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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기적적 성공 그리고 치명적 실패
 
2009-07-27 09:40:36

 

기적적 성공 그리고 치명적 실패

 

"저출산 가족계획 성공이 오히려 노동력 감소 실패작으로 판명돼 희망속 온건한 비관론으로 미래 개척해야" 


 
현재 진단이나 미래 전망에서 극단의 비관, 극단의 낙관은 모두 나쁘다. 그것은 올바른 판단과 대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이성적 진단이나 냉철한 분석보다는 단선적 낙관 또는 비관의 주장들이 인기가 있다.

대한민국의 광복, 건국 이후 60여 년의 실적은 실로 인류문명사적 성공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정치민주화 시민자유ㆍ언론자유의 폭발적 확장, 1인당 소득 급증, 산업과 기업의 국제화, 인재의 세계 진출 등 `근대화`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비서방국 중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의 선진화, 해외유학 한류 선교와 자선 대ㆍ중소기업의 지구촌적 확장은 기적적 경이적 신화적 성공이다.

그러나 세상의 현실, 삶의 실체에는 기적 경이 신화란 없는 것이다. 기적적 성공 속에 치명적 실패가 숨어 있거나 기적적 성공에 취하여 치명적 실패 요인을 지나치다 자멸하는 경우도 역사에서 많이 본다. 세계은행 명목 GDP 순위에 의하면 작년에 한국은 15위다. 1995년 순위는 11위, 외환위기로 후퇴하다 5년 뒤 다시 복귀했다가 2004년 인도에, 다음해 브라질, 작년엔 오스트레일리아에 밀려 15위로 주저앉았다.

국제통화기금 전망으로는 올해와 내년 16위까지 하락하고 2011년에야 14위로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G7(세계 7대국)이 되는 꿈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96년 OECD 가입 당시(동시 1인당 GDP 1만달러 달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세기 경제 장기구상`을 발표했다. 2001년엔 캐나다 스페인을 제치고 9위, 2010년 브라질을 제치고 8위, 2020년 영국을 제치고 7위가 되는 꿈이었다.

KDI 구상에서 13년이 지난 오늘에서 보면 그때 우리 뒤에 있었던 멕시코 인도 러시아가 오히려 우리를 추월했고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을 추월하려던 우리 꿈은 더 멀어졌다.

무엇이 이런 후퇴를 만들었는가. 기적적 성공이 품은 치명적 실패의 극적 예는 바로 세계은행이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산아제한 가족계획이다. 그 과잉 성공은 한계출산율이 0.19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출산율과 고령화 속도의 선진국을 확실히 능가하는 기적적 현상은 인구급감, 노동력 감소, 재정과 복지 부담, 가족 해체를 일으키는 치명적 실패작이다. G7 꿈의 콧노래에 취하여 80년대까지도 1자녀 갖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가 바로 치명적 실패를 만든 것이다.

OECD 2010년 가계 저축 전망은 한국이 3.2%로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11년 전 외환위기 때의 24.9%와 비교하면 얼마나 치명적 추락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런 후퇴 속에는 이혼 증가율 세계 최고, 자살률(특히 노인) 세계 최고, 식품물가 OECD 최고 수준, 교육 낭비와 단위당 에너지 소비 세계 최고, 소득 불평도와 노사관계의 지속적 악화, 역대 대통령과 대기업들의 끊임없는 신뢰 위기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 모두 공동체 응집 화합력의 추락과 사회 해체, 국가 공동화로 가는 현상이다. 자기 경험을 객관화하고 자기를 타자화하는 성찰력이 있으면 치명적 실패도 극복하고 또 다른 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낙관과 비관에 매몰되어 자기성찰을 못하면 기적적 성공도 과거의 것이 되고 만다. 북한이 2006년 핵실험하고 2003년 중국이 베이징 6자회담 주재국이 되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속에 미국과 G2로 부상하고 중국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 220억달러의 위안화 통화 스왑을 제공하는 현상들은 한반도와 세계 질서의 본원적 변화이다.

다시 상기하고자 한다. 중국과 수교할 당시 4500만 대한민국의 GDP가 12억 중국보다 컸고 17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이 4배 크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경계하며 지금은 우리의 지난 60년 문명사적 성취를 근거로 `희망을 잃지 않는 온건한 비관론`의 입장에서 미래를 개척해 가야 한다.

♤ 이 글은 2009년 7월 23일자 매일경제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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