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연구 지원금을 약속받은 해외 143기관 중 7개의 대학에 대해 경제사정 악화와 환율 상승을 이유로 지원을 취소함으로써 나라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나라의 위상과 공신력을 세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20년 넘게 체계적인 지원사업을 하며 전략기관으로서 높은 국제적 신뢰도를 쌓아온 재단이 몇몇 특정기관에 대해 지원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면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지 임의의 일방적 처사였다고는 믿기 어렵다.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고 특히 한국 연구 진흥에 헌신하는 동포 출신 학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재단은 수혜자측의 대응기금 조성 노력 등 지원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으며 약속을 못 지킬 때엔 지원을 취소 또는 연기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지원 대상으로 올랐던 기관 내에서도 책임자 측은 이해를 하지만 수혜자의 입장에 섰던 사람들은 실망하며 크게 화를 내는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이번 일은 환율 변동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제도상의 한계와 지원 요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가용예산의 부족과 관계가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재단 예산이 외형으로는 1100억원이지만 활동예산은 440억원일 뿐으로 일본국제교류재단의 1100억원, 독일 괴테재단의 2900억원, 영국의 유사기관의 1조521억원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국제교류재단은 1990년대 초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고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국가 지원 아래 민간의 역량이 최대한으로 가동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 아래 설립한 기관이다. 국회의 감사는 철저하게 받지만 1년 단위로 기획 집행되어야 하는 정부예산 같은 구조상의 속박에서는 자유로웠기 때문에 재단은 외국 대학의 한국 연구 진흥뿐 아니라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을 설치하는 일 등 다양한 중장기 사업을 매우 투명한 방식으로 경제적으로 수행해 내며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토대를 쌓아 올 수 있었다.
국제교류재단의 활동이 현재 좀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정부의 이해 부족과 적은 활동예산, 그리고 기관별 특성을 고려치 않은 기구 통·폐합으로 발생한 예산 집행상의 융통성 부족이지 재단 운영진의 안목이나 전문가적 소양의 부족이 아니다. 더구나 전(前) 정부의 결정대로 재단을 제주도로 보낸다면 국제교류 사업의 효율성은 더욱 떨어지고 재단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실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퇴행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요청된다.
♤ 이 글은 2009년 7월 19일자 조선일보[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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