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앞에 멈춰서버리는 일본,
박세일 (재단 이사장)
[주간 동양경제] 제6285호 (10/7/31)
38~39면 특별인터뷰
정체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 박세일 이사장(한반도선진화재단)에게 현재의 일본과 한일경제에 대해 들어 봤다. 박 이사장은 법학 , 경제학 분야에서 탁월한 학자일 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활약했고, 일본을 잘 아는 지일파이기도 하다.
A 현재의 일본경제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의한 구조적 수요 감소, 둘째, 구조개혁의 실패 또는 지연, 셋째, 정치적 리더십 결여 등 세 요인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요인이 크다. 재정지출시스템의 개혁이 촉진되지 못해 재정적자는 팽창 일로다. 또한 지금까지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나 소프트산업으로의 이행, 즉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도 잘 촉진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경제 발전의 토대를 이루었던 ‘일본적 경영’이 쇠퇴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구미식 주주 중시의 자본주의가 도입되어 강화되었다. 하지만, 각각의 장점이 융합되어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 즉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도 못한 상태다. 구미식의 경영수법을 도입하고 나서 창조적이고도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리더가 형성되고 성장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닌 듯하다. 구미적 경영과 일본적 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기는커녕 오히려 대립되었고, 일본기업은 멈춘 채로 정지한 듯이 보인다. 또한 첫 번째 요인인 구조적 수요감소도 문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국내시장이 큰 것은 사실이고, 지금까지는 내수에 안주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무역확대가 최적의 해답을 제공하겠지만 일본인 및 일본기업을 비롯해 나라 전체가 내향적으로 치우쳐 있는 점이 걱정이다. ‘캐치업(CATCH UP)경제’를 이미 경험한 국가이지만, 아직까지도 그것에 사로잡혀 ‘선진 성숙형 경제’로의 구조개혁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Q 한국과 비교해 저성장에 허덕이는 일본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점진적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돌진
어디까지나 본인의 가설이지만, 일본의 훌륭한 점은 하나의 기술이 Take off(이륙)하면, 그것을 현장에서 끊임없이 개선시켜 가는 힘이다. 그렇게 하면서 서서히 이노베이션을 형성해 간다. ‘gradual innovation’, 점진적인 기술혁신 그 점에서는 세계에서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을 것다.
한편으로, 한국이나 미국은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면 과감히 부딪혀 가는 기질이 특징이다. 또한 벽에 부딪혀도 그 벽을 피해서 옆길로 가서라도 앞으로 전진해 가는 성격이다. 골문을 향해 여하 간에 돌진하고자 한다. 일본보다 훨씬 스피디하다. 역으로 일본은 벽에 부딪히면, 그 벽 앞에 서서는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장고하는 성격이지 않을까.
지금처럼 기술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끊임없이 탄생되는 시대에는 그와 같은 신중한 성격이 유리할지 어떨지 의문이다. 특히, 중화학공업적인 이노베이션보다도 스피드가 빠른 소프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산업이 발전되어 가는 속에서, 일본적인 ‘모노즈쿠리(상품만들기)’, ‘개선’에만 사로잡혀서 잃어버린 것이 있지 않을까? 물론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칭찬해마지 않지만, 과연 종래형의 일본적 사고가 앞으로도 통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분명 의문점이다.
정치면에서도, 지금까지의 자민당과 같은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동아시아는 비민주적 수준까지는 곤란하지만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지역이다. 미국과 같은 양당 정당제보다는 ‘55년 체제’ 당시의 일본의 자민당, 한국에서는 박정희시대와 같은 정치적인 안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경제도 잘 전진한다.
Q 한국의 장점은 어떠한 점입니까? 또한 단점은?
A 장점은 교육에의 열정이 높은 점, 그리고 그에 따른 상승지향 욕구 및 hungry 정신을 가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폐쇄적이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국민이란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단점은 80년대부터의 민주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지도자에게 지도자정신이나 윤리관이 결여되어 있는 점이다. 말하자면, 금방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Populism)에 빠져버리기 쉽다. 국민 면에서 보면 너무 지나친 평등의식이 팽배한 점이 단점이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온통 다 드러내면서 과도한 자기만족을 추구한다. 나아가 전반적으로는 공동체의식이 빈약하고 사회적 도덕성이 엷은 점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멀지 않은 남북통일, 일본의 협력이 필요
Q 한일(일한)의 경제관계에 대해서는?
A 한국 측의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가장 큰 문제이다. 2009년도에도 276억 달러라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부품, 소재를 수입하는 70년대의 고도성장시대의 구조가 지금도 남아있다.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한일 간의 주요 과제이다.
또한 무역규모나 그 수준에 비하면, 한일 간의 투자액이 너무 적다. 일본은 좀 더 한국을 잘 알아주길 바라며,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해 주길 바란다.
나아가 대기업 수준에서의 한일 경제협력은 진전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질 못하다. 예를 들면, 삼성과 소니의 협력은 있지만, 중소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부품소재 분야에서의 투자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요청해도 와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한국도 일본기업이 투자와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Q 한국은 지금 어떤 국가전략을 필요로 합니까?
A 국내적으로는 교육개혁과 지역발전을 어떻게 도모해야 할까가 중요하다. 고도의 인재육성을 촉진함과 동시에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서 지위향상의 찬스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복지에도 공통되는 문제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일본의 도주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주제 도입의 추이와 정책과정 등 일본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정치, 정당개혁의 실시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정치에는 국민이 없고, 정당에는 정책이 없다. 정당은 가치와 이념으로 경쟁하고 있지 않으며, 슬로건과 이미지만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한국의 지도자는 이념이나 철학이 없고 곧바로 이익투쟁에 빠져버린다. 한편 국민은 자신의 욕구가 너무도 노골적으로 큰 편에 비해 사회적 책임감이 희박하고 너무 쉽게 정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 정치면에서의 의식개혁도 필수적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남북통합과 동아시아의 통합 문제이다. 한국과 북한이 하나가 되는 시기는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5년 후에는 통일이 시작되는 국면이 찾아올 것이다. 통일까지는 그로부터 10년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안정이라고 하는 문제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그것은 북한을 비롯해 중국의 동북3성 등 구(舊) 만주 부분, 러시아 연해주, 황해 동해 연안 전체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새로운 발전센터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 가면서 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북한으로부터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경제권에 있어서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국제분업체제 구축 준비를 지금부터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이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필연적이다. 북한은 여러 문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도 북한을 구하는데 조력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세계의 성장센터에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일 FTA도 당연히 맺어야 하며, 일본이 한국과 우호적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일은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된다. 한일이 함께 손잡고 세계의 리더가 될 실력을 지금부터 시험받게 될 것이다.
※ 원문이 실린 곳: 朴世逸,「壁で立ち止まる日本 壁を避けてでも進む韓國」, 『周刊 東洋經濟』, 第6275號 (10/7/31), pp.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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