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6 17:30:30
從北이란 무엇인가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종북(從北) 성향’이라고 발언한 어느 우파 인사에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종북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런 논란은 종북이라는 용어가 다의(多義的)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고, 논란의 잣대가 개인의 생각과 입장에 따라 뚜렷한 경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유의 도구이기 때문에 다의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 대치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종북처럼 다의적인 용어에 대해 법원 판결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회과학적으로 정립된 개념도 아니고 법률적으로 확정된 용어가 아닌 상태에서 법원 판결이 자칫 용어를 규범화하는 위험성 때문이다.
종북의 사전적 의미는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다.(네이버 백과사전) 다소 조작적 정의지만 ‘주체사상과 북한 노선’의 추종 정도에 따라 종북의 강도를 나눌 수 있다. 즉, ‘주체사상과 북한 노선’ 전폭적 지지 입장에서 북한에 굴종하느냐, 우호적 입장에서 북한 입장을 두둔하느냐가 기준이다. 전자는 주로 민족해방(NL)계열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보 수사적 측면에서 종북을 좁은 범위에서 정의한 것이다. 반면 후자는 협의(狹義)의 종북 세력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북한 노선에 우호적인 노선과 입장을 견지하는 세력으로, 친북(親北)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갖는, 넓은 범위에서 정의한 것이다.
협의의 종북과 광의(廣義)의 종북을 구분하는 기준은 북한에 대해 비판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의 금기(禁忌) 사항에 대해 비판하느냐, 비판하지 않느냐이다. 그 다섯 가지는 북한 독재자(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문제, 북한 체제, 주체사상,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탄압이다. 바로 이 금기 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느냐에 따라 양자를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명확한 기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협의의 정의든 광의의 정의든 양자의 공통점은 북한을 추종 또는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둘의 간격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수의 국민이 ‘친북 = 종북’이라는 광의의 정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의가 경시되거나 무시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 공동의 보편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시기는 2006년 ‘일심회 간첩사건’ 때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전신) 내에서 ‘종북주의 논쟁’이 촉발된 이후다. 물론 그 전에도 민주노동당 내부의 노선투쟁 과정에서 종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세인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합법적 정당에서 종북 논쟁이 불거진 것은 우리 사회에 ‘종북’이 얼마나 깊이 뿌리 박고 있는지를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문제다. 당 내부에 뿌리박힌 종북의 활동상이 노선투쟁 때문에 외부에 드러난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종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지난날 우리는 민주로 위장된 종북 활동에 관대했고, 진보로 포장된 종북 활동을 수용한 시기도 있었다. 이는 종북의 반(反)대한민국 활동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었고 ‘용어혼란 전술’이 주효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줬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의 활동이 우리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국혼(國魂)을 오염시키는 암적 존재라는 점에서 결기와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법치와 국기(國紀)를 바로세워 종북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종북 행위에 대한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할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자긍심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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