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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일본의 집단 자위권' 가슴보다 머리로 생각하자
 
2013-11-25 09:49:26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12일 연례 자위대 행사에서 "21세기 국제정세에 걸맞은 우리나라의 입지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통한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연합뉴스
19세기 후반 중국의 외교관이었던 황준헌(黃遵憲, 1848~1905)은 ‘조선책략’이라는 책으로 한국의 외교 방향을 충고하면서,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는 말로 당시의 조선을 '(집이 불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즐겁게 지저귀는) 집에 사는 제비나 참새와 같다'고 묘사한 적이 있다.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가 군사력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정치(power politics)로 변하면서 조선 말의 상황을 떠올리고, 이어서 황준헌의 말을 기억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북아시아의 세력각축과 관련하여 일본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국인들에게는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반발하고 있지만 일본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하여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수용한다는 태도이고, 유독 한국만 중국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과연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집단자위권은 무엇이고, 왜 일본이 새삼 주장하는가?

자위권(right of self-defense)이란 외부의 무력공격(armed attack)에 직면한 국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의 정당방위 개념을 국제사회에 적용한 것으로서, 유엔헌장에 명시되어 있다.

유엔헌장 51조에서는 “이 헌장의 어떤 규정도, 유엔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할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collective self-defense)의 고유한(inherent)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유엔이 창설되면서 모든 전쟁을 불법화했지만, 자위의 목적에 의한 전쟁은 허용하였고, 그것은 개별국가 또는 국가들이 연합하여 대비 및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 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과 바르샤바 조약기구(Warsaw Pact Organization)가 창설되어 냉전시대의 동서대결이 벌어졌고, 미국과 소련은 다양한 국가들과 개별적인 동맹(Alliance)을 맺었다.

자위권이나 집단적 자위권은 특정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정당방위권을 다른 사람이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패전국가로서 국가의 교전권 자체를 부정하는 평화헌법을 만들었고, 따라서 미일동맹조약에서도 일본이 공격을 받을 때는 미국이 지원하지만 미국이 공격을 받더라도 일본이 동맹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본이 지금 집단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는 것은 일방향적인 미일동맹을 보편적인 쌍방향 동맹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이다.

일본이 유엔의 회원국이라면 당연히 집단적 자위권은 허용되는 것이고, 미일동맹조약의 성격 확대는 미국과 일본 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과거에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국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의도가 팽창주의를 위한 빌미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로서 36년간 온갖 어려움을 겪은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집단적 자위권 자체를 한국이 부정하기는 어렵다. 유엔헌장에 너무나 명백하게 보장되어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이 우려하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군사대국화의 명분이 되고, 그리하여 한국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자체가 아니라 일본의 팽창주의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반드시 한국에게 불리한가?

이 기회에 한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더욱 냉정하면서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시의 상황과 한국의 활용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양날의 칼(two-edge sword)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명분으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그 와중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외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그 싹을 제공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이 북한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한미동맹에 의존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승리하고자 하는 한국에게는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일본 군대의 직접적인 증원이 필요할 수도 있고, 미군이 수행하는 다른 임무를 대행해주기만 해도 미군으로 하여금 한반도에 전념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및 적시적인 증원전력 파견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적극적 역할은 긍정적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일본의 의도에 따라서 한국에게 이익이나 해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이 활용하는 방향에 따라서 이익이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팽창주의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일본군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의심이 될 경우에는 거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거부하는 한 일본군은 한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 거부하는 데도 일본이 한국에 강제로 군사력을 전개시키는 경우일 것인데, 이것은 현재의 국제정치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다. 한일합방 전에는 조선이 힘이 없어서 일본군의 일방적 진입을 막을 수 없었지만, 지금의 한국군은 충분한 거부력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 말과 달리 한국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결성하고 있어서 한국이 원하지 않을 경우 미국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반도로 진입할 것이 걱정된다면 군사력을 더욱 증강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하여 한국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강력한 국방력 강화라야 할 것이다.

동북아 상황은 오히려 일본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이 기회에 현재의 동북아시아 상황을 전략적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냉전종식으로 인하여 과거에 존재하였던 북한?소련?중국과 한국?미국?일본의 대결 구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2013년 3월의 천안함과 11월의 연평도 포격 후 북한에 대한 제재를 둘러싸고 유엔에서 전개된 논의에서 드러난 것은 중국과 러시아는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옹호하고,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대륙세력인 중국과의 대결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냉전시대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북아시아에서는 과거와 유사한 대립관계가 잠재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에 대하여 심각한 도발을 감행하였다고 하자. 천안함이나 연평도 정도가 아니라 수도권 공격을 포함한 국지도발, 핵미사일 공격 위협, 심지어 전면전을 도발했다고 하자. 그 당시 국제정세의 전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체적으로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 당시와 같은 세력의 구분이 이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한국은 미국 및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고, 일본의 적극적 역할은 한국 안보에 유용한 지원세력일 수 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태도는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차원에서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센카쿠열도(중국의 입장에서는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이 중국과 일본의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었다고 할 때 한국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한국이 균형자(balancer) 역할을 수행하여 약한 쪽을 보강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과 안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유리한 쪽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한국은 한쪽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편애하는 자세를 지녀서는 곤란하다. 모든 국가들과 균형된 관계를 유지하다가 필요시에 선택을 해야 한다. 이와ㅕ 같이 선택권을 갖고자 한다면 당연히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해야할 것이고, 따라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에 관해서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과연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차제에 한국이 감정보다는 이성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안보정책을 판단하여 결정하고 있는 지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로 판단되는 미사일 방어나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또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에 관한 우리의 정책방향을 살펴보자.

우선 미사일 방어의 경우 반미감정에 지배하여 접근한 나머지 아무런 진전없이 시간만 보내버린 측면이 적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있으면 당연히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참여한다 하지 않는다로 논쟁하느라 신뢰할만한 최소한의 미사일 방어력도 구비하지 못하고 말았다. 국방부에서 아무리 미 MD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상당할 정도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버린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또는 한미연합사 해체의 경우도 자주의식에 지나치게 경도된 점이 있다. 작전통제권은 대규모 부대 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군대들 간의 군사작전에서 노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기 위하여 적용되는 일상적인 수단인데도, 그것을 ‘군사주권’을 양도한 것인양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그리하여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여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한미연합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이의 재연기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미군과 기지까지 공유하면서 작전부대 단위에서 다양한 연합작전수행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일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가안보는 냉정과 자제가 바탕이 되어야 할 사안이지 않는가?

국가안보는 도박이나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국가들은 적정 규모의 군대를 유지한다. 영세중립국으로 인정받은 스위스도 대규모 민병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관한 국민들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감정에 치우쳐도 되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한국의 미래 안전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다. 당연히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해야 한다. 일본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한국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도 사용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고, 극심한 세력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무조건 배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게 유리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고안해내고, 조선말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국방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독도 문제에 관해서도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흥분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독도에 대한 일본의 시비를 해소하는 데 진정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할 때 일본은 독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자제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안보의 제반 사안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는 의견은 서로 경쟁적으로 말하고자 하고, 그 반대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러한 사람들이 환영받는 분위기가 존재해야 한다.

황준헌은 '조선책략'에서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으로 “중국과 친하고(親中國), 일본과 결속하고(結日本), 미국과 연대하여(聯美國) 자강을 도모하라”고 충고하였다. 러시아를 경계하는 중국의 입장이 포함되어 한국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한국의 외교가 어떤 국가를 배척해서는 곤란함은 강조하고 있다.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외교보다는 능동적이고 자신감있는 외교를 요청한 것이고, 지금의 한국도 그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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