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국민 정서와 미국 요구 적절하게 조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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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도렴동 외교부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타결된 제9차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적용되며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된다.우리 정부의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작년보다 5.8% 인상된 9천200억원으로 확정됐다.ⓒ연합뉴스 |
정부는 2013년 1월 12일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Special Measures Agreement) 협상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리 정부의 2014년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작년(8천 695억원)보다 5.8%(505억원) 증가한 9200억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의 협정은 2018년까지 5년간 유효하고, 그 기간 동안의 연도별 인상률은 전전(前前)년도 소비자 물가지수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투명하면서도 체계적인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에도 합의하여 방위비 분담금 배정 단계에서부터 양국간 사전 조율을 실시하고, 건설사업과 군수지원 분야에 관한 상설협의체를 신설하며, '방위비 분담금 종합 연례 집행 보고서', '현금 미집행 상세 현황보고서' 등을 작성하여 보고받는다고 발표하였다. 이 외에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 증진 노력 및 인건비 투명성 제고에도 합의하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방위비분담 문제만 나오면 일부에서는 그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민들도 눈살을 찌푸렸으며, 언론에서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한국의 순응을 비판하였다. 최소한만 지불하려는 한국과 더욱 많이 지원받으려는 미국과의 밀고 당기기가 언론기사에서 묘사되는 주된 테마였다. 미국과 방위비분담 협상을 할 때마다 한국 사회는 반미의 발언과 선동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만 하였다. 동맹을 강화하고자 하는 방위비분담 노력이 동맹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되고 있다. 계속 이래야만 하는가?
방위비분담은 세계와 동맹에 대한 성숙된 책임공유
방위비분담은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사명을 혼자서 수행하던 미국이 냉전 종료 이후 세계적 안보위협이 감소된 상태에서 경제적인 한계를 느낌에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은 ‘공동방위’(common defense) 개념에 입각하여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 개념을 발전시켜, 세계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책임을 동맹국들이 공유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개념 하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의 기여 현황을 정리하여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책임부담의 경우 계산도 어렵거니와 동맹국에 불쾌감만 초래한다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이 지고 있는 부담을 분담(burden sharing)하는 개념으로 축소시켰고, 그의 핵심적 사항으로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에 관련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비용분담(cost sharing)의 개념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이번에 미국과 합의한 방위비분담이 바로 이 비용분담이다.
실제로 한국은 대규모 군대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첨단의 무기 및 장비를 적극적으로 획득함으로써 상당한 책임분담을 실시해오고 있고, 다국적군 참여 등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부담을 분담하고 있으며, 이번에서 합의된 바와 같이 미군의 한국 주둔에 따르는 비용도 적극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분담노력을 지출로만 보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자주성이 고양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비용을 부담하는 측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듯이 방위비분담액이 클수록 동맹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은 용미(用美)로 전환하는 수단일 수 있다.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활용하기 위한 방책일 수 있다.
방위비분담 협상과정의 노고 인식 필요
방위비분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상과정은 국가의 성장만큼이나 지속적으로 성숙되어 왔다. 1991년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국내적인 여건을 균형되게 고려하고자 노력하였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동맹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한미 양국의 방위비분담 협상 경과를 보면, 1991년부터 1995년까지는 제1, 2차 특별협정으로서 1995년 3억불을 목표로 설정한 후 점진적으로 증액하기로 하였고, 매년 분담액을 협상하였다. 그러나 매년 협상할 때마다 한미 양국의 이견이 노출되는 부작용을 인식하여 1996년 제3차 특별협정부터는 3년치를 일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제4차 특별협정부터는 인건비와 군수지원의 일부를 원화로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제5차 특별협정을 거쳐 2005년과 2006년 적용된 제6차 특별협정에서는 기간 내 인상률을 동결하면서 분담금 전액을 원화로 지급하였다.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에 적용된 제7차 특별협정부터는 전년도의 액수에 전전년도의 물가상승률만 증액시키는 원칙에 합의하였고, 군사건설비의 현물사업 비율을 10%로 상향조정하였다.
그리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적용된 제8차 특별협정을 통해서는 전전년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되 4%를 넘지 않도록 하였고, 시설에 대한 현물전환비율을 2011년까지 88%까지 단계적으로 증진시키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의 9차 특별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방위비분담 협상 과정을 통하여 한국에 불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건들을 점진적으로 개선시켜 왔다. 분담금을 원화로 지급하게 되고, 현물사업을 증대시켰으며, 인상폭을 최소화했다. 협상에 관련된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높은 방위비분담 필요성이 관건
이론적으로 방위비분담은 크게 두 가지 요소에 의하여 좌우된다. 동맹국의 지원 필요성(necessity)과 부담능력(capacity)이다. 동맹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국가는 상당한 방위비분담을 하더라도 그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동맹관계라서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능력범위 내에서 부담하게 되는데 능력이 향상되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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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안 |
유형 I은 동맹의 필요성도 높지만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도 큰 경우로서, 현재의 미국이 해당된다. 유형 II는 동맹의 필요성은 높지만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로서 대부분의 미국 동맹국들이 이에 해당된다. 유형 III은 동맹에 기여할 역량은 어느 정도 충분하지만 동맹의 필요성은 낮은 경우로서 냉전이 종료된 현재의 유럽국가들이 해당된다. 유형 IV는 기여할 수 있는 역량도 불충분하지만 동맹의 필요성도 낮은 경우로 남미국가들이 해당된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어 주한미군의 주둔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연합사를 통하여 연합으로 대응하면서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통하여 승리한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동맹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한국은 상당한 방위비분담을 통하여 미국의 지원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능력에 있어서도 한국은 미국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3위에 해당되는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처럼 미국의 원조에만 기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방위비분담을 통하여 호혜성을 보장하고, 이로써 자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태에서 방위비분담을 줄이고자 한다면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수밖에 없다. 안보위협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방위비분담을 거부하여 동맹국의 지원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현 역사교과서에서 제시되고 있듯이 1950년 1월 한반도를 미국의 태평양방어선에서 제외한 미국의 애치슨 선언이 6.25전쟁의 중요한 촉발요인이었다면 한국은 그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 서독의 사례로부터 학습 필요
한국과 상황이 유사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어떤 적과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대두된 상태이고,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각축이 첨예해지고 있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4, 5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당연히 미군의 주둔비용을 상당할 정도로 분담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은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특별협정에 의하여 방위비분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처럼 총액으로 지급하지 않고, 소요 항목별로 지급함으로써 미군의 필요성을 더욱 세부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일본의 2012년 회계연도 미군지원 예산(비용)은 총 6,540억엔(약 6.6조원)이고, 한국의 방위비분담액에 해당하는 SOFA와 특별협정에 근거한 직접지원비만을 계산하면 3741억엔(약 3.8조원)으로서 한국의 4배에 해당한다.
독일은 위 표에서 설명한 유형 III으로서, 통일이 된 상태일 뿐만 아니라 현재 독일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국가는 없다. 따라서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동예산만 부담하는 데, 2013년 독일의 분담액은 NATO 총 예산의 약 15%인 3억 5132천만 유로(약 5070억원)이다. 이것은 한국의 방위비분담보다는 적지만, 그것은 독일은 위협이 거의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협이 존재하였던 과거에 독일은 외국군의 주둔을 위하여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였다. 독일은 1945년 패전 이후 195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연합군에게, 그리고 서베를린 주둔 병력에 대해서는 1994년까지 점령비용을 지불하였다. 그 규모는 국방비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1950년부터 1994년까지 독일이 지원한 연합군 주둔 비용은 총 298억 7022만 마르크 (약 177억 달러)로서, 43년 동안 연평균 4.17억달러(4500억원)를 지출하였다. 지금의 기준으로서는 그렇지 않지만, 패전 후의 독일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독일은 어떤 규정에 근거하기보다는 연합국들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데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필요한 경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다른 국가를 위하여 어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그래서 방위비분담을 적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방위비분담을 수용하는 것은 그로 인하여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고, 그만큼 성숙된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무조건 방위비분담을 하지 않겠다는 유아적인 인식에서 어른스런 인식으로 전환하여 적정의 정도를 모색할 필요가 잇다. 방위비분담은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필요에 의하여 지불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로 인하여 국방비를 절약하고 있는 부분 중에서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다. 한국만 과도하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도 상황에 따라 분담을 하고 있다.
방위비분담이 SOFA에 근거가 없다고 하여 폐기되어야 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방위비분담 자체는 규정보다는 동맹국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방위비분담을 해야겠다는 양국의 협력정신이 우선이고, 협정은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일부에서 심하게 비판하는 것과 달리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최소한을 부담하면서도 동맹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였다.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을 보면 이러한 노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민들의 정서와 미국의 요구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고 판단된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를 연기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였기 때문에 이번의 방위비분담은 상당히 증대될 것이라는 억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의 결과로 보면 그러한 억측은 맞지 않았다. 비록 실무선에서는 협상하지만 방위비분담의 근본정신은 호혜적인 동맹정신이며, 한미동맹은 거래관계가 아니다.
통일을 위해서도 방위비분담 필요
전후의 독일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독일 주둔 외국군에 충분한 지원을 하였고, 이로써 연합국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독일은 전범국가를 동맹으로 받아주고, 연합국들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데 감사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마음이 연합국들을 만족시켰고, 그 결과 그들은 독일의 통일을 승인해줄 수 있었다.
우리 국민들의 상당수는 통일을 꿈처럼 희구한다. 현재의 한반도 전쟁억제는 물론이고, 통일을 위해서는 동맹국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방위비분담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왕 부담해줄 것이면 주도적으로 부담해줄 필요가 있다.
다행히 앞으로 5년간 추가적인 방위비협상은 없다. 방위비분담과 관련하여 세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담당부서 및 실무자들이 해결하도록 맡겨두자. 5년 뒤에도 방위비분담 문제가 지금까지와 같은 국가적 선동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 정도는 실무선에서 조용히 타결하도록 하자. G20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력을 키웠으면 이제는 돈을 성숙하게 쓸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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