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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의 和戰 양면전술 철저히 경계해야
 
2014-07-15 15:54:02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북한이 한국 사회에 보여준 모습은 항상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았다. 한쪽 방향은 평화를 제안하고 다른 쪽은 전쟁을 독려하는,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모습도 야누스의 두 얼굴 그 자체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잦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越線), 해군 함정을 겨냥한 포탄 발사, 5차례에 걸친 미사일 11발 발사 등의 무력시위를 하더니 14일에는 접경지역 인근에서 100여 발의 방사포와 해안포를 발사했다. 날로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가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4차 핵실험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조커다.

반면 북한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가는 도중에 평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6월 30일 ‘국방위원회 특별제안’과 지난 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이 그것이다. 특히 ‘공화국 정부 성명’은 ‘핵무력은 평화와 안전을 위한 담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 정부가 ‘동족대결정책’을 ‘연북(聯北)화해정책’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아세안게임 응원단 파견도 제안했다.

이번 ‘정부 성명’은 북한이 변화하겠다는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고, 한국 정부의 변화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안보·경제 분야에서 북한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제안이 거절됐을 때는 도발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다면적인 목적을 숨기고 있다. 앞에서는 대화와 교류를 얘기하지만 전쟁의 구실을 찾는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이번 ‘공화국 정부 성명’은 대외정책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최고 수준의 형식으로, 대남 문제에서 정부 성명은 처음이다. 이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제스처다. 그러나 형식의 격상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내용은 대남 공세로 일관하면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기회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술이 혼재돼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성명은 남북 교류를 명분으로 5·24 조치의 우회적 해제 요구, 북·일 간 납북자 재조사, 북·러 경제협력 강화의 모습에서 경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흔적도 엿보인다.

그러나 방사포와 해안포를 발사하던 14일은 북한이 응원단 파견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17일 개최하기로 동의한 날이다. 이는 북한의 야누스 전술의 전형을 분명히 보여준 작은 사례일 뿐이다. 이번 실무회담의 핵심은 응원단의 파견 규모, 이동 수단 및 경비 부담이다. 물론 한국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는 있겠지만 응원단 체류 비용은 원칙적으로 북한이 부담해야 한다. 만약 체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이 북한 응원단 파견 등 교류 확대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응원단 파견이 북한이 화해 협력을 위한 실질적 조치(핵 폐기, 천안함 폭침 등 사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응원단의 춤과 노랫가락이 평화로 위장돼 오히려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선전선동의 무기로 활용되고, 핵 문제를 호도하고 국제 공조를 균열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바로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속아 우리 스스로 무장 해제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응원단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북한의 대남 정책은 야누스의 두 얼굴로 접근, 우리를 교란시켜 온 역사적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야누스 얼굴 뒤에 숨겨진 진면목이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보의 실패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 치의 소홀함도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치밀한 대북 전략을 위한 우리의 원칙과 기준 정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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