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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비핵화 담보 없는 6자회담 의미없다
 
2013-11-07 16:11:06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중국 측 우다웨이 수석대표가 미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최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그 반면, 한·미 양국은 ‘비핵화(非核化)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협상 중에는 북한이 핵 능력을 증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핵 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회담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도모하기 위한 회담’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이다.

1993년 1차 북한 핵 위기가 불거진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2003년 이후 국제사회는 6자회담의 틀을 통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지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북한은 온갖 핑계와 구실로 2008년 이후 6자회담 재개를 거부하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20년 이상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왔음에도 오히려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온 것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겠다는 노력이 허사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존의 협상 틀과 협상 목표를 가지고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불가능하다는 진단 위에서 새로운 틀과 목표가 있어야만 북핵의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20년의 교훈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이때 ‘북한은 대화를 해도 핵을 개발하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핵을 개발하니 대화라도 하는 게 낫다’는 대화 자체로부터 위안을 얻으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에서 6자회담이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자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협상용으로 개발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며, 2012년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병진노선을 전략으로 채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300만 명의 아사(餓死)라는 재앙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핵이 단순히 협상용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래서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 진전이 담보되는 회담이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향상되면 될수록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안보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북핵이 동북아시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것이라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미래의 위협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다. 북핵은 대미(對美) 협상용이라는 북한의 선전선동을 믿으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해 북핵은 미국의 핵우산이 완벽하게 방어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핵이 대한민국을 겨냥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바로 북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이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20년의 북핵 역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행동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비핵화 담보 없는 6자회담은 하나마나다.

이제는 북한의 행동 변화에 의존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이 국제 규범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북한의 체제 전환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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