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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경제시평] 목적과 수단이 안맞는 공약 - (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2-10-24 09:24:54



[경제시평-김종석] 목적과 수단이 안 맞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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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정책위원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지금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부족, 소득양극화, 가계부채,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의 고착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 후보들은 경제민주화가 그 처방이라고 한다. 각 후보 진영이 발표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 재벌을 개혁하겠다고 도입했다가 문제가 많아서 폐지됐거나 보류됐던 규제들을 재포장해서 내놓은 것들이다. 순환출자규제가 그렇고, 출자총액제한이 그렇고, 금산분리 규제 강화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부활이 그렇다.

재벌이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은 재벌의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마치 지금 한국경제의 모든 어려움이 재벌 때문에 발생한 것인 양 재벌을 규제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을 마음대로 경영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양극화되었을까. 금산분리가 안 돼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성장률이 떨어졌을까. 국민이 원한다고 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어떤 수단이든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그 수단이 잘못되어 있으면 잘못된 정책이다.

각 후보가 제시한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보면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그것을 위해 왜 그런 수단이 동원돼야 하는지 목적과 수단의 연결고리가 불분명하다. 재벌을 규제하면 어떻게 일자리가 생기고, 경기가 회복되고, 소득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혹시 재벌규제의 목표가 대기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재벌그룹 계열사 숫자를 줄여 총수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 각 후보 진영에서 제시한 재벌규제 방안들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계열사 몇 개는 팔아야 하고 진출하고 싶은 분야에 투자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려서 서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것이 재벌규제의 목적이라면 지금 제시된 재벌규제 조치들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맞지 않는다.

재벌들이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재벌의 지배력 남용이나 배임, 횡령, 불공정 거래 행위는 시정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이미 현행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그룹 회장은 이로 인해 형사 처벌도 받았다.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이나 지배력 남용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더 실효성 있게 집행하면 될 일이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금산분리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고유 업종을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만 더 어려워질 뿐이다. 지금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방안들은 국민 불만 해소를 위한 정치적 묘책은 될지언정 국민을 잘살게 하는 정상적인 경제정책은 아니다.

경제 문제를 국민정서와 정치논리로 해결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면 이것은 나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제민주화를 빙자한 재벌 때리기가 현실 경제 문제에 대한 정공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거나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재벌에게 덮어씌우는 희생양 찾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 문제는 의지와 따뜻한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힘든 선택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잘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세금도 더 내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온 국민을 보다 더 부지런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이끄는 지도자가 우리 국민을 진정으로 잘살게 만드는 지도자이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계층갈등을 부추기고 남 탓만 하면서, 원하는 것은 모두 공짜로 해주겠다는 지도자는 우리 경제를 침체시켜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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