안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일밖에 없다. 적자 가계부에 맞닥뜨린 평범한 주부도 선택할 상식이 아닌가. 삼성그룹조차 올해 임직원 급여를 동결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도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맞아 강력한 지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재정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설정하고 자치단체는 2000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했다. 연금은 필요한 만큼 지급하던 방식에서 기여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고용주가 부담하던 연금보험료는 노사가 절반씩 분담하도록 각각 바꿨다. 누구나 받던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40%에만 지급하고, 적립금이 모자라면 자동으로 연금이 줄어들도록 했다. 근로 유인을 높이기 위해 사회보장 제도의 군살도 뺐다. 복지 수혜 요건을 강화했고, 현금 급여와 지급 기간은 줄였다. 실업수당 등 복지 급여에도 세금을 매겼다. 민간기관의 복지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면서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혜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스웨덴의 개혁은 놀라운 결실을 보았다. 재정은 1998년부터 흑자로 반전됐고, 국가채무는 1996년 GDP의 84.4%에서 지난해 40.2%로 급락했다. 복지 개혁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은 커졌다.
물론 아직 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를 스웨덴과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경남도가 손을 댄 전면 무상급식처럼 선진국보다도 느슨한 복지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 복지의 종착역은 자활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기초수급가구보다 복지 혜택을 받지 않은 빈곤가구의 탈(脫)빈곤율이 훨씬 더 높았다. 취지와 달리 복지 제도가 수혜자로 하여금 ‘복지 함정’에 안주하도록 이끈 셈이다. 앞으로는 소득 보장보다 취약가구 내 취업자 확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적어도 근로빈곤층이 일하지 않는 복지 수혜자보다는 유리하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복지 제도 외에도 구조조정 대상은 수두룩하다.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낭비성 유사·중복 사업들을 움켜쥐고 있다. 필요성이 적거나 심지어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나서서 육성·촉진·진흥을 명분으로 보조·출연·감면·정책 금융을 남발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에 맡기면 될 대학 정원 조정에 교육부가 예산을 무기로 입김을 유지하려는 정책이 한 예다.
2016년 미국 연방예산안은 ‘확증주의(evidenced-based)’를 강조했다. 빈곤층의 아동 보육을 지원해온 50년 역사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등이 효과가 없다는 반성에서다. 주요 예산사업은 ‘과녁 효율(target efficiency)’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오랜 관행, 지역 정서, 불확실한 추론이나 막연한 낙관이 혈세 지출 근거가 돼선 안 된다.
이참에 국정 과제들의 기울어진 수지 항등식도 복원하자. 세입이 부족하면 당연히 밟아야 할 수순 아닌가. 아울러 핵심 대선 공약의 재원 소요는 중앙선관위가 검증하고, ‘예산폭탄’처럼 저질 선심(善心) 공약은 추방해야 한다. 또 ‘의무 지출’을 늘릴 때에는 그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확정하도록 해야 한다. 빚을 내든, 기존 의무 지출을 줄이든, 증세를 하든 선택하도록 해야만 방만한 재정 팽창을 견제할 수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한다. 국무총리는 복지 프로그램의 누수와 낭비를 바로잡겠다고 했고, 경제부총리도 성과가 미흡한 예산사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출 구조조정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 그동안에도 해 왔지만 최근 더욱더 절박해졌다. 지난해 세입이 예산보다 11조 원이나 덜 걷혔기 때문이다. 세수(稅收)가 3년 연속 목표에 미달한 데다 그 규모도 차차 늘고 있어 걱정이다.
일각에선 세금을 올리자고 한다. 하지만 증세는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증세는 경제 활력 회복에 치명적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좋은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선진국들도 194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고성장기에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했다. 담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증세가 아니면 다른 해법은 무엇인가. 빚을 늘릴 수도 있지만, 남북통일과 압축 고령화 등 장래 재정 소요를 고려하면 이는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정부부채는 연 7% 수준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결국, 대안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일밖에 없다. 적자 가계부에 맞닥뜨린 평범한 주부도 선택할 상식이 아닌가. 삼성그룹조차 올해 임직원 급여를 동결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도 1990년대 초 경제위기를 맞아 강력한 지출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재정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설정하고 자치단체는 2000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했다. 연금은 필요한 만큼 지급하던 방식에서 기여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고용주가 부담하던 연금보험료는 노사가 절반씩 분담하도록 각각 바꿨다. 누구나 받던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40%에만 지급하고, 적립금이 모자라면 자동으로 연금이 줄어들도록 했다. 근로 유인을 높이기 위해 사회보장 제도의 군살도 뺐다. 복지 수혜 요건을 강화했고, 현금 급여와 지급 기간은 줄였다. 실업수당 등 복지 급여에도 세금을 매겼다. 민간기관의 복지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면서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혜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스웨덴의 개혁은 놀라운 결실을 보았다. 재정은 1998년부터 흑자로 반전됐고, 국가채무는 1996년 GDP의 84.4%에서 지난해 40.2%로 급락했다. 복지 개혁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은 커졌다.
물론 아직 복지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를 스웨덴과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경남도가 손을 댄 전면 무상급식처럼 선진국보다도 느슨한 복지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 복지의 종착역은 자활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기초수급가구보다 복지 혜택을 받지 않은 빈곤가구의 탈(脫)빈곤율이 훨씬 더 높았다. 취지와 달리 복지 제도가 수혜자로 하여금 ‘복지 함정’에 안주하도록 이끈 셈이다. 앞으로는 소득 보장보다 취약가구 내 취업자 확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적어도 근로빈곤층이 일하지 않는 복지 수혜자보다는 유리하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복지 제도 외에도 구조조정 대상은 수두룩하다.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낭비성 유사·중복 사업들을 움켜쥐고 있다. 필요성이 적거나 심지어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나서서 육성·촉진·진흥을 명분으로 보조·출연·감면·정책 금융을 남발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에 맡기면 될 대학 정원 조정에 교육부가 예산을 무기로 입김을 유지하려는 정책이 한 예다.
2016년 미국 연방예산안은 ‘확증주의(evidenced-based)’를 강조했다. 빈곤층의 아동 보육을 지원해온 50년 역사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등이 효과가 없다는 반성에서다. 주요 예산사업은 ‘과녁 효율(target efficiency)’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오랜 관행, 지역 정서, 불확실한 추론이나 막연한 낙관이 혈세 지출 근거가 돼선 안 된다.
이참에 국정 과제들의 기울어진 수지 항등식도 복원하자. 세입이 부족하면 당연히 밟아야 할 수순 아닌가. 아울러 핵심 대선 공약의 재원 소요는 중앙선관위가 검증하고, ‘예산폭탄’처럼 저질 선심(善心) 공약은 추방해야 한다. 또 ‘의무 지출’을 늘릴 때에는 그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확정하도록 해야 한다. 빚을 내든, 기존 의무 지출을 줄이든, 증세를 하든 선택하도록 해야만 방만한 재정 팽창을 견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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