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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길 먼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2013-09-13 17:03:00

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난 4월 북한이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출근시키지 않으므로써 촉발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사태가 11일 남북 당국의 정상화 합의에 따라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번 합의는 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61일 만에 다시 가동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정부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지난한 협상을 벌여 왔다.

남북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우선 공단 운영 책임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를 9월 중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남북 상사중재위원회’의 구성·운영에 합의하고, 올해 안에 전자출입체계(RFID)를 도입, 일일단위 상시 통행을 하기로 한 것도 진전된 조치들이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란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단 가동을 중단(폐쇄)시키지 못하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며, 또한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국제공단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지난 4월의 가동 중단에 따른 책임 규명, 피해 배상·보상 등의 문제를 세금 면제로 봉합함으로써 향후 재발 방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피해 규모의 과다(過多)를 떠나 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이 명백히 북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하지 않음으로써 재발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그리고 4월 이후 북한 근로자들에게는 무(無)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이 공장 가동 중단 같은 배타적 행정권을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3통(통행·통신·통관) 중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올해 안에 개통키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업무 효율성과 직결되는 만큼 그 이용에 제한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는 공단의 국제화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공단의 국제화는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 집행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국제 규범의 가치를 전수(傳受)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북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 지역의 외국 기업과 외국 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설명회를 10월 중 개성공단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 규범에 맞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단의 국제화’는 도루묵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북한 당국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인력관리를 좌지우지하거나 임금이 근로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고 북한 당국이 착취하는 경우에는 개성공단에 입주할 외국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물론 남북한은 3차 공동위원회를 통해 이번 합의의 미흡한 부분이나 보완할 부문을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는 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아 사문화된 경험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초 당장이라도 개성공단을 폐쇄할 듯하던 태도가 갑자기 유화 제스처로 돌아서는 모습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남북 관계의 특수성에 비춰 언제든 정치·군사 문제로 합의 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합의서가 사문화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공히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원칙을 가져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적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근본적 토대다. 이런 토대가 마련돼야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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