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3 13:16:18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고질적 병폐가 낳은 반복된 대형사고의 하나다. 이번 사건이 더욱 부각된 것은 희생자들이 남긴 스마트폰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이다. 과거의 어두운 사건들은 정확한 기록이나 증거가 없었고, 가해자들이 서로 입을 닫거나 말을 맞추고 시간끌기를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을 뿐이다. 더 나아가 증거까지 조작돼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이들의 스마트 폰은 사건의 전후 과정을 모두 말해 주고 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승객들은 절망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남겼다. 죽음 앞에 선 우리 아이들의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도 보였고 부모를 위로하는 문자도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 격려도 하고 나중에 다시 보자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문자도 있었다. 승객을 버리고 자기들만 탈출하는 무책임하고 뻔뻔한 선원들, 전문적 구조 장비 없이 구명정만 던지며 소리만 지르는 해경의 모습도 영상에 잡혔다. 300여명의 평범한 학생과 시민들의 고통을 바다 속에 가둔 채 야속하리만큼 평온하기만 한 세월호의 뱃머리 등 모든 것이 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상으로 남았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혹은 사회적 ‘을(乙)’들이 느껴 온 사회적 소외에 대한 현장기록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꼼꼼히 캐가면서 ‘약자가 안전한 사회’로 우리나라를 탈바꿈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세월호 승객은 정부와 정치인이 말로만 섬겨온 ‘서민들’이었다. 서민에 대한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곳은 세월호뿐 아니라 광역버스, 지하철, 건설현장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제는 모든 사회인프라에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안전을 무시한 인적 구조조정이나 비용억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둘째, 승객의 대다수는 우리가 ‘국가의 미래’라고 해온 꽃다운 ‘청소년들’이었다. 사회적 경험을 쌓은 성인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위험을 회피한다. 그런 판단 능력이 없는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함께 위기 시에 그들을 우선 구출하는 것도 매뉴얼화해야 한다.
셋째, 승객은 생산자들이 ‘왕’으로 모시겠다고 외쳐온 ‘소비자들’이었다. 세월호는 소비자에 대해 어떤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주항까지 무사히 도착시킨다는 조건으로 운임을 낸 소비자들을 바다에 묻어버렸다. 지금까지 서비스 소비자는 인명과 신체의 손상 위험이 있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이제는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안전과 보호를 무한 책임화해야 한다. 위험관리를 위한 첨단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안전 우선의 사회적 운영이 기본이 돼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 교수·한국재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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