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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부] 동네 수퍼가 선진적 농산물 유통체계 갖춰야
 
2009-08-10 08:59:36

 

동네 수퍼가 선진적 농산물 유통체계 갖춰야


최근 대형 유통업체의 기업형 수퍼(SSM)와 생계형 동네 수퍼가 곳곳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 기업형 수퍼와 동네 수퍼의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선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싸게 누릴 수 있어 이득이다. 다만 여론은 기업형 수퍼가 무분별하게 동네 상권에 진출해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는 규제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기업형 수퍼를 규제해도 동네 수퍼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소비자는 등을 돌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법은 동네 수퍼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길뿐이다. 그 길은 동네 수퍼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신선농산물과 유기환경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 수퍼들은 대개 가족이 운영하는 영세 규모다. 이른 새벽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그날 필요한 신선농산물을 구매하거나, 중간도매상들로부터 농산물을 공급받아 자가 노동을 통해 작은 단위로 포장해 진열장에 내놓는다. 매일 시장 사정에 따라 농산물의 품질이 달라지고 가격도 들쭉날쭉이다. 그러다 보니 잘 선별되고 포장된 데다 브랜드까지 가진 기업형 수퍼의 신선농산물에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형 수퍼들은 다수의 매장을 기반으로 막강한 가격교섭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산지를 누비면서 시·군 유통회사나 영농조합법인은 물론 농협에까지 무리하게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요구하거나 세일용 미끼상품을 저가로 납품할 것을 강요한다. 기업형 수퍼가 품질 좋은 신선농산물을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산지 농산물유통회사나 영농조합법인의 희생과 원가를 무시하는 농협의 출혈 판매사업이 있다.

이런 구조에서 동네 수퍼가 살아날 길은 서로 힘을 합쳐 취급 품목의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뿐이다. 이미 전국 5000여 개의 동네 수퍼가 모여 지역단위로 45개의 ‘슈퍼마켓 협동조합’과 중앙단위 연합회를 결성했다. 슈퍼마켓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중소 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는 2만5000여 개 동네 수퍼가 이용하고 있다. 이를 약 12만 개에 이르는 전국의 동네 수퍼가 이용할 경우 물류센터의 기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정부도 동네 수퍼를 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물류센터의 현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19개소의 물류센터를 새로 건설했다.

동네 수퍼 헙동조합의 물류센터가 신선농산물 도매물류기지의 기능을 강화하고, 동네 수퍼도 냉장진열대를 설치하는 등 쾌적한 쇼핑환경을 만든다면 동네 수퍼에도 승산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처 간 소관이 다르다며 이같이 비교적 쉬운 해법을 비켜가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동네 수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농식품부는 동네 수퍼 협동조합 물류센터가 산지 유통센터로부터 고품질의 신선농산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산물 공급협력 체계를 구축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동네 수퍼가 이러한 유통체계를 마련한다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값싸게 공급하면서 동네 수퍼와 산지 농업인을 함께 살리는 동시에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도 막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 이 글은 2009년 8월 7일자 중앙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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