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즈음해 4일 7발의 탄도미사일을 '소나기 발사'했다. 조선일보는 6일자 A1·3면에 대미(對美) 메시지 등 정치적 목적과 신형 미사일 실험이라는 군사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4월 5일 장거리로켓을 쏘고 이후 지금까지 단거리 미사일 17발을 더 발사했다. 그리고 5월 25일 2차 핵실험도 했다. 최근 북한 군사행동의 양태를 고려하면 북한의 미사일시위는 짧은 기간에 집중했다. 이처럼 집중된 위협의 강도를 대미 협상과 신형 미사일의 실험이라는 목적으로 한정해 보도한 건 아쉽다. 심지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예전의 도발 사례와 비교할 때 맥락도 없고, 메시지도 불분명해 보인다"는 등의 당국자 발언을 인용, 북한 미사일을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했다.
북한이 무력에 의한 통일전략전술을 포기한 적이 없다. 북한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서울인 것은 변함없는 현실이다. 미사일이 워싱턴을 향한 대미용으로만 부각될 때 한국 사회에 미치는 위협과 심각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오도된 대북 정책으로 안보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 미사일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정보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소요된 비용은 3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차 핵실험에 소요된 비용은 3억~4억달러로 추정된다. 북한이 '군사 시위와 위협용'으로 탕진한 돈이 7억~8억달러에 달한다. 이 정도의 금액은 쌀 200만t을 구매할 수 있고, 북한이 2년 동안 모자라는 식량을 보충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기아에 헤매는 주민을 위한 쌀 대신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이는 김정일 정권의 폭민성(暴民性)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북한은 매년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보고 있어 심각한 외화난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두달간 7억달러를 내다버렸다. 정상 국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행태다.
그래서 북한이 탕진한 달러의 조달 창구가 어디인지에도 의혹이 인다. 북한의 음성적 수입원은 마약과 무기 밀매, 위폐 제작 등이다. 또한 남북 교류 협력도 북한의 음성적 수입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에 지원된 달러를 늘 무시하려고 애써왔다. 2004년 이후 일반 교역과 위탁가공 등의 실질 교역,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전달된 달러는 매년 5억~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측면은 한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다. 북한의 야욕을 꺾을 수 있도록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 이 글은 2009년 7월7일자 [편집자에게]에 실린 글입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625 | [강천석] 이명박·이회창 연대설과 민주당의 고립 | 09-07-21 |
624 | [이인호]지원(支援) 취소, 재단 탓 말라 | 09-07-21 |
623 | [이창원] 왜 다시 '처칠'인가 | 09-07-16 |
622 | [김영봉] 비정규직 보호법의 가면을 벗겨라 | 09-07-13 |
621 | [주간동아] 보수의 성공을 위한 고언 (09.07.14) | 09-07-09 |
620 | [조영기] 북(北) 미사일, 누구 돈인가 | 09-07-07 |
619 | [조영기] 실무회담 교착, 기로에 선 개성공단 | 09-07-06 |
618 | [김영봉] '유괴범'에게 몸값을 지불한 사람들 | 09-07-01 |
617 | [주간조선] '15년 안에 선진국 못 되면 우린 가망 없다' | 09-06-29 |
616 | [중앙여고 강연] 세계와 나 | 09-06-29 |
615 | [강천석] 중도 강화론이 진짜 정권의 보약(補藥) 될까 | 09-06-29 |
614 | [김영봉] 사교육은 평준화 정책이 키웠다 - 세계최고 교육열 규제로 잡지못해(순기.. | 09-06-29 |
613 | [손기섭]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의 흥분 | 09-06-26 |
612 | [이인호] 의견 배척하는 문화 사라져야 한다 | 09-06-23 |
611 | [이인호] 교육의 큰 틀을 생각하자 | 09-06-22 |
610 | [유호열] 일(日)언론만큼 집요했으면 | 09-06-16 |
609 | [김진현] 대한민국의 ‘자유’ | 09-06-16 |
608 | [김용호] 한나라당, 리더십·소통 문제 해결하라 | 09-06-10 |
607 | [송종환] 북한 체제의 장래 전망과 한국의 선택 | 09-06-10 |
606 | KBS.대한민국 길을 묻다 (강연원고) | 09-06-09 |