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기/고려대 교수·북한학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관은 북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7차 실무회담인 ‘마지막 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북한이 재발 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중대(重大) 결단’을 내리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이 마지막 제안에 대해 10일째 묵묵부답이다.
북한은 각종 선전 매체를 동원해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 발전상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재가동 의지를 간접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또, 공단이 결렬 위기에 빠진 것은 한국이 대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가동중단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전형적인 대남(對南) 선전선동 전략의 일환임이 분명하다. 즉, 북한이 대남 선전선동 전략에 의존하는 것은 개성공단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 공단을 정상화하기보다는 남남갈등을 조장해 재가동의 어부지리(漁夫之利)를 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것은 지난 4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 5만3000명을 일시에 출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남측의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이 없어야 중단없이 공단이 가동될 수 있다”고 호도한다. 아무리 온갖 억지와 선전선동, 이유 아닌 핑계를 내세워도 북한이 공단가동을 중단시켰다는 사실만은 명백하다.
또한, 북한이 ‘남측의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운운하는 것은 이를 핑계로 언제라도 공단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남북공동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협박의 도구로 악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일방적·자의적으로 공단 가동을 중단시킬 수 없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그리고 우리 기업의 손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지난 4월 공단 가동 중단으로 123개 입주기업은 4500억 원의 투자자산 피해와 3000억 원의 영업손실, 납품 문제로 인한 신용 상실 및 추후 판로 개척 문제 등과 같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 또한, 경협보험금 2800억 원이 추가 지출돼야 한다. 천문학적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북한의 일방적 가동중단 조치 때문에 발생된 손해인 만큼 공단 정상화 이후 북한이 기업의 손실·손해를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현금 보전이 어렵다면 공단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든지 세제 혜택을 받든지 해서라도 받아내야 한다.
정부의 ‘중대결단’의 의미는 개성공단의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결단’의 핵심은 공단 폐쇄의 수순을 밟는 게 아니라, 공단이 발전적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조치이며,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완비돼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란 북한이 ‘개성’이 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악용해 일방적으로 가동을 중단시키는 불행한 사태를 차단하는 것이며, 공단이 경제적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국제규범(글로벌 스탠더드)을 준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첫걸음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더 이상 좌고우면 말고 중대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지연되면 될수록 북한발 ‘남남갈등의 광풍’ 위력으로 인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정부의 ‘중대결단’으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고육책이다. 물론 입주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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