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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문재인 대표, 否定의 언어부터 버려야
 
2015-02-27 09:47:01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교수·정치학

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전당대회를 열어 문재인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박지원 의원과의 표 차이가 3.5%포인트에 불과한 박빙의 승리였다. 박 의원은 ‘성공한 실패’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선전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크게 봐서 ‘패권적 계파주의’를 청산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표가 “계파의 기역자도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한만큼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계파를 해체해야 한다. 그 시금석은 당 인사와 운영에서 ‘친노 편파성’ 논란을 잠재우고, 4·29 재·보선에서 파격적인 탈계파 공천을 하는 것이다.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하고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용기 있는 참회를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치중했던 과거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가령, 진영의 논리에 빠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익 차원에서 받아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장외 투쟁에 의존하지 않고 국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야 한다. 더불어 지난 총선에서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종북 세력으로 판정된 통합진보당과 부적절하게 연대했던 것도 사과해야 한다.

둘째, 실천하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핵심은 이념보다 민생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에 더 집중하는 ‘뉴 문재인 플랜’을 수립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진보의 전유물로 여겼던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제기해 승리한 것처럼 문 대표도 보수 어젠다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진보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시각으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문 대표가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제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쨌든 문 대표는 친노 강경파라는 인식을 털어내고 “성장과 안보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폭풍처럼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전면 부정(否定)의 언어에 더는 의존해선 안 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존재 여부가 달라진다. 한 언어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비생산적이고 과격한 사람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바뀌려면 긍정 대 부정의 언어 비율이 4 대 1이 돼야 한다고 한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그 비율이 5.8 대 1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야당은 전면 부정의 언어와 부분 부정의 언어를 구별하지 못했다.

막말을 하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부정하다 보니 대화와 타협을 스스로 불사르고 오직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만 몰입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잇단 대선 패배로 ‘불임 정당’이 되고 말았다. 문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 운운한 것은 실책이다. 아무리 박정부가 잘못한 점이 많더라도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 박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겠다”면서 야당 대표가 시작부터 대여 투쟁을 선언하면 어떻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문 대표가 ‘대권 재수 플랜’에 시동을 건만큼 이제부터라도 부정의 언어를 버리고 긍정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면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낳고 파멸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참회·실천·긍정’의 가치가 없는 변화는 기만이고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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