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글은 필자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시절 국회보(2003년 12월호)에 쓴 글로써
당시 정치개혁안의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해서 설명한 글입니다.
지금의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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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보 (2003년 12월호)
정치개혁,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개혁안의 배경과 주요내용 -
<박세일>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1. 정치개혁의 목적
정치개혁이 이 시대의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한 목소리로 그 절박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개혁 없이 더 이상의 국가발전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에 국민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정치개혁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개혁의 바람직한 목적과 방향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개혁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정치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질과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우선 정치가 고도의 ‘전문적 정책능력’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 비전에 기초하여 국가 목표와 전략을 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수립능력과 집행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결코 주먹구구로 국가경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탁월한 국가 비전력과 고도의 정책전문성 없이는 이 세계화 시대에 국가를 올바로 끌고 나아갈 수 없다. 이제는 아무나 국가 지도자가 되고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둘째, 정치가 강력한 ‘국민통합능력’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사회구성원간의 사상적ㆍ이념적 분열과 세대간ㆍ계층간ㆍ지역간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다. 우리 정치가 이러한 사회적 분열과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어 내는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에 성공해야 한다. 국민적 에토스와 열기를 다시 불러 일으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발전도 국가발전도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분열시키고 있는가?
셋째, 정치가 확고한 ‘국가지도능력’을 회복하여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정치는 국민들을 공익과 국익의 방향으로 끌고 갈 강한 설득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가 법과 원칙에 의거하여 사회가 추구할 기본가치와 이념을 지켜야 한다. 정치가 국가의 ‘전체이익’을 지키지 못하고 목소리 큰 이익집단의 ‘부분이익’에 끌려 다니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상이한 사회의 다향한 세력의 주장을 경청하되 반드시 한 차원 높은 공동선의 관점에서 국가정책을 정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집합적 의사결정능력이고 국가지도능력이다.
그러면 왜 우리의 정치는 그동안 ‘전문정책능력’, ‘국민통합능력’, ‘국가지도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취약하였는가? 그리하여 낮은 수준의 정치, 저효율의 정치를 보여 왔는가?
첫째는 우리나가 정치가 그동안 ‘국가경영형 정치’가 아니라 ‘권력투쟁형 정치’ 였기 때문이다.
정치가 올바른 국가경영을 위한 수단, 국가비전과 정책실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획득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왔다. 정치의 목적이 천하의 최고인재를 모아서 국가미래 비전을 만들고 국가발전전력을 짜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개발하는데 있지 않았다. 정치에서의 경쟁이 ‘비전경쟁’과 ‘정책경쟁’에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정경유착과 부패선거에 의지하든,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국민 분열을 획책하든, 선거에서 이기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정치의 목적이 선거와 권력투쟁에서의 승리에 있지 않았다. 그 결과 결국 ‘비전 없는 정치’, ‘정책 없는 정치’가 주류를 이루고 권력획득자체가 목적이 되는 ‘정치의 자기 목적화’가 진행되었다.
둘째는 정치 자체가 자기목적이 되니 선거승리를 위하여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치부패’의 만연이었다. 정경유착이고 금권선거였다. 정경유착과 정치부패에 능하여 불법의 정치자금 그리고 선거자금을 잘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정치적 보스들이 되었다. 여기서 ‘정치의 독과점구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소수의 정치보스가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의 사물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국가 경영능력이 있고 정책능력이 있다고 해도 정치권 보스에 줄을 대고 돈 선거에 능하거나 지역감정을 타지 못하면 정치권 진입자체가 불가능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요컨대, ‘정책 없는 정치’, ‘비전 없는 정치’ 그리고 누적되어 온 ‘정치부패’가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과 질을 낮추고 정치의 생산성을 낮추고 더 나아가 국민의 ‘정치불신’을 초래한 셈이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내지 정치에 대한 절망은 이미 위험수준이다. 실은 이 문제를 푸는 것이 오늘날 정치개혁이 추구할 목표이고 방향이다. 정치개혁의 목표는 정치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불신을 해소하고 정치의 전문정책능력, 국민통합능력, 국가지도능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 가지를 해내면 된다.
하나는 ‘정치부패’를 척결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금권선거를 극복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이룩하는 것이다. 깨끗한 정치와 투명한 정치자금이 되어야 정치인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떳떳하고 국민에 대하여도 떳떳하다. 또한 그래야 국민의 정치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불신은 정치부패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비전 있는 정치’, ‘정책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경영형 정치’, ‘정책중심형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문정책능력을 갖춘 각계각층의 유능한 인재들을 정치권에 대거 진출 시켜야 한다. 동시에 기성정치권의 국가운영능력과 국가정책능력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그리하여 ‘권력투쟁형 정치’나 ‘권모술수형 정치’에 능한 ‘구 정치세력’을 대신하여, 국가 비전력과 전문 정책능력을 갖춘 ‘신 정책세력’이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결국 한마디로 ‘유능한 정치’, ‘일하는 정치’를 만드는 일이다.
* 위 글의 전문은 pdf 파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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