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4월2일(금) 조선일보 A38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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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칼럼] 이 나라에 국가전략이 있는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여·야, 삼성·현대 전략은 있어도 국가 전략은 없어
천안함 사건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 난리
표만 되면 무슨 일이든 해… 나라 성공해야 국민 성공
21세기는 '전략의 시대'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져 미래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성공을 위해선 전략을 소중히 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기업·학교·정당 등 개별조직들의 전략은 많은데, 도대체 '국가의 종합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공동체 구성원들의 '개별전략'은 있는데 국가의 '전체전략'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국가전략의 실종을 걱정하지 않고 있다.
오늘의 정치권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당내 권력투쟁에만 '올인'하고 있다. 국가비전과 국가전략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인다. 지난 1년간 '수도분할'을 가지고 국민을 분열시키더니 요즈음은 '무상(無償)급식' 가지고 난리이다. 우리나라 경제계는 내 기업 잘되는 데는 수조원씩 투자하지만, 국가가 잘되는 데는 대단히 인색하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키우기 위한 연구·교육·홍보에 대기업이 큰돈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없다. 학계도 마찬가지이다. 총장선거와 사외이사에 바쁘다는 이야기는 나와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연구와 고민에 침식(寢食)을 잊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떠한 안팎의 도전이 있는가? 가장 급한 것이 북한의 체제와 리더십위기이다. 이번의 '천안함 침몰'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 북한의 위기가 한반도의 통일을 가져올 수도 있고, 새로운 분단으로 갈 수도 있다. 사실 해방 이후 최대의 민족사적인 도전이다. 북한에 티베트식의 친(親)중국 위성(衛星)국가의 등장을 막으려면, 그래서 한반도의 새로운 영구분단이라는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으려면, 국민 모두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적극적 통일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지도층 어디에도 산사태처럼 몰려오는 한반도의 위기를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치열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 침몰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 야단이다.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 국민들에게는 반복되는 법이다. 1945년 해방되기 전에 우리는 해방 후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실하였다. 그래서 해방 후 국론의 분열과 갈등, 그리고 결국은 6·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까지 치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다음으로 시급한 국가과제는 교육개혁이다. 21세기는 공(公)교육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교육지배구조를 쇄신하여 세계최고수준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면 어느 나라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교육개혁의 무한(無限)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권은 어떠한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어떻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가장 시급한 교육개혁과제가 될 수 있는가? 참 한심한 일이다. 국가전략은 표류하고 있는데, 표만 된다면 무슨 공약이든 만들어 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가 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는 여당과 야당, 삼성과 현대의 개별전략은 있지만 국가의 종합전략은 없다. 그래서 2008년 새 정부가 등장할 때, 일부의 학자들이 모여 정부기구로서 '국가기획원'과 종합국책연구소로서 '국가전략원'의 설립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런데 정치권의 무관심과 기득권의 방해로 현재 그 추진이 중단되어 있다. 그러는 사이에 2009년 일본에서 등장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신(新) 일본 창조를 위한 '국가전략국'을 세우고 '국가전략상'을 임명하는 일이었다.
도대체 나라가 성공하지 못하는데 그 나라 구성원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면암 최익현 선생께서 의병을 일으키면서 "나라가 망하는데 백성이 어찌 보전되겠는가?"라고 한탄하셨다. 국가전략이 성공하지 못하는 나라에, 아무리 각자도생(各自圖生)한다고, 개별전략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나라를 성공시키는 것이 각자가 성공하는 최선의 길임을 우리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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