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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2박3일 ‘여수 세계화 민관합동 워크숍’에 다녀와서
 
2014-01-27 17:01:28

[기행문] 2박3일 ‘여수 세계화 민관합동 워크숍’에 다녀와서

                                                                                                     이용환 한선정책연구원장

  1월 23일(목)부터 25일(토)까지 여수에서 개최되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몸을 일으켰다. 용산역에 집결키로 한 시간은 07시 50분이지만, 실무를 챙겨야하기 때문에 07시 25분에 도착했다. 이미 몇 분이 와 있다. 약속 시간이 되니 전원이 모였다. 우리 일행을 태운 기차는 예정대로 08시 20분에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2박3일 일정에 관한 간단한 안내가 있었고, 이어서 황성돈 한선재단 정책위원장으로부터 행사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평일 이른 시간에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 새롭다. 차창에 비치는 햇빛도 따사롭고 스쳐가는 풍경도 평화스럽다. 기차가 충청도를 지나게 되니 눈 덮인 야산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 왔다. 어쩐지 적막한 풍경이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눈이 쌓여있다. 눈 덮인 빈 들판이 오히려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빈 것의 여유라고 할까? 봄이 되면 빈 들판에도 푸르름이 넘쳐날 것이다. 논에는 물이 고이고 벼가 자라날 것이다.

  출발한지 3시간 반쯤이 지나 11시 50분이 되자 기착지인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했다. 여수시청 관계자의 영접을 받아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여수의 맛 중 하나인 통장어탕이다. 된장으로 끓여낸 탕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욱 감칠 났다. 남도 음식이 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점심을 들자마자 곧바로 행사장인 히든베이 호텔로 옮겼다. 여장도 풀지 않은 채 곧바로 세미나장으로 갔다. 서울에서 내려간 40여명과 이곳 공무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여수의 세계화 수준을 파악하고, 여수 시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 제고와 여수시의 경쟁력 제고 방안 등 여수 세계화전략 고도화를 위한 민관합동 워크숍 형태로 진행됐다. 오후 1시부터 6시 30분까지 세 가지 주제를 다뤘다. 긴 시간에도 참석자 모두 진지했다. 공무원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무엇인가 배우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저녁에는 김충석 여수시장의 초청만찬이 이어졌다. 이병혜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김 시장의 여수 사랑이 묻어났다. 저녁 후 일행들은 여수 밤거리를 산책했다. 빛의 거리를 거쳐 시청까지 걸었다. 시청은 전통양식을 살린 한옥 기와로 지어졌지만 기둥은 나무가 아닌 시멘트인 점이 아쉬웠다. 건축된 1970년대 당시 대부분 민둥산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왜 시멘트 기둥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일행은 개천 변에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에 들렸다. 세미나에서 못다 한 얘기로 다시 토론이 불붙었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시계는 밤 12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7시30분에 종합국력 회의를 가졌다. 지난밤 늦은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모두 제 시간에 참석했다. 오전 9시 세션에도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수시의 비전과 발전전락에 관한 주제이다. 발제와 지정토론에 이어서 공무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무엇인가 하나라도 도움을 받고자 하는 자세였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깨우쳐 주려는 공무원들의 적극성도 있었다. 이번 여수워크숍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재단 입장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적극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마 여수시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오후에는 시내관광에 나섰다.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려있는 진남관을 찾았다. 충무시에 있는 세병관보다 컸다. 바닷가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육지에서는 중앙에 위치할 만큼 절묘한 곳으로 도시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진남관의 위치 선정은 탁월했다. 박물관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승기록이 잘 진열되어 있었다.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이어 찾은 하멜기념관도 좋았다. 제주로 표류해 와서 다시 서울로 이송되어 살았을 때 청국 사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시도했지만 그것이 죄가 되어 여수에서 3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하멜은 진남관에서도 근무했지만 마음은 고국으로 가는 생각뿐이었다. 갖은 고생과 시도 끝에 탈출하여 고국으로 돌아갔다. 고국인 네덜란드에 돌아가서는 조선에 머문 기간 동안 임금을 동인도회사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정리했는데,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하멜표류기다. 자신의 임금을 받기 위해 쓴 글이지만 이 글이 조선을 서양과 세계에 알린 최초의 글이 됐다. 최초의 무역회사인 동인도회사가 1601년에 세워질 당시 조선은 어떠했나? 네덜란드는 이 시대에 이미 세계 처음으로 은행과 주식시장 설립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기여했다.

  여수시내 관광 중 인상적인 것은 산동네 같은 곳이었다. 오고가는 길이 영락없이 서울의 산동네다. 길도 좁고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러나 이 골목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어떤 집은 벽면에 조그만 화분을 걸쳐 놓았다. 이것이 벽에 붙어서 꽃과 풀의 잠자리가 되고 있다. 마을이 전체 그림이었고 그곳에 사람들이 숨을 쉬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도 이렇게 가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헐어지고 없어질 것들이 이곳에서는 새로움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저녁은 돌산에 위치한 굴구이 집이었다. 굴은 겨울철에 즐겨 먹는 음식인데, 굽는 방식도 발전했다. 철판 뚜껑을 덮어 일정시간 데운 후에 뚜껑을 여니 껍질이 튀지 않는다. 먹기에 훨씬 편해졌다. 굴 요리와 함께 술이 한 순배가 도니 모두들 얼굴에 홍조를 띤다. 이 때 황윤원 중앙대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종의 토크쇼가 진행됐다. 재치 넘치는 진행으로 요리집에는 한참동안 웃음꽃이 폈다. 여수 이틀 밤, 우리 일행은 봉황산 자연휴양림에 묶기로 했다. 버스가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휴양림 관리사무소 앞에 내린 일행은 각자 배정된 곳으로 걸어갔다. 이 밤중에 계속해 올라가는 길이다. 오르는 길에는 가로등만이 밤의 일행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들여 마시는 밤공기가 맑고 신선했다. 고개를 드니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겨울밤에 보는 별은 더욱 새로웠다. 6명씩 배정된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나니 잠이 몰려온다. 잠자리를 펴자마자 전화벨이 울려댄다. 술 한 잔 하자며 아랫동으로 내려오란다. 핑계를 대다 늦게 내려가니 이미 일행 대부분이 모여 토론이 한창이었다. 어디를 가도 모이면 토론이다. 정치동향에서부터 북한문제, 경제문제 등 가리지 않는다. 11시 반쯤 숙소에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이다. 6시20분에 향일암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새벽 5시 30분에 눈을 떴다. 여수 해돋이는 일행 중 16명이 함께했다. 향일암 입구에는 오전 7시 15분쯤 도착했다. 걸어서 향일암에 오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엔 구름이 드리워있다. 바다 위로 붉은 기운이 솟는데 해는 보이지 않는다. 구름 뒤에 숨은 붉은 기운만 카메라에 담고 우리 일행은 내려와야 했다. 신기항에서 향일암에 가지 않은 나머지 일행과 합류했다. 우리는 남면으로 실어 날라줄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버스에 탔다. 이윽고 어느 지점인가 내려진 우리는 본격적인 비렁길 탐방에 나섰다. 비렁길은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걷는 길로 절경이었다. 봄 날씨 같은 온도에 바람결도 부드럽다. 어느새 봄의 전령인 동백꽃이 봉오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운전기사께서 동백꽃이 아니고 산다화라고 한다. 어느 것은 애기동백이라고 한다. 아직은 겨울인데도 이곳은 벌써 봄이 오는 것 같다. 꽃봉오리가 해조음과 어울려서 신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바다는 엄마의 품이라는데 정말 마음이 편하다. 

  때마침 산 아래 바다에는 빈 배가 지나고 있다. 빈 배에는 물건은 없지만 무엇인가를 싣고 오겠지.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은데 한 두 방울 뿌리다 만다. 금오도의 비렁길은 모두 6개의 코스가 있다. 우리가 택한 1코스가 제법 길다. 중간에 쉬면서 보니 다도해 풍경이 아름답다. 섬과 바다 그리고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연발된다. 워크숍 때 말하기를 여수시의 섬이 365개라고 했다. 때문에 한 개의 섬마다 생일 섬을 만들면 1년 내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관광객 유치 생일 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다. 아이디어도 좋고 할만하다. 한참을 걷다보니 다리가 아프다. 경치 좋은 곳에서 앉아 풍경을 바라보다 갑자기 나 홀로 있는 것 같았다. 정말 혼자 또는 둘이 와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고 싶은 곳이다. 다리가 아프면 쉬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나누면서 쉬면서 걷고 싶은 길이다. 어디쯤일까 ‘내 고향 남쪽바다’ 노래 소리가 들린다. 나도 함께 노래를 하며 걷는다. 정말 파랗고 푸른 물이다. 선두에서 걷던 내가 어느새 선두자리를 내줬다. 그랬더니 더 여유가 생긴다. 1코스를 끝내니 12시다. 그제야 참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신이 보호해준 것 같다. 

 점심을 먹고 3코스를 걷기로 했는데 일행 중 일부는 오전 1코스로 충분하니 그만 하잔다. 일행 모두 도착해서 점심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에서도 당초 계획대로 3코스로 가자는 팀과 여수시내로 나가자는 의견이 갈렸다. 때마침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내로 나가 목욕탕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항구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느냐 듯 햇볕이 났다. 일부는 목욕을 하고 일부는 여자만(汝自灣)으로 관광을 떠났다. 잠시 흩어졌던 일행은 5시에 식당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저녁 7시 기차에 올랐다. 여수시 관계국장을 비롯해 몇 분이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일행 중 모두 안전한 여행이 되어서 좋았고 여수시에도 도움이 돼서 민관합동워크숍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0시 30분 서울역에 내리니 서울 바람은 찼다. 2박 3일 따뜻했던 여수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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