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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 나라에 國魂이 있는가
 
2010-01-29 13:24:52

 

 

왜 미국·중국 찾아가 우리 통일 방안 묻나
왜 기성세대들은 애국 솔선수범 안하나
國格 따지기 전에 국혼부터 찾아야

 

 

  

새해를 맞이하여 사회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천만 번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국격을 논하기 전에 "과연 이 나라에 국혼은 있는가"부터 묻고 싶다. 다시 말해서 이 나라 지도자들은 위민(爲民)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고 있는가. 지식인들은 올곧은 선비정신을 가지고 사회의 정론과 공론을 세우고 있는가. 기업인들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을 가지고 뛰고 있는가. 우리 국민 모두는 나라와 겨레, 역사와 국토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이 땅의 국가기백이 하늘로 치솟고 민족정기가 추상같이 살아 있는가.

국혼을 살리려면 우선 두 가지를 살려내야 한다. 하나는 '자주독립의 주인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애국애족의 마음'이다. 지도자와 국민들에게 자주독립의 주인의식과 애국애족의 마음이 없으면 그 나라는 이미 혼을 잃고 정신을 빼앗긴 나라가 된다.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에 자주와 독립의 정신이 강해졌는가 아니면 약해졌는가. 내가 보기에는 약해져 왔다. 사대주의(事大主義)적 사고가 더 많아졌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과 학자들이 미국과 중국에 가서 한반도의 통일에 대하여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하고 다닌다. 이것이 제정신 있는 질문인가? 한반도의 통일이 누구의 문제인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에게 가서 우리 통일에 대한 찬반을 묻는가. 찬성하면 통일하고 반대하면 안 하겠다는 말인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통일 문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그들의 생각을 알고 그들을 통일 방해 세력이 아닌 통일 우호 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의 행태를 보면 아예 이 민족적·국가적 과제를 미국과 중국에 맡겨버린 듯한 자세다. 혼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왜 우리의 통일의지와 추진전략을 밝히고 그들에게 우리 통일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가. 왜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의 필수조건임을 주장하고 미국과 중국에도 이익이 됨을 설득하지 않는가. 한마디로 이 땅에 주인은 없고 객(客)들만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신채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형식적 국가'는 커졌으나 '정신적 국가'는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에서 애국애족의 마음이 더 많아졌는가 아니면 적어졌는가. 내가 보기에는 적어졌다.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은 애국심에서 솔선수범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돈, 권력, 지식을 가질수록 오히려 극단적 개인주의나 웰빙주의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차세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본래 애국심은 나라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에서 오고 이는 올바른 역사교육에서 나온다. 그런데 오늘 우리 학교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비하하고 공격하는 좌파적 역사교육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외세(外勢) 지배와 반(反)민족의 역사라고,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得勢)한 역사라고 가르치면서 어떻게 이들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자주의 정신과 애국의 마음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 나라에 애국애족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오늘의 북한동포의 고통을 이렇게 철저히 외면할 수 있는가. 보수주의자들은 통일의 비용이 두려워,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은 평화를 내세워 통일을 피하고 있다. 왜 보수는 통일의 가치와 이익은 보지 않는가. 통일이 이 나라를 두배, 세배로 키울 활로를 제공할 것이란 사실을 왜 보지 않는가. 왜 진보는 분단 위의 평화가 북한 동포에게는 끝없는 고통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가.

국격은 중요하다. 그러나 국격은 이미지로 이벤트로, 혹은 선전과 홍보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격을 높이려면 국혼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 자주독립의 주인 된 통일정신과 애국애족의 마음이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통일을 못 이룬 분단국가가 과연 통일 이전에 진정한 국격을 가질 수 있는가?

 

♤ 이 글은 2010년 1월 28일 조선일보 [박세일칼럼]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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