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大選 나라를 흔들어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제헌 61주년에 국회의장이 정식으로 개헌 공론화를 제안했다. 헌정 60년을 뒤로한 새로운 헌정질서를 향한 정치적 선언인 동시에 87년 헌정의 정신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 시대적 과제임을 의제로 던진 것이다. 이 의제가 성공하려면 공론화가 국민과 소통하면서 법치와 권력의 분산으로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87년 헌정 체제 이후의 5년 단임 대통령은 민주화의 정착과 발전을 통해 헌정의 발전을 꾀해 왔다. 하지만 헌정의 현실에서는 권위주의 정부의 퇴조에도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는 대통령 1인에 권력을 집중시켰다. 대통령직 교체는 행정부 구성 차원을 훨씬 넘어 마치 나라가 새로 세워지는 듯 사회 전체를 5년마다 한 번씩 흔들었다.
특히 북한에 관련해서는 이미 동서독 통일 이후 퇴조를 보여 온 좌우의 이념 대립을 격화시켰다. 이념이 헌법을 압도하게 됐다. 헌법주의에 따른 법치주의는 이념의 굴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법과 질서, 그리고 규범과 공권력은 권위를 지킬 수 없었다. 국가적 정체성도 흔들렸다. 그러니 헌법 개정이 공론화돼 진행된다면 대통령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권력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
권력구조의 재구성은 정부 형태를 도식적으로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정부제 등으로 나누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론이라든지 또는 전체적으로 의원내각제로 가자거나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 이원정부제로 고치자는 등의 추상적 논의는 사회 전체를 편 가르기로 나눌 소지가 크다. 결론도 내지 못할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나왔던 개헌론이 반향도 없이 흘러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므로 권력구조 개헌은 정부형태론적 접근보다는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에 집중되는 권력을 구체적으로 분산시키는 제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주의가 기능 할 수 있는 구조를 중앙정부의 의회, 행정부, 사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큰 지도를 앞에 놓고 전투를 구상하는 지휘관과 같은 자세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 제9장의 경제, 노동과 교육 등에 관한 사회적 기본권과 같이 이념적 대립이 격화될 것 같은 사안은 개헌 논의의 장에서 빼어, 국민적 합의를 하기 위한 소통의 장을 따로 만들어 이를 개헌이라는 긴장의 끈에서 일단은 놓아 주어야 한다. 헌법전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통성 등의 헌법 핵심은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헌법은 국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간결한 언어로 표현한 문서이다. 역사의 화석이 아닌 것이다. 시간을 담은 공간의 규범, 공동체의 국가적·사회적 현상을 당위의 법칙으로 질서화한 시·공간적 규범, 그것이 헌법이다. 이를 기초로 우리 국민은 헌법의 변경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인식, 즉 헌법은 함부로 변경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건국의 제헌헌법’이 일제에서 해방된 조선민족의 정치적·경제적 사회의 상황을 규범으로 승화시킨 규범이라면 현행 헌법은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정점을 이루었던 헌법투쟁의 결과물이다.
새 헌법 제정에 가까운 수준의 개헌 논의는 집중과 선택의 미학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면서 큰 줄기에서 국민의 공론과 소통하는 것이어야 한다. 헌법의 개방성이라는 성격은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헌법이념과 헌정제도의 양쪽에서 논의하는 헌법개정의 진행은 건국 60년과 87년 헌법 22년의 정체성을 담는 새 헌법을 나오게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7월 21일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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