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3 09:08:48
협박당할 바엔 폐쇄가 답이다
북한은 2009년에도 공단 폐쇄 의지를 보인 전력이 있다. 북한이 단지 경제적 가치만 가지고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걸 방증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북한정권 유지에 심대한 타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복심(腹心)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10년 전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북한경제특구라는 경제적 공간의 의미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정치·사회적 상징성을 가지고 출범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싹을 틔우는 새로운 희망의 공간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와 억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늘 양보하고 또 양보해 왔다. 왜 양보했는가? 그것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실질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바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북한이 정상국가(normal state)화의 길로 가기 위한 공간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의 개성공단은 정상국가화의 공간으로 선용되기보다는 우리를 협박하는 도구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이 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성공단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개성공단의 지역적 특성이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북한이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대남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의 태생적 한계를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했다. 개성공단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오로지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그리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봉합하면서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언어폭력 등을 통해 위협 강도를 높여왔다. 핵과 미사일에 의한 협박의 약효가 다해갈 무렵 북한은 개성공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북한은 군 통신선 차단, 개성공단의 통행 차단, 근로자 철수라는 단계적 압박 카드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희망의 공간’이 아니라 ‘협박의 공간’으로 변질시켰고, 무소불위의 배타적 행정권의 이점을 최대한 악용해 우리 모두를 협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북한 모두는 개성공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유·무형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있는 환경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동되는 환경에서 개성공단은 언제라도 협박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공단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동되는 배타적 행정권이 반드시 제거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배타적 행정권이 제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성공단이 ‘협박의 공간’으로 악용될 바에는 차라리 폐쇄하는 편이 낫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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