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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인터뷰] “우리 선거엔 정책없이 득표만 있어... 정당이 사당화(私黨化)
 
2010-04-23 10:41:42

 

* 2010년 3월26일(금) 영남일보 2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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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거엔 정책없이 득표만 있어... 정당이 사당화(私黨化)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난 23일 오후8시 영남일보 CEO 아카데미 특강을 위해 대구를 찾은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62)를 만났다. 먼 길을 온데다 한시간가량 진행된 강의로 다소 지쳤을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런 기색없이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박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아 교육 및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했다. 개혁지향적인 교수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17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활동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과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고 있는 그는 공식적으로 이 두가지 길 모두 부인하고 있다. 생수 한 잔을 맛있게 들이켠 박 교수는 곧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득표위주 선거가 지방맹주 ‘독점’ 초래
정치선진화 위해선 정당선진화가 우선


- 박 교수님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대학 교수와 국책 연구원, 그리고 국가정책에 관여했던 전직 공무원들이 모인 민간 싱크탱크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필요한 국가비전과 정책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론 중립을 견지하고 있으며, 운영 경비는 참여하는 분들이 각자 부담하고 있습니다.”


- 최근 박 교수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고 있습니다만...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들(원희룡, 나경원)은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제자들이고 후배들입니다. 오세훈 시장도 제가 아끼는 후배입니다. 제가 이들과 나란히 서서 경쟁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 우리나라 정치가 아직 산업화를 못 벗어났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 걸로 압니다.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하는지요?

“선진화가 되려면 우리는 제도와 의식개혁으로 이른바 ‘창조적 세계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이 되도록 개혁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도 배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좋은 전통과 유산을 잘 계승해 선진국의 제도와 창조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개혁에 앞장서야 할 정치가 나서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정당 구조의 낙후성’에 있습니다. 정당은 국민의 뜻을 수렴해 정책 개발과 권력 창출이란 두 가지 기능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선거기능만 있고 정책개발 기능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선거위주입니다. 정책 이슈가 등장해도 정당들은 선거와 연관시켜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정치에 정책이 없고 득표만 있기 때문에 지역을 거점으로 한 정치 구도가 발현되고, 정당은 사당화되는 겁니다. 정당이 국가비전과 발전전략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지방맹주가 정치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사당이 돼버리는 거죠. 따라서 정치 선진화의 조건은 정당 선진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현재의 우리 정치는 선진화는 물론 통일로 가는 길에도 방해가 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 교육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많이 하시는데요.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교육개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제공할 교육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자유주의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양질의 교육기회를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보장해야 하는 것(공동체주의 원칙)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버리는 것입니다. 세계와 경쟁해야 할 우리의 현실은 두 가지 조건 모두 미흡합니다. 지금은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을 논쟁할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세계일등교육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번 지방선거의 의의를 든다면...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중앙정치에 종속되고 이용돼 왔습니다. 과연 주민대표를 뽑는 것인가, 중앙정치에 능한 사람을 뽑을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방선거가 벌써 다섯 번째 치러지는 만큼,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단계를 지나 발전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따라서 우선 정당들이 공천을 잘해야 합니다. 전문성·도덕성·지역경험 등이 고려되지 않은, 정략적 나눠먹기식 공천이나 비리·부패 인사를 공천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입니다. 유권자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 아직도 세종시 문제로 정국이 뜨겁습니다. 대구·경북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텃밭인 동시에 극점에서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텃밭이기도 합니다.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득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은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여·야가 국회에서 대안을 놓고 토론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파선선고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치가 풀지 못하면 그 정치는 문을 닫아야 하지요. 그러면 누가 풀어야 합니까. 정치가 못 풀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국민투표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충청도 분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자신들 스스로 내린 결론을 존중하고 수긍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합의로 풀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르네상스를 맞는 거죠. 세종시 문제를 질질 끄는 건 모두를 위해 이롭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남북문제, 교육문제, 실업문제 등 풀어야 할 국정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1세기는 지역 균형 발전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돈과 권력을 독점해 중앙집권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면서 지방정부에 선심쓰듯 일부를 나눠주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방향이었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는 지방의 자생적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세종시, 혁식도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은 철저한 지방분권을 추진해 돈과 권력을 지방에 서서히 넘겨주고, 각 지방 정부가 형편에 맞춰 스스로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은 앞으로 10년 안에 12개의 작은 국가로 분리하는 도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지방분권을 통해 권력을 나눠주고 각자 경쟁하라는 거죠. 나는 앞으로 지방분권의 단계를 넘어 지방주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지방의 발전이 가능하고 그 결과로 균형과 조화가 이뤄집니다. 그래서 균형발전은 엄격하게 말하면 발전균형입니다. 즉, 각자가 자기 힘으로 발전하면, 그 결과물이 조화로 균형으로 나타나는 거죠.”


- 이명박 정부 2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 정부는 산업화와 선진화의 중간에 있다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교육, 인사, 사회 정책들에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관행이나 사고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G20 정상회담의 개최, 대통령의 해외 세일즈 등은 선진화 조건에 걸맞은 모습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유선태 기자 /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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