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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박세일 칼럼] 통일외교 안 하는 분단국
 
2011-03-02 09:12:15

2011년 2월 25일(금)
<조선일보> A30면 /
박세일 칼럼


중국의 성장 지속, 일본의 東亞공동체 참여,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 미국의 북핵 문제 타결 등

4강 현안에 한반도 통일이 이득이라고 설득해야…

박세일/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분단국 대한민국에 대미(對美)·대중(對中) 외교는 있는데 통일외교가 없다. 무슨 소리인가? 통일외교란 한반도 통일이 이웃 4강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적극 설득하는 노력이다. 그동안 우리는 분단 관리에 급급했고 스스로 약소국 콤플렉스에 빠져서 적극적 통일외교가 없었다. 4강들에 우리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묻고 다녔다. 한마디로 '우리 통일해도 됩니까?' 하는 식이었다. 아마 그들은 속으로 '통일은 자기들 문제인데 왜 우리에게 와서 묻는가. 우리가 반대하면 안 할 것인가' 하고 내심 웃었을 것이다.

한국의 통일외교는 우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의 최대 관심은 경제발전이고 이를 위해 변방의 안정을 원한다. 그러나 변방의 안정은 실패국가를 지원해서 이룰 수 없다. 한반도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 진정한 변방 안정의 길임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 만주 동북3성의 낙후는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이 국제물류와 외국인 투자를 막기 때문으로, 통일 후 한반도와 중국이 힘을 합쳐 만주·연해주·시베리아·몽골 등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번영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중국이 김정일 이후 군사적·비군사적 개입을 통해 북한에 '친중(親中) 정권'을 세우려 한다면 이는 민족자결에 대한 명백한 도전임을 선언하고, 과거 우리가 AD 668년부터 676년까지 평양에 있었던 안동도호부라는 당(唐)의 식민통치기구를 한반도에서 몰아낼 때처럼 한민족 전체가 결사항전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의 손문(孫文) 선생은 1924년 11월 28일 일본 고베 강연에서 "일본이 앞으로 서양적 패도(覇道)의 길을 갈 것인가, 동양적 왕도(王道)의 길을 갈 것인가"라며 일본 국민의 신중한 선택을 호소했다. 그 이후 손문의 충정어린 고언(苦言)을 듣지 않은 일본은 팽창주의적 제국주의의 길을 갔고 결국 국망(國亡)의 비극을 경험했다. 이제 유사한 질문에 대해 중국이 답해야 할 차례이다. 우리는 중국 지도자와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여 중국과 한반도가 상생 공영하는 '21세기 신(新)동북아시대'를 함께 열어 가길 간절히 기대한다.

다음은 미국이다. 우선 미국의 주 관심사인 북핵 문제는 한반도 통일 없이는 해결될 수 없음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과거 냉전 때는 일본이 미국 동아시아 정책의 주(主) 파트너였으나, 냉전 이후에는 '통일 한반도'를 주 파트너로 삼아야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의 명운(命運)은 중국의 미래가 평화국가인가 전쟁국가인가에 크게 좌우된다. 그런데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비로소 중국의 '평화국가화(化)'가 확실해진다. 한반도 통일을 계기로 지난 2000년 이상 동아시아를 지배하던 중화주의적 수직질서가 호혜평등의 수평적 평화질서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이야기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완숙한 선진 일류국가이지만 고령화와 재정적자로 경제·사회의 동력을 빠르게 잃고 있다. 일본이 앞으로 새로운 사회·경제적 역동성을 가지려면 길은 하나뿐이다. 런던정경대의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 교수 등이 주장하듯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시대를 열고 거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길이다. 그런데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한반도 통일 없이는 허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야 하고, 자본과 기술력을 가지고 북한의 건설과 동북아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미래를 여는 길이고 한·일 간의 불행한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이다. 21세기 세계 발전의 중심은 유럽과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러시아 국가 발전의 핵심과제는 러시아가 '유럽 세력'으로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세력'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아시아 세력이 되기 위해선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에 성공해야 하다. 그런데 그 전제가 바로 한반도 통일이다.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비로소 시베리아 유전 개발,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철도와 가스관 등 수송망 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통일은 한국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의 장래, 러시아의 발전, 중국의 미래, 미국의 이해, 더 나아가 세계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 민족의 번영뿐 아니라 동북아의 발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이웃 4강과 협력, 한반도 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민족사적 과제이고 또한 세계사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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