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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통일의 길을 묻다 - 보수성향 씽크탱크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014-08-19 11:25:22
[통일의 길을 묻다] 보수성향 씽크탱크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통일정책 정권따라 변해… 수십년 바라보고 지속성 갖춰야”

한반도 통일과 선진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다루는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

보수적 시각으로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다루며 정치권 등에서 외면받던 통일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영향력과는 다르게 서울 중구 필동 2가 충무빌딩 4층에 소재한 재단 사무실은 ‘검소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수한 모습이었다.

다만, 책장에는 이제껏 재단에서 발간한 통일 전략, 대한민국의 발전 방안 등을 다룬 책이 빼곡히 놓여 그동안의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 작지만 강한 보수의 싱크탱크에서는 통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빼곡한 통일관련 서적속에 파묻혀 통일을 고민하는 선진통일연구소장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를 만나 그 해법을 물었다.

■ ‘드레스덴 선언’ 통해 통일의 新 가치 부여… 통일준비위원회는 ‘회의적’
지난달 23일 오전 11시 한선 재단 사무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미리 일정까지 잡아 놓은 인터뷰였지만 그는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한창 회의를 하며 바쁜 모습이었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일명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에 이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 광폭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선진통일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그 또한 바쁜 것이 인지상정일 테다.
숨을 돌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통일 현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조 교수는 먼저 드레스덴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했다.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이 모여 합의를 한 곳이 드레스덴이죠. 드레스덴 선언은 독일 통일의 시사성을 한국으로 가져왔다는 의미와 함께 국제사회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통일해가겠다는 의지의 선언입니다”

연초에 제시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에 담긴 통일 정신과 의지를 확산하겠다는 뜻의 연장 선상이라는 조 교수는 이어 더욱 근본적인 통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한반도 국토 회복의 차원을 넘어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신(新) 통일’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일 신라시대 이후 우리 국토는 분단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사, 민족의 가치에 기댄 단순한 한반도 회복은 그저 ‘재(再) 통일’에 불과합니다. 우리 스스로 통일이 가능하다는 표명과 함께, 동북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통일의 가치를 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이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인 조 교수는 그러나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내비쳤다. 이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통일부 등에서 하는 일에 위원회까지 더해져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 것과 같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통일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함께 변했습니다. 좌우를 망라한 많은 사람이 모였다지만, 준비위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일에서 중요한 것은 수십 년을 바라보고 지속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큰 틀을 정하면 바뀌어선 안 된다는 것이죠”

■ 대북 강경책, 유화책 둘 다 문제… “북한 주민의 마음 얻는 것이 중요”
그렇다면,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의 목표가 확실히 정해진 뒤에야 이러한 통일 준비의 발걸음이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작용할 터, 올바른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조 교수는 따라놓았던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어려운 문제였는지 다소 뜸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작지만 힘있는 어조로 역대 정부들의 큰 기조였던 유화책과 강경책 두 방향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날이 선 비판을 가했다.

남북한 분단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일로 연결되도록 고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유화 정책을 통해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는 결국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상호 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관계였던 것이죠. 강경책도 마찬가집니다. 어떻게 북한 주민들과 접촉 면을 넓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결국, 통일을 하려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요구되는데도 말이죠”

그러면서 조 교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통일의 대상은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이라며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실용주의 노선을 받아들여 위에서부터의 개혁개방을 한 것과 달리, 북한의 주체사상·삼대 세습 등을 미뤄볼 때 밑에서부터의 개혁만이 통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독일 통일 당시에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했고, 이 과정에서 서독이 동독과의 화폐 통합을 실시했다는 것을 예로 들며 정부에 적극적인 방안 마련 모색을 촉구했다.

“서독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동독과 화폐 통합을 한 것은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도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북 방송이나 인도적 지원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남북 방송 동시개방 등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현재 정부에서 이러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 같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오해 치유하고 미래 가치 창출하는 통일로 나가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 언뜻 들으면 흡수통일의 논리로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에 대해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온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한 전형적인 오류”라고 꼬집었다.

그는 “‘흡수통일’은 서독의 좌파들이 통일이 되면 경제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한 말”이라며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하고 서독은 손해를 보더라도 통일이 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민주화’ 과정으로 볼 수는 있어도 무조건 서독이 동독을 잡아먹은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일 비용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우리 사회의 통일 거부 담론의 대부분이 통일 비용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통일 비용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의 식량, 의료 등 긴급구호에 사용하는 위기관리비용과 북한에 도로나 공장을 놓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 내용을 보면 이것이 과연 비용이라 볼 수 있을까요.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합니다”

조 교수는 통일 비용 또한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주민들의 자생력을 이끌어 경제 성장의 기반만 마련해 준다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젊은 층에서 높아진 통일 반대론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통일 이후 상당한 기회와 시장이 열리고, 이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결국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지도자의 의지, 국민의 마음에 국제사회의 협조를 하나로 녹여야 진정한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제는 모든 오해를 불식시키고 제대로 된 통일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일은 새로운 국가 도약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국가가 세계를 움직여 왔듯, 이 기회를 우리는 절대 놓쳐서는 안됩니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지친 모습도 없이 새로운 통일의 가치를 정립하고 정책을 구상하는 데 힘을 쏟으려는 듯 힘찬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관주기자
사진= 김효진 경기일보 대학생기자

통일해법 5問5答… 보수, 이렇게 생각한다
1.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독일 통일의 시사성을 한국으로 가져왔다는 것에 의미 있어. 통일 정신, 의지 확산과 함께 국제사회에 통일에 대한 우리의 주도성을 표명한 것

2. 정부차원에서 해야 할 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과 탄압 방치해서는 안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속성을 지닌 정책 마련

3. 제일 시급한 현안
통일 비용, 흡수 통일 등 각종 오해에 대한 올바른 설명 통해 국민의 통일 의지 하나로 결집하는 일 이뤄져야.

4.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단순한 분단 국토 종식 차원을 벗어나 동북아 평화와 번영, 한반도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필수적. 통일이 이뤄짐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질 기회 놓치면 안 돼

5. 통일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통일을 이루려는 지도자의 의지, 국민의 마음, 국제사회의 협조 등이 하나로 묶여야. 경제적, 외교적 문제를 벗어난 통일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가치 부여 필요

◇ 조영기 교수 프로필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現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現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자문위원
前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前 자유민주연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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