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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무인기 怪談’ 부추기는 세력들
 
2014-04-18 16:04:31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단이 ‘무인기는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한 이후 또 괴담(怪談)이 난무하고 있다. 파주·백령도·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無人機)가 북한이 보낸 것이 아닐 수도 있다거나 심지어 한국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종북(從北) 매체 등을 중심으로 지난 7일부터 발화되기 시작했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코미디’ 발언이 나왔다. 마치 정부 발표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정청래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에서 날려 보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발표를 ‘코미디’라고 했다. 그러자 김한길 공동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서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고, 이에 정 의원은 트위트에다 ‘여당은 공격하고, 같은 당 지도부는 경고하고…’라고 썼다.

온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무인기가 아예 날지 않았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 의원의 ‘코미디’ 발언을 인터넷 매체에서는 ‘과학적 소신 발언’으로 미화했고, 괴담은 사이버 공간을 떠돌면서 음모가 새로운 음모를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공을 침투해 각종 군사 정보를 촬영한 무인기를 음모론의 소재로 삼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보면서 세비(歲費)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무한정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 무인기 괴담이 확산되는 것은 북한의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괴담이 기승을 부릴수록 무인기는 북한 소행일 수 없다는 사실을 확고히 해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국방위원회의 ‘철두철미 천안호 사건의 복사판’이라는 주장은 이들에 대한 화답이자 격려다. 그리고 북한이 제안한 남북공동조사 카드는 양수겸장의 꽃놀이패다. 이는 북한의 책임 회피를 위한 명분쌓기이면서 남남(南南)갈등을 위한 부채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철면피한 북한의 제안을 정부가 일거에 물리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범죄자가 경찰에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누구나 정부 발표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심은 구체적 근거와 타당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괴담과 음모론을 부추기는 발언과 행동은 결국 북한의 무관함을 뒷받침하기 위한 갖은 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무인기의 글씨체’ ‘주체연호’ ‘부품 일련번호’가 어떻다 운운하는 모습은 보기에 안쓰럽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북한제(製) 무인기가 청와대 위에서 사진을 촬영했고,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에 맞춰 백령도 일대의 우리 군사시설을 정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북한의 무인기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대한민국의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 무인기의 기술 발전에 대비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무인기 괴담은 천안함 폭침과 매우 흡사하다. 천안함 폭침 때에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미명 아래 ‘좌초설’ ‘자작극’ ‘미국 관련설’ 등과 같은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해 북한의 무관함을 입증하는 데 정치권·시민사회세력·교육계 등에서 조직적으로 가세한 전력이 있다. 이런 음모론 앞에서는 과학적 근거는 무소용이었고, 순수성은 의심되고 폄훼됐다. 반면 북한의 주장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무조건 믿는다는 종북 근성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바로 괴담과 음모론은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는 믿지 않고 북한의 주의·주장에만 공감하는 숙주다. 따라서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괴담과 음모론의 근원지는 발본색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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