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0
매일경제 칼럼
대한민국 낙관론과 비관론
― ‘가족이기주의’라는 악성 변종 극복 ―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 위원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예언과 이론은 꽤 많다. 100여년전 한말 증산교의 강일순 교조는 ‘남조선’(南朝鮮)이 세계 상등국(上等國)이 될 뿐 아니라 세계 통일의 중심이 된다고 예측했다. 한반도 분단되기 50년 전 찢어지게 가난하고 외세에 짓밟히던 시절이니 놀라울 만큼 신통한 예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41년 전 탄허스님은「역학원리에 의해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세계적으로 가장 좋아진다고 보겠습니다.」라고 진단했다. 미래엔 세계적인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고 인류의 60~80%가 사라지는 재난이 나지만 한반도는 자연의 요동이 극히 적을 것이라 했다.
옛날 사람만이 아니라 21세기 들어 밖에서도 한국 낙관론이 많다. 프랑스의 대표적 실천 지성인 자크 아탈리는 2006년 저서에서「한국은 새로운 경제적 문화적 모델이 되어 그 탁월한 기술과 문화적 다이내미즘으로 세계를 매혹한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니지아, 필리핀 심지어 일본까지도 한국모델을 ’성공하기 위한 모델‘로 모방하려한다」고 했다. 아메리카 제국의 종언을 내다보며 2025년까지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브라질, 인도니지아, 캐나다, 오스트렐리아 등 신흥 시장민주주의 11개국 중 한국이 최대세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조선 대한민국이 21세기 문명의 대전환기, 제국질서의 대개편기,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대충격기, 고대․중세․근대라는 역사시기 구분에 버금가는 초근대 지구촌문명시대 전개라는 일대 혼돈기에서 가장 안전하고 세계 중심 모델이 된다고 하는 선지자들과 외국지성의 진단과 예언은 큰 용기를 준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제3세계 국가 중 정치민주화, 시민의 자유, 언론자유, 근대 경제성장, 교육과 과학기술의 선진화, 종교․문화․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 등 근대화의 기준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나라이며 교육․기술․사회문화적 개방과 해외진출 부문은 초과달성한 경이적인 나라이다. ‘대한민국 근대화혁명’이라 부를 수 있고 그 초과달성의 증거를 K-pop, G20 정상회담, 여름․겨울 올림픽과 세계육상경기대회, 월드컵을 모두 주최하는 유일한 ‘제3세계 국가’로의 비약을 들 수 있겠다. 제3세계 국가 중 K-pop 같이 선 후진국 모두에 통용되는 문화 아이돌을 배출한 나라는 다시없거니와 일본 중국도 못한 일이다. 인물, 기업의 세계적 약진, 행사와 통계의 실적으로 보면 우리는 대한민국의 능력을 미래에 투사할 수 있고 나라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20~40’ 반란의 세대는 물론 성공적이라는 60~80세대도 불안한 미래에 움츠리고 있다. 소득, 계층, 신분 상승 기회가 박탈되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 출신의 유력한 노벨경제학상 후보였던 모리시마 미치오 영국 런던대학 교수는 1999년에 발간한「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에서 한 나라의 미래를 판단하는 척도는 청소년 교육이라 했다. 현세대가 아무리 잘해도 미래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며 미래의 담당자는 청소년이며 이들이 현재 받는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왕따’가 범람하고 ‘과외’가 지배하는 한국의 청소년 교육현장은 미래를 비관케 한다. 모리시마 교수는 또한 한 나라의 기술, 문화, 기업이 아무리 우수해도 정치가 3류면 그 나라 장내는 없다고도 했다. 공중부양과 최루탄이 터지는 국회, 이준석과 나꼼수 김어준이 만드는 임시정부(?)의 정치는 국가 공동화의 길이다. 이혼율, 자살율, 소자화율, 미국식 소송사회로 가면서도 거짓(위증죄, 사기죄)이 판치는 가족해체, 사회해체, 공동체해체 현상까지 가속화 되고 있다.
「세계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경제낙관주의와 물리적 안보취약’의 이상한 혼합이라 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대국에 둘러싸인 중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항상적 딜레마, 특히 안보딜레마로 해서 결코 ‘남한이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수 없다’고 결론 짓는다.
대한민국이 세계적 세기적 중심모델이 된다는 낙관론과 세대적 절망, 사회해체, 국가공동화로 가는 비관론 사이에서 무엇이 대한민국의 진실인가. 그 실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실체를 혹독하게 해부해야 한다. 성취의 각 부분마다 쌓인 압축, 초과, 양극, 대극, 대척적 그늘과 반동의 역(逆)발전을 냉정하게 자각해야한다. K-pop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집단가무’의 전통을 이은 것이고 세계적 기업으로 큰 재벌도 하나같이 ‘가족기업’이다. 광의로 보면 모두가 한국인의 공동체적 DNA의 성공이다. 그런데 왜 전통적 1차 집단인 진짜 ‘가족’과 좀 더 넓은 사회공동체와 국가는 해체와 공동화로 치닫는가.
좋은 의미의 전통적 ‘가족주의’와 현대적 ‘개인주의’가 대한민국에서 압축적 접목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군중포퓰리즘이라는 악성 하이브리드 변종집단을 만들었다. 기업, 노조, 정당, 학교 심지어 교회에서까지 악성 가족이기주의가 횡행한다. 그러나 통섭, 융합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비관적 요소마저 낙관적 요소로 승화시킬 수 있다. 낙관과 비관의 요소를 통합, 수렵, 극복하는 공동체적 작업이 절절하고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