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대한민국` 그만 만들어야
북한과 거래가 깊은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는 몹시 힘들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자세히 들으면 북한 내부의 실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손에 쉽게 잡히는 듯하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나가 통일의 길은 남한 기업 수만, 수십만 그것도 대기업이 대거 들어가면 되는 것이고 기업인이 곧 최고의 `통일꾼`이라는 주장에 이른다.
국가, 외교, 정치에 대한 경시, 무시, 멸시 그리고 정상성의 이탈을 보인다. 이런 주장은 정경분리에 의한 경제적 접근만이 최상의 통일방안이라는 철학의 경지에 이른다. 정치 안보와 무관하게 기업인의 북한 접근만 늘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어서 어떤 접촉이 횟수가 늘기만 하면 통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기능주의에 빠져 있다.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 정경분리라는 이름의 외교는 있을 망정 진짜 정경분리라는 현상은 없다. 정경일체는 당연히 좋은 것이어서 `정경일체 외교`라는 말은 안 쓴다. 정경분리라는 말을 쓸 때는 그것은 정상외교 아닌 비(非)정상외교 관계라는 것이지 정치외교와 무관한 정경분리 거래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엄격한 의미에서 정치와 문화의 분리도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도 없다. 그런 분리라는 형식과 과정은 외교의 한 형태일 뿐이다. 최근 외무부가 이슬람권에서 선교하다 추방당한 국민에 대해 한시적으로 여행이나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에 종교계 일부에서는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기독교 선교사들의 이슬람권 활동은 중동과 아프리카 전 지역에 걸쳐 있고 이미 추방당한 선교사만도 80명에 이른다. 유럽과 미국의 해외 선교활동 특히 초기 과정은 철저하게 정교일치였다.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니까 당초부터 정치와 종교의 일체는 어려운 현상이나 그렇다고 기독교계가 국가의 정치 외교를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입장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년 아프카니스탄에서 납치되어 국민과 국가에 큰 걱정과 비용을 쓰게 했던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이 이 지역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인천공항 국가권고문 포스터 앞에서 여보란 듯이 기념사진을 찍고 출국하는 행위는 국가 무시, 경멸을 넘어 반(反)국가행위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도 엄존하고 있다. 이들은 절대로 `대한민국`이란 말 대신 `남측`이라 쓰고 `국군`이라는 표현은 안 쓰고 북측 군대는 `인민군`이라 쓴다. 분단의 역사를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항미 제2 독립운동` 기간으로 보는 이도 있다. 이는 친북을 넘어 대한민국 거부 멸실론이다. 이런 주장들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연구하니 대한민국이 불쌍하다. 통일은 기업인들이나 통일꾼들이 북한에 많이 드나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이들의 능력을 포함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력 외교력 경제력 문화력 군사력 정치조정력이 커질 때 이루어진다. 통일 반대세력, 잠재적 훼방국가까지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을 때 통일이 온다.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기독교도들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2위의 해외 선교사 파견국으로 성장한 기적도 그것이 국력으로 수렴되어야 세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한다. 국가 무시, 멸시가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 기독교 제국주의 지향이 아닌지 의구심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광경에서도 마치 `두 개의 통일부`, `두 개의 정부`가 대한민국에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풍경이 있었다.
한반도에 사는 남북한 주민과 해외 동포를 합친 8000만 한민족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그 중심이 대한민국으로 결착되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무시, 경시, 멸시, 부정을 버리고 국력 수렴으로 한민족의 중심을 튼튼히 키우자.
♤ 이 글은 2009년 9월 7일 메일경제 [김진현칼럼]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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