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A30면 [박세일 칼럼]
2011년 6월 10일(금)
'가치 정당'과 '共治의 리더십' 나와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상과 원칙 없는 정치로 포퓰리즘 정책만 양산해, 승자가 독식하는 '이익붕당' 정치 끝내고 국가 비전과 가치 공유하는 安民의 정치 열어야
우리나라 정치는 두 가지 중병(重病)을 앓고 있다. 하나의 병은 이익붕당(利益朋黨)의 정치이다. 정치에 꿈과 이상, 가치와 원칙이 없다. 오로지 이익과 탐욕만 있다. 정치 속에 국가 장래와 민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 정치지도자들의 권력투쟁 수단으로 철저히 사물화(私物化)되었다. 그러니 국가비전은 없고 선거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의 국가전략은 안 나오고 인기영합의 포퓰리즘 정책만 양산되고 있다. 오늘의 정치혼란과 정책혼선은 정치에 가치와 이념 그리고 국가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정당은 없고 이익붕당만이 번창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병은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정치이다. 특정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 속에서 대통령을 만든 특정정파가 승자독식의 정치를 편다. 정권을 잡고도 자신이 속한 정당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상과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 같은 당 안에서든 아니면 여·야를 뛰어넘어서든, 여러 정치지도자들의 지혜와 경륜을 모아 나라를 다스리는 공치(共治)의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특정 계파만이 독주하는 단치(單治)일 뿐이다.
이 두 가지 중병이 합쳐져 '승자독식의 이익붕당 정치'가 되면 정치는 끝없는 극한투쟁의 장(場)이 된다. 야당은 하나에서 열까지 무조건 반대하고, 여당은 이익으로 사분오열되어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벌인다. 그 사이에 민생은 표류하고 국가전략은 실종된다.
정치를 이대로 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정당개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익붕당의 틀을 해체하고 가치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보수여당은 수구(守舊)를 정리하고 개혁적 보수끼리, 진보야당은 종북(從北)을 떼어내고 합리적 진보끼리, 이익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헤쳐 모여야 한다. 본래 올바른 국가전략과 정책은 올바른 가치와 이념에서 나온다. 그래서 가치와 이념을 생명처럼 소중히하는 가치정당들이 나와야 비로소 정당 간의 생산적 정책경쟁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필요하면 국익을 위해 보수·진보 간의 정책연합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정치 리더십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정치란 본래가 국가비전과 가치를 바르게 세우고, 민심을 성실히 읽고, 천하의 인재를 모아 국정을 맡기는 예술이다. 따라서 지역, 학벌, 정파 등에 얽매인 승자독식의 단치(單治)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모두 함께 하는 공치(共治)여야 한다. 특히 국가가 갈등하고 분열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역사상 공치에 성공한 대표적 정치가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남북전쟁의 갈등을 풀며 성공적 국가경영을 위해 대담하게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모두 내각에 입각시켰다.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자기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워드(W. Seward), 체이스(S. Chase), 베이츠(E. Bates) 등을 모두 국무부, 재무부,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그리고 반대당인 민주당 인사까지도 해군부, 우정부, 육군부장관을 시켰다. 자기 주위를 자신보다 더 많이 교육받고, 더 많은 국정경험을 가진 탁월한 인재들로 채웠다. 국정운영 팀을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와 경쟁자들로 구성하여 함께 공치함으로써 그동안 그를 비판하고 반대하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찬탄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21세기의 국가경영은 더더욱이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나의 당(黨)으로도 어려운데 하물며 하나의 정파나 계파가 어떻게 국가경영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공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공치가 성공하려면 정당의 운영에서부터 독식과 독주가 아니라 공치가 제도화되고 관행이 돼야 한다. 당에서 오랜 기간 공치의 훈련을 해야 집권 후에도 성공적 공치를 할 수 있다. 또한 공치가 성공하려면 지도자들 간에 국가비전과 가치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공치는 공동목표와 가치실현을 위한 협력이지 단순한 여러 계파 간의 이익야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치는 이익붕당으로는 안 되고 반드시 가치정당이 나와야 성공한다.
따라서 정치개혁의 핵심은 '승자독식하는 이익붕당'의 시대를 끝내고 '공치하는 가치정당'의 시대를 여는 데 있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 정치가 천하 모두를 위한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치, 선진과 통일의 시대를 여는 안민(安民)의 정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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