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PPS 이번 주 한마디(제 196회)
한국 방문에서 느낀 점
다나카 나오키(국제공공정책연구소 이사장)
연이은 해외출장으로 ‘이번 주 한 마디’ 연재를 2주간 쉬게 되었다. 그 구멍을 메우고자 함은 아니지만 일본의 지진 재해, 그리고 원전사고를 해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이번에 방문한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는 대한민국을 선진국가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반도선진화재단(이하 한선재단)』이라는 이름의 재단이 존재, 한국의 연구자들을 네트워크하고 있다. 그들의 관심사는 한반도(朝鮮半島) 통일이라는 테마인데, 이 테마에 대해서는 우리들도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단 대표인 박세일씨와도 여러 차례 논의를 해왔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우리들CIPPS가 이 한선 재단과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한반도(朝鮮半島) 통일 문제는 물론 그 자체가 커다란 테마였지만 한국의 출석자, 그리고 한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온 우리들 출석자들을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쓰나미 피해, 그리고 원전사고에 대한 높은 관심의 눈으로 대했다. 물론 그 관심의 내용은 도대체 앞으로 일본은 어떤 방법으로 이 원자력 오염을 덮으려고 하고 있는가, 또 다음 복구 과정 플랜을 어떻게 짜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SCM: Supply Chain Management)라고 하는 공급망이 환태평양에 조성되어 있었는데 일본의 지진 재해,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로 이 서플라이·체인이 토막토막 끊어지고 그 붕괴의 영향이 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미 이 테마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혹은 국제적 상호의존의 새로운 단계라는 시각에서 다뤄지고 있다. 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 테마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재해,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로 일본의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아직 출하되지 못한 중요부품 등이 존재하며 이것이 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이나 중국은 이러한 영향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겠지만 북한은 이 환태평양의 서플라이·체인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공급망의 붕괴에 대해 별다른 감상이 없을 것이다. 나는 한반도(朝鮮半島) 통일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에서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가 어떠한 방법으로 북한을 끌어들여 함께 해나갈 것인가 하는 테마가 떠올랐다. 좀더 적극적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경제개방, 그리고 경제개혁이 실시될 경우 북한이 이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오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 부분은 완전한 공백상태이다. 이 테마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취지였다.
물론 이 문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되어 마땅하지만 금번 프레젠테이션 때 한국 신문 기자 중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일본은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에 북한도 끌어들일 계획인가? 그것은 한반도(朝鮮半島)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보다 농도 짙은 것으로 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 나는 「한국인들이 북한을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에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듯 일본 또한 북한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단, 일본의 입장에서는 북한만이 특별한 대상이 아니다. 환태평양의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 안에는 예를 들어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싸다 할 수 있는 베트남이나 미얀마,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들이 있으며 이들 나라에 적합했던 비즈니스가 북한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의 차원에서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 한국 독자의 관심을 대표하는 신문사 입장에서는 「또 일본이 한반도(朝鮮半島)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 편이 독자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북한만을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베트남이나 미얀마, 방글라데시에서의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 나라들과 나란히 북한을 고려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계 사람들이 북한을 통합하기 위해 갖는 관심과 같은 범위의 차원에서 일본도 또한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는 나의 설명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솔직한 감상은 그러한 제3자적인 이야기로는 메시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북한 통합 과정의 프로세스 속에서 일본은 역사적으로 줄곧 가지고 있었던 한반도(朝鮮半島)에 대한 관심을 변함없이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일본 출석자의 입을 통해 나왔다』라는 식의 기사가 한국에서는 이슈가 되기 쉬운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러한 비뚤어진 태도는 비록 한국 신문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신문도 마찬가지로 비뚤어진 면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뚤어져 있다고 하는 말은 독자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테마를 다루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신문경영자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재정적자가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은 막기 위해 공화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오바마 정권의 예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 활동의 일부가 멈춰버리는 셧다운(shutdown)이 염려되었지만 결국은 회기가 끝나는 4월8일 금요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협의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베이나 하원의장 사이에 타협이 극적으로 이루어졌고 정부활동이 셧다운되는 위기는 어떻게든 넘겼다. 이 때 미국의 미디어가 다룬 문제점의 포인트는 명확했다. 반대를 하고 있는 쪽, 즉 재정적자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으려고 하고 있는 의원들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현역세대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포인트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연방정부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셧다운 된다 하더라도 이미 중요한 포인트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루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경제 불황의 영향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진정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는 논의에 신문들도 테마의 초점을 정확히 맞추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일본의 신문들은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미국의 미디어와 같이 명확한 테마에 초점을 맞춰 그 문제를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독자의 고령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자의 고령화로 신문의 활자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나 또한 활자가 큰 편이 읽기 편해서 좋다고 생각하는 세대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더 이상은 활자가 커지기 원치 않는다. 활자가 커질수록 그만큼 정보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신문을 읽는 독자들은 점점 고령화 되어가고 있으며 신문들은 이 고령자들의 눈높이 맞춰 논의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일본의 재정적자가 비대화 되어가고 있으며 이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테마로 논의를 할 때, 현역세대는 다음 세대에게로 더 이상 부담을 돌려서는 안 되며 따라서 예를 들어 연금수령에 있어서도 수령액 수준을 삭감한다든가, 연금수령의 시기를 현재보다도 더 뒤로 미룬다고 하는 등의 다양한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논의를 실제로 실시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근래 10년 동안 고령자가 구입하는 전형적인 재산·서비스의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덕분에 법률 규정에 의거, 명목적인 연금수령액 수준을 내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러한 제안은 정부에서 내놓은 것도 아니었고 미디어에서 그러한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 적도 없었다. 나는 이러한 의미에서의 비뚤어짐이 일본의 신문에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의 비뚤어짐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일본은 변함없이 역사적으로 한반도(朝鮮半島)에 대해 지속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평균적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테크닉인 것 같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있는 다케시마(竹島- 한국 명칭으로는 ‘독도’) 부근의 일본 영해 내에서 종합 해양과학기지 건설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미 그 낙찰작업이 끝나고 가까운 시일 내에 기초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다케시마(竹島) 문제는 한국에서는 일본의 의도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라는 논의와의 관련성 때문에 항상 주목을 받고 있다. 다케시마(竹島)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說)이 있지만, 한국에 있어서 다케시마(竹島) 문제는 확실히 매우 관심이 높은 테마이다. 다케시마(竹島) 문제에 있어서도 20세기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 변함없이 인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또 이번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그 방사능 오염에 관해서 말하자면, 내가 지난번 서울에 체류한 날 때마침 비가 내렸는데 한국의 텔레비전은 일본 방사능에 오염된 비가 내린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큰 우산을 받쳐들고 비에 젖지 않도록 조심하는 영상을 내보내고 있었다. 일본에도 물론 방사능 오염에 대해 지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피폭의 정도, 피폭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상당히 강도 높은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 상태가 몇 년에 걸쳐서 계속된다면 모를까 현재 방사능의 비산(飛散) 정도라면 그다지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서울에서는 이 방사능 오염 문제를 대단히 엄격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방사능 오염 문제와 20세기의 일한 관계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더 냉정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잇달아 조업하고 있다는 점, 한국은 해외에서의 원자력 발전소 수주도 시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인들은 방사능 오염에 대해 원래부터 매우 예민하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한국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나? 어쩌면 과거사로 인한 일본에 대한 감정 문제 때문에 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건에 대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느끼기까지 했다.
어쨌든 일본과 한국은 거리상으로도 지극히 가까우며, 한국은 이번 일본의 지진 재해·쓰나미 피해에 대해서도 바로 구조의 손길을 내민 대단히 고마운 나라 중 하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한 관계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엿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가 여전히 두 나라간의 간단 명료한 교류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이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은 그 무언가를 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북한을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 속에 포함시켜 나가자는 이번 나의 제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미디어가 일본의 개별적 관심이라는 차원에서 다룰 가능성이 있다는 예를 들어서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011년 4월 7~8일 양일간 개최된 <한반도 통일전략과 동북아 공동번영의 비전>(주최: 한반도선진화재단, CIPPS, 조선일보) 컨퍼런스 참석 후기입니다. (원문보기日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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