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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兵營문화 혁신 위해 간부 質도 높여야
 
2014-08-05 17:41:28
兵營문화 혁신 위해 간부 質도 높여야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민구 국방장관의 말처럼 ‘반(反)문명적·반인륜적 범죄’가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했다. 윤 모 일병에 대한 구타 사망 사건은 죽음이 그를 해방시켰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필설로 하기 어려운 수모를 당했다. 이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어느 부모가 편한 마음으로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겠는가? 과연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이기는 한가?

그 직접적인 책임은 육군의 모든 간부가 져야 한다. 병사 관리, 고충처리 제도, 정확한 진상 규명,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기에 발견했더라면, 최소한 죽음의 원인이라도 바로 파악했더라면 지난 6월에 발생한 22사단의 엄청난 총기난사 사건도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군이 아니라 시민단체 의해 발표된 것까지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와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한 최근의 사고는 우리 모두의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다. 이렇게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방치해온 것이다.

군 수뇌부는 쉼 없이 경계태세 강화를 요구하면 결국 말단 병사들에게 모든 부담이 가중돼 맨 먼저 무너진다는 사실을 몰랐던가? 반복되는 온갖 지시에 간부들이 휘청거리면 밤의 내무반은 못된 고참이 독차지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 정치권에서는 안보를 경시하거나 종북(從北)을 옹호하면서 군의 사기와 사명감을 요구했던가? 국가안보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군의 기강(紀綱)을 말했던가? 국민도 내 자식 고생하는 것만 애닯아할 뿐 군의 가치는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닌가?

프러시아의 저명한 군사이론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군대·정부·국민이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y)가 될 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은 이러한 삼위가 잘못한 결과이고, 따라서 삼위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가장 큰 잘못과 과제는 군대의 몫이다. 모든 간부는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근신(謹愼)해야 한다. 간부들이 진급에 모든 관심을 기울일 때 병영(兵營)에서는 감옥에서나 있을 법한 온갖 악행이 벌어지고 있었다. 군은 황망한 나머지 갖가지 해결책을 성급하게 제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증상보다는 뿌리를 찾아야 확실한 처방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병사들 간에 잘못된 병영생활 문화 탓인지, 군의 전반적인 기강이 잘못된 때문인지, 또 간부들의 질(質)과 사명감에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다른 어떤 근본적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초급간부들의 질에 관한 우려도 적지않다. 병사들보다 학력이 낮은 간부들이 어떻게 병사들을 잘 관리할 수 있겠는가? 하사가 병장더러 ‘형님’이라고 부르는 상황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간부를 희망하도록 초급 부사관 및 장교들의 양성 제도, 복무 연한(年限), 인사관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대 및 분대 중심의 병영생활 재건도 필요할 것이다. ‘동기생 내무반’의 개념처럼 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임시방편으로 도입한 제도들이 군의 기강을 문란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고참 병사가 아닌 소대장과 분대장이 병영을 통제하도록 군의 지휘계통부터 확립해야 한다.

열심히 훈련하는 군대로의 변신도 필요할 것이다. 병사들이 내무반을 반질반질하게 닦는 일도 소홀히해선 안 되지만, 소총을 쏘고 각개전투로 야지(野地)를 기어갈 때 군기·사기·단결이 보장되고 사고도 줄어드는 법이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우리 모두는 단방약(silver bullet)을 찾고 있다. 하지만 병영 문화 혁신을 위한 단방약은 없다. 우리 모두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노력만이 병영생활 문화를 혁신시켜 윤 일병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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