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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난치병 경제 악화시키는 '정치권 善心 경쟁'
 
2015-03-16 14:21:46

* 김종석 홍익대 교수님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內需 키울 구조조정은 않고 정부·여야, 가계 소득증대와 최저임금 인상에 한목소리
無償 복지 후유증 심각한데 내년 총선 앞둔 망국적 公約 경제 미래 망칠까 걱정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년째 계속 하강하고 있다. 1990년대 8%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요즘은 그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머지않아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자산 가격과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이것은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다. 일본이 20년째 디플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고령화 추세와 불완전한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디플레이션을 맞을 때 발생할 대량 실업과 소득 감소, 서민생활의 어려움은 상상하기조차 괴롭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든지, 경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지 같은 논의는 부질없는 논쟁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오래 전 시작됐고 장기 불황 가능성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병은 난치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성장 잠재력을 올릴 처방과 해답은 오래 전에 다 나와 있다.

규제를 풀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 기업들의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고용제도를 개선해 기업들이 사람 쓰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하면 된다. 특히 내수활성화가 효과를 내려면 한국 경제의 생산 능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내수활성화를 하겠다며 가계 소득 증대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가계 소득 증대는 내수활성화의 결과지 수단이 아니다.

경제가 침체된 상태에서 억지로 가계 소득을 올리려니까, 기업 잉여를 쥐어짜서 주주배당과 임직원 봉급을 올리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궁여지책이다. 이 정책은 가뜩이나 높은 한국의 임금수준을 더욱 높여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가진 사람들의 소득만 올려 소득격차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소득이 얼마나 유효수요가 될지도 의문이지만, 인건비가 올라가면 고용이 줄고 생산량과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 정치권이 왜 한목소리로 가계 소득 증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왔을까.

그것은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벌써 표 얻기 선심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오는 쪽이 최저임금 근로자 수백만 표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로 누가 더 많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가를 놓고 경쟁할 것이 뻔하다. 어느 쪽도 여기서 물러서면 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가계 소득 증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무상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여야가 앞다퉈 선심 공약 경쟁을 했고,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복지 기대는 한없이 높아졌고, 여당은 복지경매시장에서 '승자의 저주'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 축소, 무상급식 중단,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이 복지 포퓰리즘 경쟁의 후유증이다. 결국 공약의 번복,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지지율 하락의 악순환이 초래됐다.

지금 정치권이 내세우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나 가계 소득 증대나 최저임금 인상도 표를 얻기 위한 선심 공약 경쟁의 시작이다. 아마 내년 총선에는 지난번 대선 때보다 훨씬 독성이 강한 망국적 선심 공약이 휩쓸 것이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한국 경제는 시들어 가는데, 우리 정치권은 경제를 볼모로 표를 얻기 위한 정략과 무책임한 선심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선거가 없는 2015년이 경제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골든타임은 이미 끝났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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