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처칠' 인가
北核 등 한반도 위기에도 이념대립만
MB 역사의식·강력한 신념의 거울 삼길
우리나라는 분명 위기다.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같은 무력시위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사회 제 분야는 좌와 우로 나뉘어 극심한 이념대립이 횡행하고 있다.
여당의 내홍은 끊임이 없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당장 해고의 칼날 앞에 떨고 있지만, 4년간 고용보장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파행운영을 너무도 당당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치'는 발견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이 지나치게 정치 위에 있다. 이해관계의 대립과 의견 차이를 조정해 나가는 통제의 작용인 정치를 잘못 혐오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필자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영국을 구해낸 정치 지도자 처칠을 떠올린다. 영국 국영 방송국 BBC가 수백만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지난 1000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영국인'을 조사한 결과 처칠이 선정되었다.
처칠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국민들의 심정에 강력하게 호소하는 역사의식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신념이었다. 처칠은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언어뿐 아니라, 위기의 실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었다. "기독교문명의 생존은 이 싸움에 달려 있다. 우리 영국의 생명, 우리나라의 모든 제도, 우리 제국의 긴 역사는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라는 처칠의 연설을 들으면서 영국 국민들은 스스로 역사의 중요한 무대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역사의식을 갖게 되었다.
처칠의 역사관은 사악한 전체주의와 타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그러한 역사관이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러한 역사의식과 신념을 고스란히 그의 솔직한 연설과 현장방문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했다. 히틀러는 6년간의 전쟁기간을 통틀어 폴란드 진공시 이외에는 전선으로 향한 적이 없지만, 처칠은 런던의 폭격현장이 바로 단골 방문지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노무현정부가 이념과잉이 문제였다면, 이명박정부는 이념실종이 문제이다. 이명박정부가 중시하는 '경제 살리기'나 '4대강 살리기' 같은 구호만으로 더 이상 국민들이 감동 받지 않는다. 실용은 도구이지 목표일 수 없다. 대통령이 실용이라는 도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한반도 위기 극복과 이념대립 극복'에 대한 청사진과 그 역사적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처칠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의 찬란한 문명은 한반도 위기 극복과 극심한 이념대립 극복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역사의식과 신념을 갖고 전달해야 한다. 이대통령은 실용주의자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이상주의자의 언어로 국민을 감동시켜 우리 국민들 스스로 역사의 중요한 무대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역사의식을 자각시킬 책임이 있다.
♤ 이 글은 2009년 7월 11일자 한국일보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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