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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평창올림픽 '경포아레나' 빌바오 효과 귀담아 들어야
 
2015-01-06 09:41:32
고일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플라멩코의 발원지로 유명한 스페인 세비야에 가면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이라는 거대한 버섯모양의 목조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독일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가 설계해 2011년에 완공한 이 목조건축물은 2500m³의 목재를 사용해 4층으로 축조한 것이다. 폭 75m 길이 150m 높이 28m로 세계 최대 규모다. 낮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스페인의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는 곳으로, 저녁에는 문화적 향기가 가득한 다양한 공연장으로 이용된다.

세계 곳곳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새롭게 광장이 활성화되고 '빌바오 효과'로 지역 경제에 커다란 도움을 주게 되자 세비야의 혁신적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트로폴 파라솔 같은 목조건축은 생태건축의 대표 주자다. 그 실내 공간에서의 쾌적성과 친인체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건조된 목재의 수분 보유능력은 공기의 10~15배에 달한다.

목재 기둥과 보가 잘 노출된 실내의 상대습도는 인간에게 가장 쾌적한 42%(철근 콘크리트 건물보다 10% 포인트 낮다) 정도로 유지된다. 10㎝ 굵기의 목재 기둥하나가 맥주병 한 병 분량의 수분을 제가습(除加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목재 기둥과 보가 실내에 풍부하게 노출되면 곳곳의 결로(結露)를 막아 제습기와 가습기가 따로 필요치 않다.

우리보다 공기가 습한 일본은 그래서 주택의 절반이 목조주택이다. 일본은 2010년 '공공건축물 등의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모든 저층 공공건축물을 목조로 전환토록했다. 특히 학교건물의 목조화 비율을 80% 까지 끌어올리는 목조건축 보급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이름이 '리치몬드 오벌'이다. 아이스링크에서 과도하게 수분이 증발하면 선수들이 호흡 컨디션 조절과 경기력에 지장을 받고, 지붕 철골조에 맺힌 물방울이 낙하해 경기장 빙질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목구조가 조습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해 밴쿠버올림픽은 '리치몬드 오벌'을 목구조로 건설하게 됐다. 1800억 원을 들인 본 경기장은 목구조에다 철강재를 보완한 하이브리드 구조가 경기장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목조아치 제작에 사용된 목재는 밴쿠버 주변의 산림지대에서 대면적으로 발생한 해충 피해목 소나무로 가공한 집성재이다.

말라죽은 산림자원을 소중하게 활용함으로써 친환경 올림픽을 실천했다며 캐나다인들은 이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목구조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후 농구장, 배드민턴장, 아이스하키링크, 피트니스클럽 같은 사계절 애용하는 공공레저체육시설로 재탄생하며 시민들 품에 안겼다.

리치몬드 오벌 같은 규모로 지은 목구조 돔 경기장은 조사한 것만도 전 세계에 91개가 있다.

우리나라도 최초의 목조 돔 경기장 건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올림픽 피겨·쇼트트랙경기장 '경포아레나'가 그것이다. 2018년 세계인들이 지켜보게 될 본 올림픽 경기장이 설계대로 완공된다면 길이가 95m에 달하는 대형 목조 아치(arch) 6개가 경기장 지붕을 떠받치는 돔 형태의 목조건축물이 탄생한다.

경기장이 목구조이기 때문에 경기장의 조습기능은 말할 것 없고 음향과 흡음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는 피겨 경연의 특성상 명품 경기장이 될 것이다. 산림녹화시절 국민들이 한 그루 한 그루 심어서 길러낸 40~50년생 낙엽송 원목 6000㎥(10t 트럭 600대 분량)이 목조 아치용 집성재 제작에 투입된다.

산림청이 전량 무상 공급할 계획인 이들 원목 중에는 환경단체와 약속한 대로 가리왕산 올림픽 스키 슬로프 공사 때 발생되는 벌채목도 포함된다.
지난 50년 세월동안 정성으로 키운 산림자원이 체육 레저시설로서, 또 기념비적 올림픽 건축 문화유산 '경포아레나' 품에 돌아와 향후 200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올림픽 예산 절감 방침에 따라 '경포아레나' 목구조 설계를 철골조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경포아레나 총 건설비의 1%에 불과한 11억 원 절감을 위해 2년 전에 확정해 시공 직전에 있는 목구조 설계를 철골조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철골로 바꾸려면 설계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돼 시공기간이 짧아져 부실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장 시설의 경제성은 단순 건설비만 계산할게 아니라 시설 유지관리비용을 포함한 전과정 비용(LCC)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따져야 한다.

성공한 올림픽의 판단 기준은 건설비용 절감보다는 올림픽 사후 효율적 활용이 훨씬 더 본질적이다. 창조경제의 혁신적 목구조 올림픽경기장이 허무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관계자들은 태평양 건너 밴쿠버와 세비야에서 들려오는 목구조 건축의 '빌바오 효과'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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