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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헌정] 독일 반면교사로 본 통진당 해산
 
2013-12-10 16:09:02

통일 전 서독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서 극우정당인 사회주의제국당과 좌익정당인 공산당을 해산시켰다(1956). 연방정부가독일공산당(KPD)에 대한 해산청구를 제기했을 당시 공산당은 무려 15명이나 되는 연방하원의석을 갖고 있었기에 이 정당의 위험성은 특히 높다고 평가되었던 시기였다. ‘통합진보당’(이하‘통진당’)도 6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오직 권력욕에 사로잡힌 민주당이 종북세력의 합법 공간 대표정당인 ‘통진당’과 협력한 탓으로 일종의 통일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이렇게 국회 내에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석기내란음모사건의 내밀한 협력자 구실을 하고 만 것이다. 이것은 역사에 기록될 사안이다.

독일공산당도 무조건적으로 동독과 소련을 맹목적으로 대변해 왔던 정당이었다. 독일공산당에 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지금까지 위헌성(違憲性)을 판단하는 규범적 기준으로 효력을 갖고 있다. 서독기본법1949년 1제정 제1조항은 “그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동으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폐제하려하거나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려는 정당은 위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기본법은 바이마르공화국(1918~1932)의 종말과 나치전체주의 지배체제가 가져왔던 파국(破局)이란 역사적 교훈과 공산주의 일당독제체제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청에 따라 반국가·위헌세력에 대한 방어 장치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정부에 의한 ‘통진당’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는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헌법 전문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과 제4조의 통일정책 조항(“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그리고 제8조4항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에 따라 민주주의의 핵심요소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반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예방조치인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지만 그나마 정부가 기존질서를 해치고 나아가 이를 폐제하려는 암적 정당에 대해 수술로 도려내 주도록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청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통진당’은 북한유일세습체제를 성역처럼 보호하는 당이다.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은 불경죄 또는 대역죄가 되며 이 당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이석기는 이 당의 명목적 대표는 아니지만 표명적인 대표적 인물(Exponent)로서 국회의원이란 헌법기관의 인물이다. 이 러한 지위를 이용해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내란음모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북한식 불법체제를 세우고자 시도하는 인물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표명적 정당 인물(exponent)의 목표와 행위는 그 당의 위헌성을 나타내는 근거로 보았다.

이정희 명목적 대표는 이석기의 변호인이 되기 전에 이미 이석기의 내란음모와 선동을 강력히 방어함으로써 비호했다고 볼 수 있고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판시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개최한 기념식에 2011년 2012년 연속 참석하여 범민련을 “동지”로 부르며 격려사를 한 사실까지 확인되었다. 명목적 ‘통진당’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 지도부의 행태는 모두 위헌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란음모를 주도한 이석기를 제명 처분하는 등 이석기의 행태와 거리를 두는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더 분명히‘통진당’의 노선이 이석기의 범죄적인 위헌적 행태와 같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독일연방재판소는 이와 같이 반(反)합법적 행동에 대해 거리두기(dissociate)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정당의 위헌성 심판에서 중요하다고 인정했던 것이다. 이 모든 정황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위한 근거를 헌법재판소에 제공해주고 있다.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정해진 질서를 손상 또는 폐지하는 무례한 반칙을 계속하는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보이고 퇴장시키는 것과 꼭 같이 정치에서 도라스키 교수가 정의했던 “경기규칙”(Rules of Game)을 침해하는 정당은 위헌정당으로 해산해야 한다는 뜻이 우리나라 헌법과 독일기본법의 기본적 질서에 대한 보호정책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결정하게 함으로써 행정부의 자의에 따른 “불편한” 야당을제거 하려는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것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하겠다는 깊은 뜻이 있다.

정당의 정치적 행동양식이 위헌성 결정의 주요인 판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정당의 전반적인 정치적 행동양식이 위헌성을 결정하는 주요요인이라고 판시했다. ‘통진당’은 독일공산당(KPD)과 같이 정당의 공식성명과 당 언론매체 전체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헌법의 기본가치와 그에 근거한 장치를 훼손시키는 방식의 어조(語調)를 갖고 있다.

즉 헌법에 근거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을 “씨”라고 칭하며 번번이 완전한 모욕의 성격을 갖고 있는 방식으로 헌법에 따라 제정된 기구들과 법률들을 비판하고 있다. 신성한 국회에서 무기라 할 수 있는 최루탄을 투척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입법기관에 대한 존중이 없음은 물론이고 사법기관에 의해 그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된 국가보안법을 인정하지 않고 이의 폐기를 시도하며 안보법제의 “황폐화” 상태를 앞장서서 유도하고 있다.

정당이나 단체의 활동이 근본적으로, 지속적으로, 경향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목표를 지향하는 의도에 의해 정해지면 위헌정당 혹은 위헌단체로 되는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정당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용이하게 제거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자유민주주의를 이용하여 사회적 정치적으로 다른 특징을 갖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 비록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의 제거가 통일과정에서 추진된다든가 또는 통일 후에 추진되는가를 불문하고 이러한 정당은 위헌정당이 된다. 또 한 정당을 위헌정당이 되게 하는 의도들은 그 정당이 여하간 실행해 옮기려고 하는 의도뿐만 아니라 동시에 실현을 위해 상황이 유리하게 될 경우에만 오직 그 정당이 실현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헌법파괴세력들은 보통 내부적 목표를 숨기고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제공하는 자유와 인권보호의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위헌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동맹국 미국에 대한 태도에서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인식과 같이 우리나라가 “미국제국주의”의 희생물인양 미국에 굴종적이며 불평등하다는 등 극단적인 주장으로 북한을 편들고 있다. “미 제국주의의 낡은 양당질서라는 체계를 끊어뜨리고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대담한 혁명의 진출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발표된 견해들은 헌법질서를 경멸하고 조소거리로 만들어 이 민주적 질서를 훼손하고 때가 되면 폐제까지 하려는 목적을 지향하는 계획적 선동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정치적 투쟁에서 간혹 발생하는 산발적인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적극적 공격적 지속적인 경향을 갖고 있는 ‘통진당’의 활동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발전된 현 상태와 민주적 헌법기구들의 조치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나 긍정적 평가조차 배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통진당’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티끌만큼도 그 가치를 인정해 줄 용의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오직 파괴, 전복, 조롱, 경멸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에 반해 ‘통진당’은 북한의 유일독재체제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족벌 사이비 종교-정치적 지배체제에 관해 모든 일체의 의견표명에까지 극단적인 예민성을 보여주었다. 현존하는 북한 불법정권에 대해 지나치게 공손한 숭배에서는 거의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발생했던 것이다.

우리 헌법은 정당을 헌법적 기구의 지위로 격상시킴으로써 정당들은 이와 동시에 국가 내에서 통합적 요인의 대열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정당들에게 발생하는 의무는 엄중하다. 즉 정당의 행태에 있어서 정당으로서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식이 항상 그 정당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확립된 헌법질서에 대한 명확한 존중이 결여된 상태의 ‘통진당’에게 막대한 국고지원금을 주어서 反헌법적 행동과 목적을 추구하게 할 수는 결코 없는 일이다.

독일의 경우 1952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주의제국당을 나치정당의 후계정당으로 보고 위헌과 해산 결정을 내렸다. 그 판결문의 주요 내용 중 정강부분에서 참조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즉 자유민주주의적 기존 질서를 폐제할 목적을 지향하는 세력들의 反헌법적 투쟁은 점점 더 비공개적으로, 내부적으로 붕괴시키는 방식의 은밀한 수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력을 먼저 장악한 후 공개적, 폭력적으로 反헌법적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헌정당의 목표는 그 성격상 강령 등에서 분명하게 표명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치당(NSDAP)의 강령조차도 애매하게 구성되어 이 정당의 참된 목표를 알아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통진당’의 당헌과 당규도 의도적으로 조심성 있게 작성돼 명시적인 부분은 분식한 것이 많고 당 주요인사들의 공식발표는 진정한 의도를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전 활동과 역사적 연력은 위법성 판단의 결정적 자료가 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주의제국당이 반증反證)으로 내세우는 강령의 본문과 헌법에 대한 충성선언은 이 정당의 진정한 목표에 대한 증거 가치가 없다는 것으로 판결했다.

그래서 ‘통진당’의 경우도 은폐된 의도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이정희의 비호 및 그 협력세력과의 동조협력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위헌정당 소속 의원은 입법기관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정당의 지위가 헌법기관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헌법적 기본질서의 기반 위에 서 있는 정당만이 오직 정치적으로 의미 있게(자유민주주의 헌법구조에) 편입(Inkorporation)될 수 있기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헌법적 결단을 내렸다.

위헌정당 소속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회의원을 지지한 유권자의 경우 위헌정당 소속 의원을 통해 대변하고자 하는 요구자체가 위헌이 된다고 보았다. 사회주의제국당 소속 연방하원의원과 지방 주지역인 니더작센州 의회의 의원 16명은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4명의 의원은 직접 선출, 12명은 정당명부에 따라 간접적으로 선출됨). 그리고 판결의 효과는 위헌정당은 조직상의 기구의해체에서 끝나지 않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위헌적이념 자체를 골라내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결의 참뜻이라고 판단했다.

즉 정당의 가장기간(基幹)적인 대표적 인물들(wesentlichste Exponenten der Partei), 즉 의회의원들이 진정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는 장소에서 그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고 의 결이 있을 경우 그 정당의 이념을 효과적으로 작용시키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대표적 인물이 아니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토대 위에서만 정당은 오직 헌법의 조직(組織) 구조 속에서 정당의 “편입”(Inkorporation)에 “정치적으로 의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과 독일의 기본법에서는 선제적, 예비적 反헌법적정당에 대한 해산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바이마르헌법은 “자유의 적에 대한 무조건적 자유는 없다”란 지상명령을 포기했기 때문에 또 헌법이 정치적 무관심을 유지했기 때문에 “전체주의적” 정당 중 가장 공격적인 정당 나치에게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북한 유일독재체제에 대항하는 투쟁의 경험이란 배경 하에서만 오직 위헌정당에 대한 헌법보호조항인 헌법 제4항을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위헌정당을 더 이상 순진하게 허용할 수 없다고 믿었던 헌법제정자의 경험이 농축돼 문자로 표현된 것이라고 헌법보호규정을 해석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전투적민주주의」(StreitbareDemokratie)에 대한 신앙적인 고백이라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이것은 우리의 경우에도 꼭 같은 계명(誡命)이 된다.

박광작(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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